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0 (금)
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BTS의 팬덤 아미는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요즘 주변에서 보는 팬덤의 확장과 현상은 보통 민주주의를 얘기하지만 서로 다른 개개인들을 적대하고 싸우면서 분열을 야기한다. 아마도 안티테제(Antithese)에 기인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이나 사회가 하지 못하는 엄청난 연대를 보여주고 있는 BTS와 BTS의 팬덤 ‘아미’는 변용과 융합의 새로운 ‘문화 현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BTS에서 비롯된 창조력의 ‘현상’은 ‘한국인의 밈’을 창조적 모티브로 삼아왔을 것이다.(이어령 글 참조, 이지행 박사 글 참조)
BTS는 은연 중에 우리말과 우리글 등 늘 ‘우리 것’을 파헤치고 한국인의 정서와 습성을 들여다보면서 창조의 모티브로 삼아 왔을 것이다. 그러한 방식으로 뿌리 내리고 일상화한 BTS의 창조력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인간 보편의 폭넓은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변용과 융합을 거듭하였다. 그러면서 ‘BTS와 아미의 현상’을 만들어 나갔고, 그렇게 맺은 창조의 결실들이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각 집단들이 팬덤을 유지하고 공동체로서 참여하게 하는 방식에는 프랑스의 미디어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피에르 레비(Pierre Levy, 1956~ )가 고안한 ‘집단 지성’과 ‘코스모피디아’의 개념을 꼽고 있다. ‘집단지성’의 사전적 의미는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여 쌓은 지적 눙력의 결과로 얻어진 지성, 또는 그러한 집단적 능력을 말한다. 그 중 레비는 결속과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장으로서의 ‘사이버 공간’을 코스모피디아로 부르고 있다. 코스모피디아에서는 ‘개개인의 발화가 집단에 매몰되지 않고 서로의 자리에서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의 팬덤 현상은 정치 팬덤, 취향 팬덤으로 나타는데, 이들의 과도한 열정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 그런데 이 둘의 공통점은 어떤 영향에 의한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치 팬덤은 ‘공격’ ‘타도’ 등 소위 ‘안티테제’에서 시작하는 혐오, 분노, 비관 등의 경우가 많다. 안티테제는 반대 의견, 반대편, 반대 주장, 반정립, 반대 명제 등을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정치에서는 상대 진영이 잘 되면 나의 개인적 이익이나 정치적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서 긍정적 출발보다는 상대방을 부정하는 생각이 중심에 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취향 팬덤은 대체적으로 열광, 기쁨, 기원(care),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등에서 출발하므로 정치 팬덤과는 시작부터 다르고 결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사랑, 보살핌, 열광으로 시작된다. 그 이유는 팬덤들이 공유하는 사랑의 대상이 있고 그 대상(BTS)이 원치 않는다면 싸우다가도 결국에는 뭉친다. 또 그 대상이 추구하는 선한 메시지를 공유하고 같이 가고 싶어 하면서 긍정적인 방식으로 정치 사회에 적극 참여한다. 집단에 매몰되지 않고 서로 보완하는 ‘코스모피디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BTS의 팬덤 ‘아미’는 집단에 매몰되지 않고 코스모피디아에 해당하는 긍정적인 팬덤으로써 정치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이끌어진 아미에 대한 BTS의 영향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그룹으로서의 남다른 에토스(ethos, 어느 사회 집단의 특유한 관습, 또는 인간의 습관적인 성격), 즉 한국인의 습성과 정서들을 창조의 모티브로 삼으며 변용과 융합을 거듭하면서 아미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를 생각해 본다.
그래서인지, BTS의 팬인 아미들은 그룹으로서의 BTS를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각자 지향하는 바가 다른 팬들조차도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BTS 7명이 함께 모였을 때 그룹으로서 자아내는 조화로움, 그 시너지 효과에 매료되고 있다. 그것은 다른 어떤 K팝 그룹, 더 나아가 어떤 일반 조직에서조차도 보기 드문 강력한 종류의 것임을 아미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조직 기반이 만들어진 BTS의 특성들은 무엇이 있을까?
BTS라는 그룹으로서의 특성을 살펴보면, 첫 번째는 서로 상대방을 탓하지 않고 먼저 칭찬부터 하는 리더십을 갖고 있다. 어떤 그룹이나 조직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서로의 단점을 지적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런데 BTS의 경우 서로를 칭찬하는 성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꽤 감동적이다. 두 번째는 형제애를 바탕으로 한 멤버들 간의 강력한 화합적 작용이다. 아미들은 다 알고 있겠지만, 일명 ‘야채튀김소년단’이라고 불릴 정도로 항상 멤버들이 서로 끈끈하게 붙어 있는데 그것은 쇼맨십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우애와 친밀함 그 자체이다.
세 번째는 소외 되는 멤버는 없는지 항상 서로를 살피는 배려의 마음이다. 인터뷰를 할 때나 어떤 콘텐츠를 찍을 때 누가 말을 못하고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각 멤버들이 서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오래 지켜 본 팬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네 번째는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강력히 응원한다는 점이다. 보통 연습생 때는 열심히 하다가도 데뷔하고 나면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의 실력을 계발하거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추진한다는 것에 등한시하거나 소극적일 것이다. 그런데 BTS는 바쁜 스케줄에 쫓기면서도 하나같이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상의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하고 있다. 이러한 BTS의 삶의 태도를 보면서 팬들은 하나같이 BTS를 지지하고 나아가 인생을 살아가는 롤 모델로도 삼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 오게 하고 있다.
다음 회에서 BTS와 아미의 현상에 대해 계속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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