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도자의 여로 (91)청자투각상감국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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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의 여로 (91)
청자투각상감국화문

  • 특집부
  • 등록 2023.04.14 07:30
  • 조회수 13,148

보기 드물게 특이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이규진(편고재 주인)

 

고려청자를 장식하는 기법으로는 음각 양각 투각 상형 상감 등이 있다안료에 따른 무늬로는 또 철화 동화 퇴화 금채 등이 있다그런데 여러 가지 장식기법이나 안료에 따른 무늬 중에는 병용해 사용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 것 같다사정이 있어 투각과 상감을 함께 쓴 자료가 없나 찾아보았는데 두 점을 보았을 뿐이다.


청자상감투조연당초문개(靑磁象嵌透彫蓮唐草文蓋)는 13세기 것으로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품이다장방형의 상자 형태로 화장도구의 뚜껑으로 보이는데 윗면 중앙에 위치한 능화형 창 안에 수금문(水禽文)을 넣고 여백에는 운문(雲文)을 상감하고 있다측면에는 연꽃과 연잎을 투각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상감으로 액센트를 주고 있다청자상감쌍학투각당초문침(靑磁象嵌雙鶴透刻唐草文枕또한 13세기 것으로 호림박물관 소장품이다일종의 도자 베개로 윗면에는 목을 교환한 두 마리 학을 원문 안에 상감하고 있으며 옆면은 당초와 능화창을 투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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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투각상감국화문편(편고재 소장) 가로x세로 8x13Cm

 

그렇다고 하면 왜 청자에서 투각과 상감을 혼용한 것은 보기가 힘든 것일까투각은 사실 단독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상감도 마찬 가지다따라서 투각과 상감은 그 자체로 각각 의미가 있다 보니 구지 병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탓일까여하튼 관심을 갖고 자료를 찾아 본 결과는 투각과 상감을 병용한 것이 생각보다 흔치 않다는 사실의 확인이었다.


내가 뜬금없이 투각과 상감의 병용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무래도 근래 인연을 맺은 청자투각상감국화문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도편의 모양을 살펴보면 좌우에 흑백으로 선을 내리 그어 칸을 만들고 그 안에는 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국화절지문을 상감하고 있다꽃은 백으로 줄기와 잎은 흑으로 처리 흑백 상감의 대비 속에 국화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좌우로는 투각의 흔적이 보이는데 아래 위가 잘린 것과 더불어 기형을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앞서 소개한 청자상감투조연당초문개와 청자상감쌍학투각당초문침이 위에 상감을 옆에 투각을 하고 있는데 비해 이 도편은 중앙에 상감을 하고 있고 좌우에 투각의 흔적이 보인다는 점에서 다른 양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청자투각상감국화문편의 기형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두께로 보아 청자 의자인 돈편은 아닌 것 같고 화분대로 보기에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남은 흔적으로 보아 원통형에 돌아가며 교대로 투각과 국화문을 상감한 것으로 본다면 당연히 호나 병은 아닐 것이다그렇다고 하면 이것은 청자 지통이나 필통은 아니었을까확실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온전히 남아 있었더라면 어떤 기형이 되었던 청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특이하면서도 아름다움을 뽐냈을 것만은 분명해 보이는 것이어서 도편이라고는 하지만 여간 애착이 가는 것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