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5 (일)

[책]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무용가 채상묵의 춤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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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무용가 채상묵의 춤 인생

  • 특집부
  • 등록 2023.05.2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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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무용가, 채상묵을 만나다
전통춤의 전승자로, 한국 춤의 창작자로

반세기가 넘는 채상묵의 춤 인생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한국 남성 춤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무용가 채상묵이 올해로 춤 인생 52년을 맞는다. 2009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된 〈채상묵 춤 50년의 향〉은 그가 걸어온 춤 여정 반세기를 주제로 한 창작 무용극이었다. 총 8편의 연작시가 ‘춤’ 하나에 일생을 걸어온 예인의 뜨거운 예술혼과 거기에 담긴 정수를 짧은 공연 시간 안에 표현해내기 위해 사용되었다. 그는 당대 가장 뛰어난 남성 춤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춤에 대한 열정으로 아버지의 반대를 이겨냈던 어린 시절부터, 더 새롭고 다양한 배움을 얻고자 다른 스승의 문하로 들어가면서 홀로 감내해내야 했던 고통에 이르기까지……. 각종 무용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누구나 인정할 만한 예인으로 평가받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인내의 시간이 따랐다. 그는 이매방류의 ‘승무’와 ‘살풀이’를 제대로 출 줄 아는 몇 안 되는 무용가인 동시에, 새로운 춤 세계를 개척하는 창작자이기도 했다. 주로 자신의 삶 이야기를 작품에 투영시키는 것이 채상묵 창작품의 특징인데, 인간적인 면모가 한껏 발휘된 그의 작품을 보노라면 특별히 화려한 효과가 없더라도 그 안에 담긴 진심이 그대로 느껴진다. 
 
작은 체구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강인함, 한순간에 관객을 집중시키는 춤 연기성, 손끝까지 섬세하고 정교한 춤 모양새, 소도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창작 춤꾼, 자신의 삶과 인간적인 면을 작품에 투영시키는 힘. 모두 무용가 채상묵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책은 그가 공연해왔던 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가며, 채상묵의 삶과 춤꾼으로서 살아온 인생을 진솔하게 담았다. 특히 지루한 나열식 구성을 피하고 저자 이지은과 무용가 채상묵이 오랜 시간 인터뷰한 내용을 마치 현장을 직접 보는 듯한 대담식 구성으로 정리함으로써, 독자들이 그를 더욱 가깝게 느끼고 우리 춤에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하였다. 8년에 걸친 긴 준비기간을 거치며 채상묵의 춤 인생 조각들이 한층 더 단단하게 모여들었다. 
 
‘오늘의 한국무용은 유구한 전통에 뿌리를 두고 철저히 고증된 그 바탕에서 새로운 형식으로 태어나되 우리의 정서가 보여져야 한다.’라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채상묵의 춤과 우리 시대 한국 춤의 발전상을 알고 관심을 가질 수 있길 기대한다. 이순을 넘어선 나이는 그에게 있어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채상묵의 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춤의 맥을 잇는다'시리즈의 첫 번째 인물 『아름다운 반세기, 무용가 채상묵』은 저자 이지은이 한국 무용의 전승자이자 창작자로서 우리 춤의 근대사와 맥락을 같이 하는 무용가 채상묵과 오랜 시간 인터뷰를 하며 그의 춤 인생을 구술채록하여 엮었다.


무용가 채상묵의 50년 춤 여정을 대담형식으로 자연스레 풀어감으로써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했다. 


평생을 춤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온 그가 직접 들려주는 진솔한 삶이야기와 더불어, 각 장마다 해당 공연 사진과 작품 설명, 관련 비평을 함께 실어 책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남성 무용의 불모지를 개척하며, 전통춤의 계승뿐만 아니라 춤에 대한 강한 창작욕으로 불타오르는 한 무용가의 춤 사랑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채상묵 선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90 현대춤 작가전]에서 그가 발표한 작품 하나가 생각났다. 〈마른 풀꽃의 소리〉라는 작품이다. 그 안에서 말하는 것은 마치 한 편의 시처럼도 들리고 채상묵 선생의 인생철학처럼도 들리는 이야기였다. 세상에 시련 없는 삶이 어디 있으며 고난을 겪지 않는 인생은 또 어디 있으랴. 그러나 진정 예인의 삶이란 이 시련과 고난, 그리고 끊임없는 담금질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리라. 나는 이렇듯 예인 채상묵이 춤과 함께 들려주는 이 ‘마른 풀꽃의 소리’가 아름다운 향기가 되어 마음에 와 닿는 것 같았다. --- p.114

채상묵: 시간이 흐를수록 어렵게만 느껴져 왔던 전통춤의 사위마다 뼈를 깎는 고뇌를 담아 나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 그런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과거와 어우러지며 미래를 향한 자리매김을 하는 셈이지요. 개인적으로 그 공연은 다시 한 번 예술혼에 정열을 쏟을 수 있는 성숙의 계기가 되어주었던 것 같아요.
--- p.223
 

저자 이지은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 중인 그는 특히 우리의 전통문화와 관련한 공연작품들을 다수 작업해 왔다. 대표적 작품으로는 국립국악원 국가브랜드공연 〈소리극 황진이〉와 경기도립무용단의 창작무용극 〈태권무무달하〉, 〈황진이〉, 〈도미부인〉 등이 있으며, 서울시립무용단의 창작무용극 〈연리근〉, 〈채상묵 춤 50년의 향〉, 〈누가 아름다운 학의 눈물을 보았는가〉 등의 무용대본을 집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