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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의 여로 (114) 백자철화어하문편(白磁鐵畵魚蝦文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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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의 여로 (114)
백자철화어하문편(白磁鐵畵魚蝦文片)

  • 특집부
  • 등록 2023.09.22 07:30
  • 조회수 23,241

물고기와 새우도 당시로서는

 

 이규진(편고재 주인)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에서 개울 건너로 보이는 마을이 신대리다. 한국 도자사에서 신대리가 나름의 중요성이 있는 것은 17C 관요인 백자 가마터가 운집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청자에서는 강진과 부안, 그리고 분청에서는 학봉리와 운대리 등에서 가마터가 운집한 것을 볼 수 있지만 17세기 백자 가마터로 대단위로 모여 있는 데는 이곳 신대리가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조선관요박물관의 조사에 따르면 신대리에는 총 27개의 가마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같은 해 성남 장호원 간 도로건설공사 중 구간 내 터널공사에서 가마 유구 및 관련 유구가 노출되어 새롭게 명명된 29호를 경기도자박물관에서 발굴함으로서 지금은 총 29개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대리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간지명은 갑신(1664) 기사(1665) 병오(1666) 무신(1668) 등이다. 이로 보아 신대리 가마터는 1664년부터 1668년경에 운영되었던 가마터임을 알 수 있다. 유물은 대부분 오목굽에 굵은 모래받침을 한 상번이 많아 상대적으로 죽절굽이나 도립삼각형은 적고 이에 따라 갑번과 예번도 많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문양으로는 철화가 대부분이며 청화가 한 점 보고 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언급이 없어 자세한 내용은 알 수가 없다 오래 전 답사를 통해 내가 이곳 신대리에서 느꼈던 것은 18세기로 넘어가면서 부터 청화로 내저에 들어가게 되는 제(祭)자명이 이 곳에서는 철화로 굽 안에 명기된 것을 볼 수 있어 신기했다는 점일 것이다. 여하튼 신대리의 특징은 대단위 백자 가마터가 운집해 있다는 사실과 문양으로 철화가 많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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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백자철화어하문편(편고재 소장) 가로x세로 9x12Cm


신대리는 오래 전 답사를 몇 번 한 기억은 있지만 특별한 추억은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17세기 관요답게 철화가 더러 보이는구나 하는 정도의 생각뿐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근래 '도요지 사랑'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후배로부터 신대리 것이라는 도편 한 점을 선물 받았다. 기형을 알 수 없는 작은 도편이었는데 그 철화 문양이 몹시 흥미로운 것이었다. 위에는 물고기 조각의 비늘인 듯한 것이 보이고 아래 오른 쪽으로는 머리만 남은 작은 물고기가 새우를 물고 있는 형상이니 처음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사카동양도자미술관에는 분청장군 중 철화로 새가 물고기를 물고 있는 것이 보이지만 물고기가 새우를 물고 있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남아 있는 물고기에 비해 새우의 덩치가 커서인지 물고기가 물고 있는 것은 새우의 몸체가 아니라 앞발 같은 것이어서 더욱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물고기와 새우는 한자로 어하(魚蝦)라고 하거니와 이는 물고기를 통칭하는 말로도 쓰이기도 한다. 말하자면 물고기와 새우는 어류 중에서도 그만큼 흔한 대표적인 종류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어하문의 철화는 소성시 온도 탓인지 검은색이 많이 가미된 색감이다. 기형을 알 수 없는 백자에 철화로 그려진 물고기와 새우, 인터넷에는 어하복집이라는 곳도 보이고 있어 시중에서는 물고기와 새우의 어울림이란 그렇게 생소한 것만도 아닌 모양이다 여하튼 도자기에서 자유롭고 활달한 문양을 이야기 하자면 주로 분청이 거론되지만 청자철화나 백자철화에서도 자유분방한 맛이 느껴지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 그것은 철화 안료가 주는 거친 맛 때문에 붓을 빨리 놀려야 하는 속도감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다고 하면 청화가 주는 안정되고 사실적인 문양과는 달리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멋을 풍기는 것이 철화 문양의 매력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백자철화어하문편의 물고기와 새우도 당시로서는 이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해학과 풍자적인 의미가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으니 일찍이 본 적이 없는 문양이라는 점에서 그 신기함만으로 만족하는 수밖에는 별도리가 없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