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0 (금)
"1985년 8월 15일 오전 11시부터 12반까지 90분간 송출된 특집방송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KBS 방송사상 유일하게 뉴스 없이 진행된 이 방송은 ‘울릉도아리랑’을 송출한 감동으로 내 가슴에 남아있다. '울릉도라 동해섬은 자물통세상/ 한번들어오면 나갈줄을 모르네”, 김제조 할아버지의 이 아리랑에는 울릉중계소의 전파음과 함께 파도소리가 반주로 따라온 매우 매력적인 소리였다. 20년 전의 그 감동으로 이 번 음반에 ‘울릉도아리랑’을 수록한다."
1999년 말에 나온 음반 ‘팔도아리랑’의 김연갑선생 해설 일부이다. 이 음반이 나오기 전까지 울릉도아리랑의 존재를 알고 있는 분들은 드물었다. ‘신비의 섬’, ‘환상의 섬, ’동해의 외로운 섬‘ 같은 표현으로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고 있던 울릉도에 아리랑이 있다는 것은 의외이고 뜻밖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은 "울릉도의 생활상을 노래한 아리랑으로 1980년대 울릉읍 사동리 김재조와 천부리 진태원이 구연한 것을 김연갑이 채록하였다”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향토문화전자대전‘에 올라있지만 당시로서는 생각을 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이런 인식은 2012년 유네스코의 인류문화유산 아리랑 등재 과정을 통해 전환되는 계기를 맞게 되었다. 나아가 세계인들에게도 알려지게 되었다. 6개국의 인류문화유산 등재 심사위원들은 한국인이 사는 곳 어디에든 아리랑은 뿌리내리고 불러 오는 노래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결속에 기여하는 노래라고 평가하였음은 물론, 60여 종의 아리랑이 존재함을 ‘다양성의 가치’로 인정하기도 했다.
"인간의 창의성, 표현의 자유, 공감에 대한 존중이야말로 아리랑이 지닌 가장 훌륭한 덕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누구라도 새로운 사설을 지어 낼 수 있고, 그런 활동을 통해 아리랑의 지역적·역사적·장르적 변주는 계속 늘어나고 문화적 다양성은 더욱 풍성해진다. 그와 동시에 각 지역사회와 민간단체 및 개인을 포함하는 일단의 지방 민요인 아리랑 전수자들은 해당 지방 아리랑의 보편성과 지역성을 강조하면서 대중화와 전승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유산 ‘서정민요 한국 아리랑’)
정확한 실상 파악이면서 애정어린 시선의 평가임이 분명하다. 여기서 우리는 당연히 울릉도에도 아리랑이 있어야함을 직감하게 된다. 140km나 멀리 떨어진 섬이라하더라도 노래말처럼 지증왕 13년 서기 512년 신라시대에도 우리가 살아온 섬이기 때문이다. 1984년 김연갑선생의 조사 이후 몇 차례의 조사 결과로는 곡조상으로는 두 가지 버전에 가사 형태로는 세 가지 형태의 아리랑이 있음이 확인 되었다. 하나는 강원도 아라리의 메나리조의 것이고 또 하나는 1970년대 형성된 가요형태이다.
그렇다면 왜 이 울릉도의 ‘울릉도아리랑’이 강원도 아라리 곡조의 파생형이 된 것일까? 그것은 역사적 배경에서 이해가 될 것이다. 즉, 1882년(고종 19) 개척령이 공포되어 조정의 협조로 들어 간 개척민의 분석 결과인데, 이 때 곡식 종자와 가축과 함께 입도한16가구 54명 중에 7가구로 강원도민이 가장 많다는 사실이다. 이 연장선에서 1900년 처음으로 울릉군이 강원도에 편입된 사실도 이를 말해준다. 실제 이 시기 아리랑은 강원도에서 생활의 노래로 보편화 된 상황이다. 이런 정황에서 울릉도의 생활민속, 특히 대표적인 민요 아리랑은 당연히 울릉도에도 영향권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역사적 배경으로부터 100여년 후인 1980년대 중반 울릉도아리랑의 채록은 인구가 1만2천명이 된 상황이니 당연히 버전이 다양해 질 수 있었다. 그것이 당시 60대 중반이던 김제조와 전태원선생의 아리랑 2종과 1편의 가요형 아리랑이다. 이들 3편 모두는 울릉도민의 정서를 오롯이 반영하고 있어 매우 각별하다. 육지와의 격리감을 ‘자물통’으로 표현 한 것이 특히 그렇다.
