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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이윤선의 남도문화 기행 (79)

분노의 세 여신과 치우천왕기

특집부
기사입력 2023.02.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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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선(문화재청 전문위원)  


    이들이 상징으로 내세운 '치우천왕기'2002년 월드컵을 정점으로 전국화 되기에 이른다. 국가에서 채택하지 않았을 뿐, 일반인들에게는 한국을 나타내는 엠블렘(emblem, 전형적인 상징)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뉴밀레니엄을 기점으로 급변한 관광문화 측면의 국가적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붉은악마 치우천왕의 이미지가 얼마나 현격하게 부상하였는가를 알 수 있다. 1970에서 1980년대 산업부흥기에는 아리랑, 고궁, 전통춤 등의 이미지들이 한국을 상징했다. 1990년에서 2000년에 이르는 밀레니엄 말기에는 레져, 스포츠, 쇼핑 등 체험과 관광형태의 이미지로 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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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붉은악마, 축구, 정보기술, 태극기나 '~한민국'이라는 구호 등으로 재구성되기에 이른다. 때마침 한 천년이 가고 새 천년이 오는 기점이었다니 이 얼마나 오묘한 조화란 말인가. 국가 이미지로 등극한 여러 가지 것들 중에서 매우 현저하게 밀레니엄을 가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명징한 장면 전환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을 손꼽아보면 '다시 천년'을 충족할 그 무엇이 부상할 수 있겠는가? 하다못해 한 편의 드라마 서사라도 어떤 분기점을 지날 때는 스펙터클한 장면을 구성하지 않는가 말이다.


    일 년의 한 기점 설날을 보내기 위해서는 설빔을 입고 조상에게 제례하며 묵은 한 해를 씻어 보낸다. 하물며 일백년도 아니고 천년이 가고 다시 천년이 오는 기점이지 않은가. 자연발생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알지 못할 기운들의 추동이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바로 이때 '치우천왕기'가 나타나고 '붉은악마'를 외쳤던 것이다.


    '도깨비'들을 능가하는 명실상부한 도깨비 같은 획기적인 장면전환, 이보다 더한 장면이 있을까 싶을 만큼 스펙터클한 장면들이었다. 이전의 레드콤플렉스를 순식간에 벗어 제치며 새로운 시대 패러다임으로 부상하였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이 현상은 분명히 '다시천년'을 가르는 장면 전환이었다. 헌 천년을 보내고 새 천을 맞이하는 통과의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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