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보기 드물게 특이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이규진(편고재 주인)
고려청자를 장식하는 기법으로는 음각 양각 투각 상형 상감 등이 있다. 안료에 따른 무늬로는 또 철화 동화 퇴화 금채 등이 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장식기법이나 안료에 따른 무늬 중에는 병용해 사용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 것 같다. 사정이 있어 투각과 상감을 함께 쓴 자료가 없나 찾아보았는데 두 점을 보았을 뿐이다.
청자상감투조연당초문개(靑磁象嵌透彫蓮唐草文蓋)는 13세기 것으로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품이다. 장방형의 상자 형태로 화장도구의 뚜껑으로 보이는데 윗면 중앙에 위치한 능화형 창 안에 수금문(水禽文)을 넣고 여백에는 운문(雲文)을 상감하고 있다. 측면에는 연꽃과 연잎을 투각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상감으로 액센트를 주고 있다. 청자상감쌍학투각당초문침(靑磁象嵌雙鶴透刻唐草文枕) 또한 13세기 것으로 호림박물관 소장품이다. 일종의 도자 베개로 윗면에는 목을 교환한 두 마리 학을 원문 안에 상감하고 있으며 옆면은 당초와 능화창을 투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면 왜 청자에서 투각과 상감을 혼용한 것은 보기가 힘든 것일까. 투각은 사실 단독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상감도 마찬 가지다. 따라서 투각과 상감은 그 자체로 각각 의미가 있다 보니 구지 병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탓일까. 여하튼 관심을 갖고 자료를 찾아 본 결과는 투각과 상감을 병용한 것이 생각보다 흔치 않다는 사실의 확인이었다.
내가 뜬금없이 투각과 상감의 병용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무래도 근래 인연을 맺은 청자투각상감국화문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도편의 모양을 살펴보면 좌우에 흑백으로 선을 내리 그어 칸을 만들고 그 안에는 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국화절지문을 상감하고 있다. 꽃은 백으로 줄기와 잎은 흑으로 처리 흑백 상감의 대비 속에 국화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좌우로는 투각의 흔적이 보이는데 아래 위가 잘린 것과 더불어 기형을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앞서 소개한 청자상감투조연당초문개와 청자상감쌍학투각당초문침이 위에 상감을 옆에 투각을 하고 있는데 비해 이 도편은 중앙에 상감을 하고 있고 좌우에 투각의 흔적이 보인다는 점에서 다른 양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청자투각상감국화문편의 기형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두께로 보아 청자 의자인 돈편은 아닌 것 같고 화분대로 보기에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남은 흔적으로 보아 원통형에 돌아가며 교대로 투각과 국화문을 상감한 것으로 본다면 당연히 호나 병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이것은 청자 지통이나 필통은 아니었을까.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온전히 남아 있었더라면 어떤 기형이 되었던 청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특이하면서도 아름다움을 뽐냈을 것만은 분명해 보이는 것이어서 도편이라고는 하지만 여간 애착이 가는 것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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