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2 (일)
이윤선(문화재청 전문위원)
전 진도문화원장 박병훈이 1991년 '예향진도 22호'에 소개하여 남도문화제 등에 출연했던 놀이 이름은 '차첨지놀이'다.
무정이 은파유필에서 기록한 차첨지라는 캐릭터와 '외쌈놀이'를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각색하거나 새로 연출한 부분도 많기 때문에, 세세한 내용을 여기 다 소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오이에 대한 상징, 풍자와 해학 등으로 코믹하게 꾸민 놀이라는 점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오이밭의 주인공은 차첨지다. 차첨지 마누라가 소매(소변)동이를 이고 나와 강강술래 하는 사람들 머리위에 붓는 장면이 연출된다.
차첨지의 대사는 노골적이다. 몸집 큰 여인네 엉덩이를 감싸보며 '할멈, 이 수박 좀 보게, 꼭 윤부자집 며느리 소쿠리만 하네, 또가리(또아리) 좀 받치세'한다.
차첨지 마누라는 여인들 젖가슴을 주무르는 시늉을 하면서 '그놈만 크요? 이 수박 좀 보시오, 주렁주렁 셀 수도 없이 열렸소'라고 응수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여인들의 어깨를 들어 보이며 '워매 이 물외는 꼭 영감 그것만치나 하요, 안 그라요 영감'하며 희롱한다.
이후 심술보 영감과의 놀이, 구렁이나 뱀을 상징하는 밧줄 토막을 던지며 놀이를 끝낸다. 무정이 기록했던 시기만으로도 지금으로부터 120년 이전의 장면들이다. 내가 이 놀이에서 주목했던 것은 오이에 대한 상징이다. 성희롱 혹은 성폭력적 풍경들은 탈춤이나 다시래기 등 민속놀이에서 일반적으로 채택되었던 방식들이다.
여기서의 오이는 남근(男根)이다. 순화하면 남성성(男性性)이다. 은파유필을 역해한 박명희는 이 시의 파과(破瓜)를 '나이 64세'로 풀이했다. 백낙천의 시 '나이 예순넷이니 어찌 노쇠하지 않을 수 있겠나'라는 대목과 조선후기 윤기의 문집 ]무명자집]을 인용해두었다. 외따기놀이를 노쇠한 차첨지의 남성성에 대한 희화화로 풀이했다. 남도지역 대개의 마을 앞에 서있는 입석(立石)으로부터 종교적, 문화적 혹은 예술적으로 포장된 남근의 은유들은 거론하기 힘들만큼 광범위하다.
기자(祈子, 아들을 낳게 해달라는 기원), 기풍(祈豊, 풍요에 대한 기원)의례의 원초적인 형국으로 해석한다. 물론 오이가 모두 남근 메타포에 포획된 것만은 아니다. 문화권에 따라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포장되고 각색되며 변화해 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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