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정치권이나 사회가 하지 못하는 엄청난 연대를 보여주고 있는 BTS와 BTS의 팬덤 ‘아미’(ARMY)는 변용과 융합의 새로운 ‘문화 현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BTS에서 비롯된 창조력의 ‘현상’은 ‘한국인의 밈’을 창조적 모티브로 삼아왔다. 그러한 창조적 모티브로써 문화를 창조하고 소비하는 것은 단순히 멋진 물건을 구매하는 것 이상이다. 그것은 지역, 국가, 인종 간 신뢰의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더 좋은 세계를 만들 수 있을 지의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방식으로 뿌리 내리고 일상화한 BTS의 창조력은 인류 보편적 가치와 고민을 K팝(댄스)에 반영하고 있다. 그리하여 폭넓은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변용과 융합을 거듭하면서 ‘BTS와 아미의 현상’을 만들어 나갔고, 그렇게 맺은 창조의 결실들이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창조의 결실로 보여지는 K팝과 관련한 의미 있는 낭보가 며칠 전 보도되어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2023년 1월 27일 헤럴드경제 고승희 기자의 보도에 의하면, ‘K팝 댄스’가 미국 대학에 교과목으로 개설된다. K팝 댄스가 미국 글로벌 대학에서 정규 교과목으로 개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학계 등에 따르면,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 대학은 오는 가을학기부터 ‘K팝 댄스’를 무용과 이론, 실기 정규 교과목으로 개설한다. 3학년 학생부터 들을 수 있는 3학점짜리 무용 전공 필수과목이자 인문학 교양수업(General Education- Humanities) 중 하나로 제공한다.
샌디에이고 주립 대학 측은 "‘K팝 댄스’ 과목은 다양성(Diversity requirement)을 충족시키는 교양과목으로서 샌디에이고 주립 대학의 모든 학생이 졸업 전 필수과목으로 들어야 하는 인문학 과목의 옵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북미 대학의 무용과 역사상 처음으로 개설된 ‘K팝 댄스’ 수업은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의 오주연 교수가 맡는다. 오주연 교수는 처음으로 K팝 댄스를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정립하였다. 그리고 지난 2015년 K팝 댄스로 박사 논문을 썼다. 그리고 미국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학교에서 퍼포먼스 스터디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오 교수는 북미 최초의 한국인 무용이론 종신교수이다.
오 교수에 따르면, 현재 K팝 댄스 동아리는 대부분의 미국 대학에서 일반화되어 있고, 중 · 고등학교에서는 방과 후 수업에서 교과목으로 제공될 만큼 대중화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동안 K팝 댄스가 커버댄스나 플래시몹 등 팬덤의 영역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교육 영역으로의 장르로 발전하여 그 위상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특히 K팝 댄스가 단지 엔터테인먼트의 산업적 측면을 넘어 무용사의 일부분으로 이해하는 교육적 차원의 중요한 장르로 인식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오 교수는 "K팝 댄스에는 현대무용을 비롯해 한국무용, 발레, 보깅(voguing) 등 굉장히 다양한 춤의 뿌리가 담겨 있다”고 지적하며, "K팝 댄스가 교과과정으로 편입된 것은 무용사와 춤을 학문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K팝 댄스’가 필수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수업의 내용은 K팝 댄스를 집대성한 오 교수의 학술 저서인 『K팝 댄스: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팬더밍하는 방법(K-pop Dance: Fandoming Yourself on Social Media)』을 기본 교과서로 삼고, 16주간 K팝 댄스의 역사와 진화, 팬덤, 그리고 사회문화 및 정치적 의미를 수업 중에 다룰 예정이다. 학생들에겐 ‘K팝 댄스 챌린지’와 같은 과제도 주어진다.
2023년 7월에는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서머스쿨에서도 ‘K팝 댄스’ 수업이 개설될 예정이다. 이 수업 역시 오 교수가 맡는다. 7월 10~23일 2주간 수업이 진행될 예정인데 미국과 한국의 저명한 K팝 안무가를 초청, K팝 안무를 직접 배우고 학기 말에 공연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된다. 수업에서는 K팝 댄스가 노래에서 시작된 장르이기 때문에 ‘노래별 안무 학습’에 집중한다.
오 교수는 "발레 수업이 동작의 테크닉 난이도에 따라 진행된다면, K팝 댄스 수업은 상대적으로 쉬운 아이돌 댄스에서 고난도 아이돌 댄스로 넘어가며 그 레벨에 맞춰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K팝 댄스의 특이점은 공통된 움직임이 많고 학생 다수가 K팝 안무를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며 "K팝 댄스에선 모방이 중요한 가치이자 교육의 방법론으로, K-팝 댄스의 특징을 수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글로벌 대학에서 전공생을 위한 필수과목, 그리고 교양과목으로 ‘K팝 댄스’가 선정되었다는 것은 K팝 댄스가 무용사에서도 중요한 학문적 갈래로 인식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특히 서구와 백인 중심의 순수예술 및 대중예술은 그동안 아시아권으로 그 영역을 확장시켜왔는데, ‘K팝 댄스’의 교과목 개설은 기존의 대중문화 및 인종에 대한 편견을 뛰어넘는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렇듯이 K팝 댄스가 서구 · 백인 중심의 무용사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학문적 의미는 물론, K콘텐츠가 ‘반짝 유행’이 아닌 글로벌 문화의 메인 스트림(Main stream;주류문화)으로서 자리매김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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