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4 (금)

[휴일의 詩] (130) 꽃/김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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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詩] (130) 꽃/김춘수

  • 특집부
  • 등록 2023.04.2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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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추천인: 김덕묵(민속학자)

 우리들은 모두 누구에게 무엇이 되고 싶어한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오늘도 너를 생각하며 가만히 너의 이름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