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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이윤선의 남도문화 기행 (78)
다시천년, 개인들의 새로운 공동체로
이윤선(문화재청 전문위원)
뉴밀레니엄의 변화들이야 각계각층 각 장르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나현신,김현주의 "뉴밀레니엄시대 패션에 나타난 '페이크 펀(fake fun)' 디자인"을 참고한다. 2000년 이후 기성복 컬렉션을 보면 오브제의 쓰임새를 엉뚱한 위치로 이동시키거나 착용 위치를 뒤바꾼 스타일 등의 위치 왜곡, 의복의 일반적 형태를 왜곡하고 정상적인 착장 형식을 파괴하는 형태 왜곡, 눈속임 기법 등 현실 세계에서 불가능한 조합과 부조화를 통한 일탈 등이 일상화된다.
보는 이에게 유쾌한 감정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 '페이크 펀'이 뉴밀레니엄 시대의 주요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했을까? 기왕의 패러다임을 전복시키거나 희화화 시키는, 그래서 새 시대를 보다 즐겁고 재미있게 맞이하는 태도들이 두드러졌음을 보여준다. 마치 장난을 좋아하는 도깨비들의 심성이라고나 할까.
이제는 누구 눈치 보지 않고 권세에 주눅 들지 않으며, 기성의 양식과 제도를 비틀어 조롱하거나 비판하고, 그것을 당당하게 패션이나 각 장르들의 전면에 내세우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월드컵 축구 응원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일사 분란한 동원 체제를 강조하는 듯 보여도 사실은 페이크 펀에서 보여주는 놀이의 수단이기도 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월드컵 응원에 놓인 이 중층적이고 양가적인 태도는 이후 벌어질 촛불집회로 승계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그러나 이것이면서 저것이기도 한 복합적인 존재의 의미를 거리낌 없이 쏟아낼 수 있는 준비를 하였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기왕의 좌파, 우파의 구분법을 뛰어넘어, 붉은 치장을 두르고 붉은악마가 되었다가 광장의 촛불이 될 수 있었겠는가.
이제 2000년 뉴밀레니엄을 맞이하고 두 번의 십년을 보내고 있다. 이전의 천년과 새로 온 천년은 시간의 분절이라는 관습적 기점의 어떤 비전들을 설정하였나? 만약 설정하였다면 그 비전은 어떻게 이행되고 있나? 한국의 크고 작은 광장을 가득 메우면서 뉴밀레니엄을 열었던 붉은악마와 함께 분노의 여신, 페이크 펀, 내셔널리스트 치우의 등장을 다시 주목해보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붉은 흐름이 어찌 촛불혁명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 톺아보는 것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왜 '다시천년'의 기점에 이들이 등장하게 되었으며 그 의미는 또 무엇일지 추적해보는 시간을 마련해보려 한다. 거듭 생각하는 것은 이것이야말로 통과의례였다는 것, 이 의례를 통과하지 않으면 뉴밀레니엄을 도저히 열 수 없었던 불가피한 놀이였다는 점이다. 고작 일 년이 그렇고, 한 세기도 그럴진대 아무려면 한 천년이 그냥 올수야 있겠는가. 나는 지금 유쾌한 반란, 다시천년 벽두의 붉은악마를 애틋하게 추억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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