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이윤선(문화재청 전문위원)
진도지역에서는 어린아이들이 죽으면 '오쟁이쌈'을 했다. 졸저 '산자와 죽은자의 축제'(민속원, 2018. 03)에 소개했던 풍장(風葬)의 한 내용이다. 2017년 본지를 통해서도 언급하였으나 보완해두고 공부자료로 삼는다. 초분(草墳, 二次葬制의 하나)과 관련지어 해석하고자 했다. 오쟁이는 짚으로 엮어 만든 작은 '섬'을 말한다.
아이의 주검을 오쟁이 안에 담아 해안의 장송가지에 매달아두는 장례법이다. 일종의 풍장(風葬)이다. 이를 진도지역에서는 '오쟁이쌈'이라고 했다. 왜 오쟁이에 담아서 육중한 해송의 가지에 걸어두었던 것일까? 이것은 왜 초분을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으로 이어진다. 여태껏 사람들에게 물어왔다. 하지만 속 시원하게 답변을 해주는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는 망자가 초분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었다는 답변을 들었을 뿐이다.
그것뿐일까? 그렇다면 망자는 왜 초분해주기를 원했을까? 나는 오랫동안 주검 처리하는 예법과 방식들에 대해 특히 아이들의 주검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 주목해왔다. 아이들의 경우 항아리 등에 넣어 돌로 묻어두는 형태가 보편적이다. 남도말로 '독장' 혹은 '독담'이라 한다. 이 논의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 마한지역의 옹관(甕棺)으로도 이어진다. 한자문화권을 포함하여 동아시아에 널리 연행되었던 방식, 큰 항아리에 시신을 안장하는 고대로부터의 장례법들이다.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장례법들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도대체 무엇일까? 죽은 아이들에게 지상의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매미가 탈바꿈을 하고 죽는 찰나의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다시 부화한 알들은 애벌레가 되어 지하로 들고, 어떤 이들은 천사의 날개옷을 빌려 하늘에 오른다. 어쩌면 백년일지도 아니 천년일지도 모른 길고 긴 잠을 청한다. 하지만 영원히 잠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병을 깨고 오르는 아프락사스의 새처럼 한 생애의 풍경을 깨트리기만 하면 된다. 이전의 자신을 온전하게 벗어버리는 매미처럼 말이다.
지상의 날들이 닷새면 어떻고 하루면 어떤가. 가장 사랑하는 자신의 아이를 오쟁이에 매단 부모의 심정을 생각해본다. 단 하루가 아니라 단 한순간만이라도 죽은 아이가 다시 태어나거나 거듭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 애틋한 마음들이 해송 숲의 오쟁이 장례 풍경을 만들어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종교와 문화와 문명 아니 시공을 넘고 상상을 넘어 그 어떤 수식으로 설명한다 해도 상통할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인류의 소망이지 않겠는가.
여름이 가기 전에 얼마나 많은 지하의 매미들이 지상으로 올라올지, 그래서 내 귀청을 뜯으며 울어댈지 이제 그 많은 탈바꿈과 거듭남과 재생과 부활의 사건들을 묵상할 시간이다. 이제 장마 끝나 여름 깊을 것이니 오랜 세월 기다렸던 매미들 지상으로 올라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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