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5 (일)

[리뷰] 전주대사습뎐(傳), 국악 진수 서울에서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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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리뷰

[리뷰] 전주대사습뎐(傳), 국악 진수 서울에서 펼치다

11월 13일 국립극장 하늘극장 성황리 종료
역대 수상자, 국내 최고의 명인·명창 출연
판소리, 민요, 살풀이춤, 창극 등 다양한 분야

지난 13‘2022 전주대사습뎐()’이 국립극장 하늘극장 나들이를 했다. 역대 수상자, 국내 최고의 명인·명창들이 총 출연했다.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가 주최하고 전주시와 전주대사습청이 주관하는 이번 공연은 국내 대표적인 국악대회 중 하나인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를 대중에게 알리고, 수상자들의 왕성한 활동 장려 및 국악의 대중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취지를 가진다.

 

조선 후기까지 이어오던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일제강점기 잠시 단절되다가 1975년 복원되어 올해 9548회를 맞으며 새로운 명인·명창을 배출해냈다. 정읍시립국악단 김용호 단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남도민요, 한량무, 판소리, 가야금병창, 살풀이 춤, 시조, 승무, 경기민요, 단막창극 등 다양한 국악 분야를 선보였으며, 역대 장원자들은 물론, 국내 최고 전통예술인들이 함께 하며 고품격 무대를 펼쳤다.


남도민요 - 김차경.png
[국악신문] 김차경, 강경아, 김미숙, 최영인, 정수인, 이지숙, 양혜인 명인은 남도민요 ‘흥타령’, ‘동해바다’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사진=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국악방송. 2022.11.13.

 

첫 무대는 김차경, 강경아, 김미숙, 최영인, 정수인, 이지숙, 양혜인 여성 명창들의 남도민요 흥타령’, ‘동해바다로 문을 열었다. 역대 대통령상 수상자들의 무대는 과연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여 넘치는 신명과 흥으로 객석은 들썩이기 시작했다. 창자들은 여유로운 미소와 눈맞춤으로 관객들과 교감했다.


한량무 - 이서윤.png
[국악신문] 이서윤 명무는 ‘한량무’로 섬세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춤사위를 보여주었다. (사진=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국악방송. 2022.11.13.

 

이어지는 이서윤 명무의 한량무는 남성 무용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섬세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춤사위로 보는 이들을 집중케 했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가벼운 발동작 끝자락에 스치듯 지나치는 남성의 버선코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판소리- 박현영.png

[국악신문] 박현영 명창은 올해 본인의 장원 수상곡인 ‘적벽가 중 조자룡 활 쏘는 대목’으로 다시 한 번 탄탄한 공력을 발휘했다. (사진=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국악방송. 2022.11.13.

 

올해 48회 전주대사습전국대회명창부 대상(대통령상)을 차지한 박현영 명창은 본인의 장원 수상곡인 적벽가 중 조자룡 활 쏘는 대목으로 다시 한번 탄탄한 공력을 발휘했다. 적벽가 특유의 힘 있고 박진감 넘치는 극적 전개를 훌륭하게 소화해내면서도, 이제는 경연이 아닌 관객과 호흡하는 무대에서 자신만의 색채를 가미한 열창으로 관객의 환호를 이끌었다.


가야금병창 - 강정숙.png
[국악신문] 강정숙(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 명인과 이정아, 박연하 명인은 가야금병창 ‘호남가’, ‘심청가 중 방아타령’을 선보였다. (사진=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국악방송. 2022.11.13.

 

강정숙(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 명인과 이정아, 박연하 명인은 가야금병창 호남가’, ‘심청가 중 방아타령을 선보였다. 명인들은 12줄 전통 가야금의 깊고도 맑은 울림을 곡에 녹이며, 풍부한 성량과 감성으로 무대를 가득 채웠으며, 노장 강정숙 명인의 노련한 연주와 소리는 곡의 감성을 청중에게 오롯이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방아 더 빨리 찧읍시다.”라며 관객과 호흡하려는 노장의 열정에 듣는 이는 곡에 더욱 몰입한다. 청중을 향한 미소를 잊지 않으면서도, 연주와 소리 이중의 감성을 오가며 집중을 소화해내는 그들의 에너지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가야금 3대와 장구1대의 연주는 깊고도 맑은 가야금 특유의 가락과 장구의 장단이 어우러져 관현악 없이도 음악적 풍부함을 자랑했다.


살풀이춤- 정명숙.png
[국악신문] 정명숙(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예능보유자) 명무는 88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우아하고 섬세하면서도 절제미가 돋보이는 ‘살풀이 춤’을 선보였다. (사진=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국악방송. 2022.11.13.