울릉도아리랑(1)
울릉읍 사동리 거주 김재조 선생의 구술로 채록되어 널리 알려진 아리랑이다. 당연히 조사지 사동리에서는 ‘울릉도아리랑’이 아닌 그냥 ‘아리랑’이란 곡명으로 조사되었다. 곡조는 강원도 정선아라리와 같은 메나리조로 불규칙하게 엮음형을 먼저 부르고 긴소리를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넘겨주소
1 동해바다 한복판에 층암절벽 120십리/구비돌아 솟앗으니 그리움의 울릉도라
2 울릉도라 동해섬은 자물통세상/한번들어오면 나갈줄을 모르네
3 바다에는 그물낚시 섬안에는 호미연장/부창부수 넘나드니 복을 받은 울릉도라
4 우리네 서방님은 오징어잡이 갔는데 /원수년의 돌게바람 왜 이리도 부노
울릉도아리랑(2)
천부리 거주 진태원의 구술로 채록된 것이다. 곡조는 김재조의 것과 같으나 전체가 엮음형으로 된 것이 특징이다. 가사상으로는 이것이 더 고형으로 파악되나 같은 강원도 메나리조임으로 음악적으로는 같은 것으로 본다. 3절에서 인구수를 1만 2천으로 표현하여 1960년대 초기 널리 불린 노래임을 짐작케 한다. 자료에 따르면 1960년대 인구는 1만 4천 정도였다.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로 나를넘겨주소
1 창파에 배를띄워 순풍에 돛을달아/동해바다 칠백리로 바람결에찾아오니 울릉도라
2 산천은 험준하고 수목은 울창한데/처량한 산새소리에 산란한 이내심정 울게하네
3 바위돌이 솟은 곳에 향나무가 늙었으니/일만이천 백성사는 꿈나라에 울릉도라
4 바다에는 그물낚시 섬안에는 농기연장/부창부수 넘나드니 복을 받는 울릉도라
5 동해창파 넓은 바다 우뚝 솟은 울릉도에/성인봉이 주산이요 수원지가 수도로구나
울릉도아리랑(3)
형태는 전형적인 본조아리랑과 같은 2행 1련에 2행 후렴을 으로 불린다. 곡조는 유행가 조로 경쾌하다. 울릉도의 대표적인 처소를 드러내려 한 것으로 보아 울릉도의 한 문사가 애향심으로 지었다고 본다. 특히 후렴의 고정적인 ‘아리랑고개’가 ‘아리랑 장재’로 바뀐 것이 주목된다. ‘장재’는 저동 2리에서 나리동으로 가는 고개이다.
(후렴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장재로 넘어간다
1 동해에 높이솟은 울릉도의/중첩한 명산들을 자랑하노라
2 갈미봉은 단풍으로 몸단장하고/홀벗은 노인봉은 가련도하다
3 남서동(南西洞) 투구봉은 영웅의 기상/간령의 가두봉은 호걸이로다
4 백운동 마당에는 신선이 놀고/학포동 둥허리에 실안개뜨돈다
5 북면의 송곳산은 재주도 좋아/앞바다의 구멍섬을 뚫어 놓았네
6 나리동 분지네는 설원이 좋고/ 향나무재 향기는 간곳이 없네
7 옥경동 맑은 물에 언어가 노니/ 금년에도 울릉도에 풍년이 온다네
이 아리랑 3편의 가사를 통해 1980년대 전후의 울릉도를 이해할 수 있다. 이해는 동경(憧憬)과는 다르다. 이해는 사실과 진실에 접근하는 기본자세다. 멀리 두고 관광의 대상인 울릉도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다. 그곳에 아리랑이 있음이 이를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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