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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문화재청 전문위원)
오이 따기
"금침 같은 손가락과 실 같은 머리카락
머리 나란히 하고 손잡으니 한껏 기뻐
바늘과 실을 가지고 회문금을 짜듯이
밤새 내내 끊일 때 없이 돌고 도는구나
파과할 때가 되어 오이 따는 것 희롱하니
어지럽게 꼭지 떨어짐에 꽃잎 떨어진 듯해
그 어떤 사람이 풍류의 모범을 허여했던가
벼슬은 첨지라 하고 성은 차씨라 한다네"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그려지는 그림들, 나란한 머리, 서로 잡은 손, 밤새 끊일 때 없이 돌고 도는 놀이, 그렇다, 강강술래의 한 장면이다.
정만조의 <은파유필>(1896~1999년 기록) 중 '추석잡절'이라는 제목의 시인데, 소개한 대목은 현행 강강술래 놀이의 '바늘귀 뀌기'와 '꼬리 따기'놀이에 해당한다. 후자를 '쥔쥐새끼놀이' 혹은 '외따기놀이' 등으로도 부른다. 졸고, '강강술래의 역사와 놀이구성에 관한 고찰'(한국민속학, 2004)에서 이들 부대놀이를 분석해두었으니 참고 가능하다.
텃밭에서 오이를 딸 때마다 이 놀이를 떠올렸던 것은 오이의 상징과 기원에 대한 상고(詳考)의 열망 탓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고향에서는 오이(胡瓜)를 '물외'라 한다. '참외'에 대응하여 생긴 이름일까?
조선시대에는 황과, 월과, 첨과, 왕과, 사과(수세미), 적전과, 적과 등 부르는 이름이 다양했다. 강강술래 놀이에 오이따기 놀이가 들어가 있는 것도 오이가 가진 깊은 역사와 광범위한 이미지 때문 아닐까?
‘은파유필’에는 지금의 기와밟기놀이를 유장희(踰墻戱) 즉 담넘기놀이로, 청어엮기놀이를 침사희(針絲戱)로, 꼬리따기 놀이를 '적과희(摘瓜戱)'로 소개하고 있다. 후자를 '외따기놀이', '왜때기놀이', '외쌈놀이', '외땀놀이' 등으로 부르는 것은 모두 외(오이)를 따는 놀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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