 

이어, 사회자는 살풀이 춤을 선보일 정명숙(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예능보유자) 명인의 소개 말미에 ‘88라고 밝히며, 관객들의 감탄과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그녀의 작지만 야무진 몸체와 시선은 시종일관 거의 정해진 각도만을 향해 있고, 손과 발의 섬세하고도 절제된 움직임으로 하나의 몸짓을 완성한다. 최소한의 가락과 장단만으로 명인은 그렇게 우리의 한을 몸으로 노래했다. 보는 이도 숨죽이고 집중한다. 무엇보다 연세 90을 바라보는 노장의 수십 년 춤의 여정이 녹아든 표정과 연륜의 주름은 그녀의 춤에서만이 줄 수 있는 깊은 감동이다.

                          

시조- 장영이.png
[국악신문] 장영이 명창은 엮음지름시조 ‘푸른 산중 하에’로 시조의 멋과 맛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사진=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국악방송. 2022.11.13.


이어 장영이 명창은 엮음지름시조 푸른 산중 하에로 시조의 멋과 맛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호흡이 길고 음역대가 급격하여 운율 담아 읊어 내기에는 상당한 집중과 에너지가 요구되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소화하며 객석을 집중케 했다. 시조 특유의 문학적·음악적 색채를 한껏 즐길 수 있는 무대였다.


판소리- 김수연.png
[국악신문] 김수연(국가무형문화제 제5호 판소리 '수궁가' 예능보유자) 명인은 ‘단가 어화세상’, ‘수궁가 중 범피중류’를 통해 힘과 흥이 고루 펼쳐진 무대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사진=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국악방송. 2022.11.13.

 

김수연(국가무형문화제 제5호 판소리 '수궁가' 예능보유자) 명인의 수궁가는 힘과 흥이 고루 펼쳐지고, 발음 또한 정확하여 관객은 명인의 흥과 멋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이번 무대 역시 명인은 단가 어화세상’, ‘수궁가 중 범피중류를 통해 그러한 매력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또한 별주부가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의 노련한 연기는 특유의 해학과 재미를 더해 관객의 추임새와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무대를 사로잡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무대는 고정훈 명고가 함께 했다.


승무- 채향순.png
[국악신문] 채향순(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 명무는 세상 모든 것을 포용하는 빼어나면서도 절제된 춤사위로 승무의 기승전결을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사진=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국악방송. 2022.11.13.

 

이어지는 무대는 전통의 삶과 예술이 녹아 있는 몸의 예술 승무이다. 채향순(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97호 '살풀이춤' 이수자) 명무는 세상 모든 것을 포용하는 빼어나면서도 절제된 춤사위로 승무의 기승전결을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염불과장에서는 세상의 모든 기운을 말하듯 느리고도 포용적이지만, 타령과장, 굿거리과장으로 갈수록 다양한 삶의 모습과 군상을 말하듯, 장단은 빠르고 경쾌해진다. 빠른 장단에서 보여주는 손과 발의 주고받는 듯한 호흡은 긴박함을 완성해간다. 법고과장에 이르러 명무의 북채는 북과 만나고, 그 두드림은 북의 장단과 가락을 만들어내며 심장을 울리는 듯한 강렬함으로 관객은 삶의 정점을 만나게 된다. 함께 하는 관현악단의 연주는 음정과 박자 그 이상의 언어로 그 강렬함에 힘을 더했다. 승무의 백미 법고과장에서 관객은 승무만이 주는 감격의 최고조를 경험했다.


경기민요- 이호연.png
이호연(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전승교육사) 명창과 이소정, 채수현, 김빛여울, 이덕용 명창은 경기민요 ‘정선아리랑’, ‘한오백년’, ‘신고산타령’, ‘궁초댕기’를 선보이며 객석의 흥을 돋우었다. (사진=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국악방송. 2022.11.13.

 

이호연(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전승교육사) 명창과 이소정, 채수현, 김빛여울, 이덕용 명창은 경기민요 정선아리랑’, ‘한오백년’, ‘신고산타령’, ‘궁초댕기를 선보이며 객석의 흥을 다시 돋우었다. 경기민요 특유의 경쾌함과 맑은 음색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호연 명창의 연륜이 묻어나는 여유롭고도 깊은 음색은 경기민요의 깊은 매력에 빠져들게 했다.


