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정창관/한국고음반연구회 부회장
이 음반은 1998년에 이 땅의 잃어버릴 소리, 날아가 버릴 소리를 후손에 전하기 위해 필자가 기획, 녹음, 제작한 음반이다. IMF시대에 대부분의 음반제작사들이 국악음반 제작을 중단한 이 때에 개인의 이름을 앞에 걸고, 지금 녹음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질 소리를 찾아 녹음하는 시리즈의 첫 번째 음반이다. 2012년까지 15집으로 마무리하였다. 필자에게는 모두 소중한 명반이다.
첫 음반은 강순영 가야금명인의 음반이었다. 72세에 출반한 명인의 첫 음반이다. 이 음반에는 <신관용제 가야금산조>, 창작곡 <독주 허튼가락>과 <새타령>, 가야금병창 단가 <어화세상>과 <객래문아>, 단가 <사창화림>과 판소리 심청가 중에서 <곽씨부인 유언하는 대목>으로, 강순영 명인이 가지고 있는 음악을 조금씩 다 담았다.
강순영 명인은 1927년에 풍류의 고장인 남원에서 태어났다. 15세 때 남원에 살던 꿈 많던 소녀시절에 국악에 입문하여 강도근 명창에게 판소리를 배우는 등 여러 선생을 모시고 갖가지 기예를 익혔다. 그 가운데 가야금산조로 귀신같은 솜씨를 자랑하던 신관용 선생을 모시고 3년간 신관용제 가야금산조를 배웠다. 그래서 평생 신관용제 가야금산조의 기둥으로 활동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27세 때부터 남원 국악원에서 5년간 가야금 사범으로 있었는데, 이때 기른 제자 안숙선, 강정렬 등은 지금 경향에서 국악계의 원로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39세 이후로 지금까지 진주에 은거하며 제자를 기르고 있다. 그와 더불어 활동하던 김윤덕, 성금연, 김죽파, 함동정월, 박귀희와 같은 선후배 명인들이 두루 저 세상으로 갔으니 강순영 명인은 학교 세대가 아닌 마지막 명인으로 남아 있었다.
강순영 명인이 취입한 가야금산조는 신관용제로 이는 전라북도제에 든다고 할 수 있다. 가야금산조를 창시했다는 김창조 가야금산조와는 음악구성이 사뭇 다르다. 대단한 기량을 지닌 이색적인 거장 신관용 명인의 음악이 고스란히 표현되고 있다. 산조를 비롯한 병창, 단가, 판소리 등은 강순영 명인의 음악이 새로이 조명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음반은 현재 매우 귀하다. 당시 거의 무료로 배부하였지만, 중고시장에서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
* 관련 음반 : http://www.gugakcd.kr/music_detail.asp?cd_num=CKJCD-001
본 글은 음반 해설서의 내용을 좀 다듬어서 실음.
* 국악음반의 자세한 내용은 ‘정창관의 국악CD음반세계’(www.gugakcd.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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