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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즐거움도 있었으니
이규진(편고재 주인)
애완견을 가족처럼 여기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서양에서는 아예 가족의 일원으로 여겨 가족 수를 이야기할 때 애완견도 포함을 시킨다고 한다. 사람과 애완견의 끈끈한 유대감과 인연을 알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사카와 노리타카를 재조명 해본 정병호와 엄인경의 '조선의 미를 찾다'를 보니 재미있는 것이 있었다. 노리타카의 조선 도자기 신으로서 십오계명이라는 것이었는데 첫 번째와 두 번째가 재미있었다. 첫째는 싼 것이라도 괜찮으니 일단 하나 소유할 것. 둘째 우선 구했다면 밥을 안 먹는 가족의 일원이라고 이해할 것. 애완견도 아닌 도자기를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라니 보통의 관심과 애정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도자기를 배우려면 일단 싼 것이라도 사보는 것이 지름길이다. 그래야 자료도 찾아보고 다른 것들과 비교도 해보게 되고 해 안목이 느는 것이다. 말하자면 어느 정도 수업료가 필요한 것이지 어깨 넘어 공짜 공부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인 것이다. 또한 밥을 안 먹는 가족의 일원이라니 무슨 소리인가. 결국은 애정을 가지라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애정과 관심이 없는데 아무리 좋은 것일지라도 어찌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 새겨질 수가 있겠는가. 구입을 하고 관심을 가져보는 일은 결국 도자기 공부의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내가 처음 사본 도자기는 어떤 것이었을까. 83년에 답십리 고미술상가가 생기기 전에 황학동에서 구입해 본 백자청화사각연적이었으니 참으로 오래 전 일이다. 사각연적에 청화로 바위에 난초를 곁들인 것이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금은 내게 없다. 하지만 손에서는 떠났어도 처음 인연을 맺었던 것이어서인지 그 모양이며 색감이며 문양 등이 아직도 눈앞에서 보듯 선명하다. 처음 구했던 도자기는 그렇다 치고 처음 만났던 도편은 어떤 것이었을까. 아무래도 이 부분만은 기억이 분명치가 않다. 그런 가운데 오래 가지고 있던 도편 중의 하나가 백자청화국화문합뚜껑편이다.
19세기 분원산인 백자청화국화문합뚜껑편은 손상이 심하기는 하지만 이런 종류로는 상품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태토가 정선된 데다 유색이 약간 청색을 머금은 청백자다. 거기에 해맑아 보이는 청화로 국화와 칠보문을 그리고 수자와 복자를 도안화 해 곁들이고 있다. 뚜껑 안쪽을 보면 합을 덮었을 때 닿는 동그란 부분은 유약을 훑어내고 노태를 드러내고 있다. 한마디로 갑번에 넣어 구운 상품의 조선 후기 백자 자료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 도편은 분원초등학교 좌측의 골짜기에 위치한 밭 언저리 어디선가 만난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으며 그 시기가 언제였는지는 오래 된 기억만 날뿐 더 더욱 아리송하기만 하다.
그러나 저러나 우리 도자기 특히 도편 등의 자료에 관심을 가져온 지도 따져보니 꽤 오래 되었다. 하지만 많은 세월이 흐르고 내 머리에도 이제는 흰 눈이 수북하건만 자료 중에 자랑할 만한 것도 변변히 없으니 축구로 말하면 헛발질만 계속해온 덧없는 시간들이었다고나 할까. 그래도 때로는 도편들과 더불어 소소한 즐거움도 있었으니 감사한 인연들이요 소중한 세월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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