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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의 여로 (98)
백자각병편

특집부
기사입력 2023.06.0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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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18각을 이루고 있으니


         이규진(편고재 주인)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엘 가면 전통찻집 '석다원(石茶園)'이 있다일반인들은 어떨지 몰라도 수석인들에게는 아련한 향수 같은 것을 불러일으키는 곳이곳에는 아파트 한 채 값과 맛 바꾸었다는 저 유명한 3단석 '선단(仙段)'이 있었기 때문이다지금은 새로운 주인을 찾아 가 보금자리를 틀었지만 그 돌이 아니더라도 석다원에는 명품 수석들이 아직도 많아 안복을 누리기에는 조금도 손색이 없다잔잔히 흐르는 음악과 향기로운 차 향기그리고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수석들은 멋과 풍류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웅변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이러한 멋과 풍류가 어찌 수석인들 만의 몫이겠는가이곳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고은 시인의 발자취를 찾아 볼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일 것이다.

     

    내가 석다원의 박은종(朴恩鍾)님과 여주인인 그 부인을 처음 접한 것은 '무석재(撫石齋)의 수석(壽石)'이라는 석보를 통해서였다돌을 어루만지는 서재의 수석이라니 이 얼마나 범상치 않은 제목인가그런데 책장을 넘겨보니 제목 못지않게 한 점 한 점이 수준 이상의 돌들이었다. 3단석 <선단>을 처음 본 것도 이 석보에서였다. '선단이외의 돌들도 수석의 맛과 멋과 깊이를 알지 못하고서는 수집과 배열 방식이 불가능한 것들이어서 나로서는 감탄을 금치 않을 수가 없었다그런 박은종님을 처음 본 것은 고 송성문 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남한강의 혼'을 기증하고 나서 수석인들이 어울려 구경을 갔을 때였다그로부터 꽤 오랜 세월이 흐른 작년에서야 늘 궁금해 하던 석다원을 처음으로 찾아 볼 수 있었으니 뒤 늦은 행운이었다고나 할까.

     

    KakaoTalk_20230602_013027459.jpg
    백자각병편(편고재 소장) 굽지름x몸체지름x현고 7x12x14Cm

     

    석다원을 처음 찾았던 그날 나는 여주인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그 중에서도 인상 깊었더 것은 3단석 선단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였다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던 시절 선단에 매료되어 엄청난 금액을 무리해 구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 등은 수석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말해주고 있는 듯 싶어서 감동으로 가슴마저 뭉클해지는 느낌이었다그리고 얼마 전 나는 다시 두 번째로 석다원을 찾을 수 있었다그런데 세월이 그렇게 많이 흐른 것은 아니었건만 그동안 작은 변화가 있어 보였다창가에는 못 보던 도자기도 두 점이 놓여 있었다조선 후기 지방 가마 것으로 주구는 손상이 있는 등 크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재미가 있다는 느낌은 드는 것이었는데 동행을 했던 후배가 그동안 안목이 늘었는지 잽싸게 챙기는 것이 아닌가그런데 석다원에 대해 글이라도 한 편 써 보려면 아무래도 필요할 것 같아 후배로부터 다시 양도를 받은 것이 바로 이 백자각병편이다.


    백자각병편은 앞서도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지방가마에서 만든 것으로 유색으로 보아 18세기 후반 쯤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주구는 손상되어 목 없는 물건이 되어 버렸지만 이 백자각병편의 특징은 아무래도 돌아가며 몸체에 각을 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18세기 전반인 금사리 시기에 이르면 우리 도자기에도 그 동안 못 보던 각을 친 기명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그러나 병 같은 것에 보이는 것은 대개 8각이 대부분이다그런데 이 백자각병편은 무려 18각을 이루고 있으니 각병 치고는 꽤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찻집 석다원수석과 차와 음악이 어울려 멋과 운치와 풍류가 넘치는 곳그리고 주인들의 인품이 잔잔한 울림을 주는 곳가까운 곳에 있으면 매일이라도 찾아 흠뻑 그 향기에 취하고 싶건만 오호 통재라 강을 건너야 하니 쉽지 않은 일이어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석다원이 생각나는 날이면 할 일 없이 석보 '무석재의 수석'이나 뒤적여 보며 아쉬움을 달래 보아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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