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2 (일)
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K-컬처가 우리 경제에 끼친 영향은 컬처로서의 직접적인 영향과 그로 인한 간접적인 영향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 K-컬처 중 K팝이 우리 경제에 끼친 영향은 또 어느 정도일까? 2023년의 마지막 달인 12월 중순 경 언론 보도에 의하면 2023년도의 K팝 음반 판매량은 8천만 장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그 중 BTS가 1위라고 하였다.
BTS가 개척한 길은 다른 K팝 그룹에도 이정표를 제시하게 되었다. 그 중 JYP엔터테인먼트의 8인조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는 2022년 3월 28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200’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 스트레이키즈는 BTS와 슈퍼엠에 이어 빌보드200에서 1위를 한 세 번째 K팝 아티스트가 되었다.(중앙일보 2022.03.31.)
빌보드200은 미국 내에서 발매된 앨범의 판매량과 스트리밍 횟수 등에 따라 순위가 매겨진다. 그런데 스트레이키즈가 지난 3월 18일 발매한 미니 앨범 ‘오디너리(Oddinary)’는 3월 24일까지 미국 내에서만 실물 앨범 10만3000장이 팔린 것이다.
이와 같이 스트레이키즈의 빌보드 앨범 차트가 1위를 기록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난 1년간 유튜브 음악 동영상 분석 결과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스트레이키즈는 한국보다 멕시코와 미국 등 북미에서 인기가 많았다. 스트레이키즈의 유튜브 조회 수는 17억5000만 회로 K팝 그룹 중에서는 BTS, 블랙핑크, 트와이스에 이어 4위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1년 간 전 세계 10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다른 8개 팀 · 가수들에 비해서 한국에서만 조회 수 상위 10위에 들지 못했다.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4540만 회 정도에 그쳤는데, 멕시코에선 1억7800만 회, 미국에선 1억4600만 회가 조회되었다. 브라질에서도 7980만 회가 조회되었다. 신곡이 나온 2022년 3월의 조회 수를 분석해도 멕시코 · 미국에서 가장 많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스트레이키즈의 앨범은 발매 후 1주일 동안의 판매량이 85만3000장을 기록했는데 자체적으로 최고의 기록이다. 이 판매량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팔린 양이다.
2022년 들어서 K팝 그룹의 첫 주 앨범 판매 기록이 연이어 경신되고 있었는데, 앨범의 판매량 증가는 최근 K팝 시장에서 두드러진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인 NCT드림의 정규 2집은 2022년 3월 28일 발매 첫날 하루 동안 70만 장이 팔렸고, 선주문 수량도 200만 장에 달했다.
노래 '빨간 맛'으로 잘 알려진 SM의 9년 차 걸 그룹 레드벨벳은 지난 21일 발매한 앨범 ‘필 마이 리듬’으로 첫 주에만 44만 장을 팔았다. 이는 역대 걸 그룹 2위에 해당하며 지난해 ‘퀸덤’ 앨범 첫 주의 판매량인 20만7000장의 두 배를 넘는다.
한터차트 심세나 홍보팀장은 "BTS 이후 글로벌 팬 유입으로 K팝 앨범 판매량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가장 큰 음원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음악 시장이 음원 · 스트리밍 위주여서 앨범 시장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K팝 팬들만 앨범을 점점 더 많이 사고 있다”고 말했다. 심 팀장은 "공연이 없었던 최근엔 앨범 발매 직후 팬들이 모여 기록을 만들어 주려 하고, 아티스트의 수익을 올려 주려는 의도가 더해진 영향도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K팝의 음반 판매량을 비롯한 K-컬처의 경제적 수지는 어느 정도일까?
BTS, 블랙핑크 등 K-한류 열풍에 힘입어 상반기 지식재산권 무역수지가 3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 흑자이자 역대 세 번째 흑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2022년 9월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지식재산권 잠정적 무역수지’는 3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작년 상반기의 7000만 달러 적자에서 4억4000만 달러 흑자로 전환된 것이다. 2018년 하반기, 2019년 하반기 3억5000만 달러에 이어 세 번째 흑자이다.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크게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으로 나눠지는데, 산업재산권 적자폭이 축소되고, 문화예술저작권이 K-콘텐츠인 K팝과 K드라마, 영화, 웹툰, 문학작품 등의 수출로써 문화예술 저작권, 연구개발 및 SW(소프트웨어) 저작권의 흑자가 확대되고, 수출의 호조 등으로 견실한 흑자 흐름을 지속적으로 유지한 영향이라고 한국은행은 평가했다.
산업재산권의 경우 국내 대기업의 베트남 현지법인 등에 대한 특허 및 실용신안권 수출 증가로 3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1년 전의 10억 1000만 달러 적자보다 적자폭이 대폭 축소되었다. 저작권의 경우 8억7000만 달러 흑자를 보였다. 문화예술 저작권이 3억8000만 달러 흑자로 반기 기준 흑자폭 2위를 보인 영향이다. 특히 음악, 영상이 4억 달러 흑자로 이 역시 반기 기준 흑자폭 2위를 보였다. 연구개발 및 소프트웨어 저작권은 6억7000만 달러 적자를 보여 게임 제작사의 컴퓨터 프로그램 증가에 적자 폭이 2억6000만 달러 줄었다.
임인혁 한국은행 국제수지팀장은 "지식재산권의 흑자 폭이 커진 것은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드라마 제작사, 영화제작사 등에서 음악, 드라마, 영화 등 한류 콘텐츠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특히 BTS, 블랙핑크 등 대표 한류 가수의 활약으로 음악, 영상 등이 주로 일본에 수출되면서 문화예술 저작권 수지가 흑자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렇듯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무역 적자의 시대에 K-컬처의 효자라고 할 수 있는 K팝은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흑자에도 기여하고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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