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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해볼 의향이 있으신 분은
이규진(편고재 주인)
모든 선물은 고맙다고 할 수 있다. 아니 반갑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고맙고 반갑다고 해도 선물은 모두 즐겁기만 한 것도 아니다. 때로는 고민꺼리를 안겨 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근래 후배에게서 도편을 선물 받았는데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도편이 문제다. 조선청자에 음각으로 글자가 새겨진 것이니 귀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글자가 문제인 것이다. 해독을 할 수가 없으니 고민이 생긴 것이다. 고맙고 감사한 선물과 고민꺼리, 이 이율배반적인 상황 앞에서 조금은 당혹스럽기도 하다.
천진암을 올라가는 우산리 골짜기에는 가마터들이 여럿 있다. 그 중 널리 알려지기는 이대박물관에서 발굴을 한 우산리 9호 백자도요지다. 여기서는 천지현황(天地玄黃)명은 물론 청화가 보여 관요 가마터가 분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임인(壬寅)년 지석편도 출토가 되어 16세기 전반에 운영된 가마터임을 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밖에 것으로는 4호 백자도요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천진암을 오르기 전 마지막 커브 좌측에 위치한 밭 일대로서 접근성이 용이한 데다 흑상감편이 많이 보여 주목을 보이던 곳이다. 5호 백자도요지는 4호 바로 밑에 위치한 밭 일대인데 두 곳의 도편들은 성격이 같은 것으로 보여 진다. 후배에게서 선물로 받은 조선청자명문접시편은 바로 이곳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조선청자는 백토에 청자 유약을 입힌 것으로 회색 태토에 청자 유약을 입힌 것과 구별키 위해 백태(白胎)청자라고 한다. 조선 초기에서 17c기 까지 주로 관요에서 제작되었다. 1616년 <광해군일기>에 대전은 백자기를 동궁은 청자기를 쓴다는 기록이 있어 조선청자는 주로 동궁에서 쓰였던 것으로 보여 진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이웃에 있는 4호 백자 도요지에서는 도교와 관련된 태일전(太一殿)명 등이 들어간 조선청자편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꼭 동궁에서만 쓰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다. 내가 조선청자를 처음 보기는 16세기 후반으로 보이는 관음리 10호 도요지 앞 천변에서였다. 이곳에 비라도 내리면 뚝이 무너져 도편들이 더러 보이고는 했었는데 나는 이곳의 초선청자가 가장 아름답고 색감이 뛰어나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언젠가 천진암을 올라가다 보니 천변에는 축대가 쌓여 있어 가마터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으로 보였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선청자명문접시편은 많은 부분이 훼손된데다 굽도 모두 떨어져 나가고 없다. 안팎으로 녹색의 청자 유약이 얇게 입혀져 있으며 내저에는 요똥도 떨어져 뭉쳐 있고 음각의 글씨는 외면에 들어 있다. 글씨는 정자가 아닌 흘림체로 언뜻 보면 문양 같은 느낌도 드는데 도대체 무엇을 나타내고자 한 글씨일까. 조선청자에서 태일전 명 등이 보이는 4호 백자 도요지의 예로 보아 도교의 의식과 관련된 주문이라도 적혀 있는 것일까. 아니면 망자의 무덤을 표시하기 위한 지석이라도 되는 것일까. 이런 형편으로 답답하기만 하니 후배의 선물이 고맙고 감사하면서도 고민꺼리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우산리 4호나 5호 백자 도요지는 관요 이전의 가마터들이다. 사(司)자 명 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관요 이전에 공납용 도자기를 굽던 가마터들로 보이는 곳이다. 사는 사옹원(司饔院)을 뜻하는 것이라고 볼 때 조선청자명문접시편 또한 중앙 관서와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래저래 해독이 불가능하다 보니 온갖 추측에 머리는 계속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러면서도 이를 소개하는 것은 누군가 이 글자들을 밝혀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누군지 모르지만 혹시 나처럼 이 조선청자명문접시편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고민을 해볼 의향이 있으신 분은 없으실까? 세상에 대해, 우리 도자기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두루 질문을 한 번 던져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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