창극1- 송재영.png
[국악신문] 단막창극 ‘흥보가 중 흥보 뺨 맞는 대목’은 관객에게 가장 많은 웃음을 선사하며, 객석과의 유쾌한 호흡을 자랑했다. 흥보역을 맡은 송재영((사)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 제29회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장원)명창, 젊은 실력파 소리꾼 최용석(놀보 역). (사진=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국악방송. 2022.11.13.

 

창극2-김학용.png
[국악신문] 단막창극 ‘흥보가 중 흥보 뺨 맞는 대목’은 관객에게 가장 많은 웃음을 선사하며, 객석과의 유쾌한 호흡을 자랑했다. 국내 창극계를 대표하는 김학용(마당쇠 역)명창. (사진=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국악방송. 2022.11.13.

 

이어진 단막창극 흥보가 중 흥보 뺨 맞는 대목은 관객에게 가장 많은 웃음을 선사하며, 객석과의 유쾌한 호흡을 자랑했다. 흥보역을 맡은 송재영(()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 29회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장원)명창을 필두로, 국내 창극계를 대표하는 김학용(마당쇠 역), 김차경(놀보처 역) 명인, 그리고 젊은 실력파 소리꾼 최용석(놀보 역) 명창의 찰진 연기와 인물간의 호흡, 극적 감성을 녹여내는 농익은 소리, 그리고 해학과 재미를 곁들인 대사와 구성은 실내 객석을 야외 마당놀이 한 장면으로 바꾸어 놓았다. 흥보의 애절한 소리에 관객은 애처로워했으며, 놀부의 탐욕에 질책하거나, 마당쇠의 익살과 인간미에 넋을 놓고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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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마지막 무대는 국악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명창들이 장식했다. 박현영, 정승준, 조정규, 박상훈, 정진성 명창들의 남도민요 ‘성주풀이’, ‘삼산은 반락’, ‘개구리타령’은 앞서 선보였던 여성 명창들과는 색다른 매력의 남도민요를 보여주었다. (사진=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국악방송. 2022.11.13.

 

마지막 무대는 국악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명창들이 장식했다. 박현영, 정승준, 조정규, 박상훈, 정진성 명창들의 남도민요 성주풀이’, ‘삼산은 반락’, ‘개구리타령은 앞서 선보였던 여성 명창들과는 색다른 매력의 남도민요를 보여주었다. 탄탄한 실력을 갖춘 젊은 명창들의 힘찬 무대가 다시 한 번 객석의 흥을 돋우었으며,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한 전통음악이 젊은 소리꾼들에 의해 불리는 색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국립극장 하늘극장은 특성상 무대를 둘러싸는 원형의 객석의 구조를 갖추고 있어, 객석과 무대가 상당히 가까워 마당극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관객은 공연자들의 노래, , 연주는 물론 표정까지 읽으며 밀착된 감상이 가능했기에 더욱 뜨거운 호응과 추임새를 더해주었다. 무대를 가득 채웠던 명인·명창들 역시 객석의 진심어린 격려와 호응에 힘입어 더욱 열정적인 무대를 완성할 수 있었다.


공연의 총 연출을 맡은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송재영 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코로나로 인해 생활이 여전히 침체된 상황이지만, 관객 분들이 공연 보시고 많이 즐거워하시고, 가슴 답답한 것들이 해소되시는 것 같아서 행복합니다. 이번 공연은 원로 명인 분들과 차세대 유망주, 장원자들로 구성되어 함께 무대를 꾸민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유료 공연을 시도했습니다. 출연자 분들도 음악적으로 수준 높은 분들로 구성했는데요, 다행히 반응이 너무 좋아서 표가 부족할 정도였습니다. 이번 경험으로, ‘국악공연은 무료라는 인식에서 탈피해서, 공연의 질을 높여가면서 유료화한다면, 관객 분들도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국악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면서, 국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그리고 전주대사습놀이가 대중에게 많이 익숙한 대회이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을 순회하면서, 지방 큰 도시에서도 공연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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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1975년에 부활되어 올해 제48회를 맞았다. (사진=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국악방송. 2022.11.13.

 

올해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48회를 맞았다. ‘대사습(大私習)’이라는 이름으로 기록에 남겨진 역사만으로도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1975년에 부활된 대회만으로도 현재 전국규모의 대회 중에는 깊은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전주가 국악의 고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주대사습놀이라는 문화가 그 중심에 있었으며, 이것은 소리를 아끼고 향유하는 전주의 예인들과 시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인·명창들을 배출하고, 국악 보존을 넘어 국악 세계화를 꿈꾸는 전주대사습놀이가 내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올지 기대된다.

‘2022 전주대사습뎐()’ 공연은 국악방송 TV를 통해 추후 방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