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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문화 기행 (48)

겨울잠과 경칩의 함의, 민화 초충도 스토리텔링

특집부
기사입력 2022.07.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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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선(문화재청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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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의 개구리여신 해(Heh)

     

    우리 민화의 초충도(草蟲圖)에서 즐겨 그리는 것 중 하나가 개구리다. 다른 초목 및 야생화와 함께 그려 그 의미를 스토리텔링 해왔다.


    나는 오이를 사례 삼아, 강하고 부귀한 것들에 대응하는 저항 기제로써의 민화, 그 중의 초충도를 거론한 바 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여겨졌던 풀벌레들을 주목했던 여성들의 심성 혹은 가지지 못한 자들의 심성에 대해서였다. 하지만 풀벌레 그림은 그보다 훨씬 방대하고 융숭 깊은 이야기들을 행간과 여백에 가득 채워왔다.


    오늘 사례 삼은 개구리만 해도 그렇다. 개구리는 겨울잠을 잔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는 거듭남과 재생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추운 겨울 내내 땅속에서 잠을 자다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가져오는 전령사이기 때문이다. 올챙이에서 개구리로 변신하는 형상은 매미의 탈바꿈만큼이나 경이롭다. 올챙이에서 비롯된 다산과 풍요의 특질은 단순한 기표일 뿐이다. 올챙에서 개구리로의 변신, 기다렸다가 일시에 튀어 오르는 도약, 다산, 여성의 임신한 배, 셀 수도 없는 올챙이 알들, 비의 전령사, 이들 변신의 기의(記意)를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혁명이고 갱생이며 거듭남이고 부활이다. 그러기에 남중국과 동아시아 아니 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비와 여성성의 근원으로 그려졌던 것 아닌가.


    금와왕 설화는 그 중의 하나일 뿐이다. 복희와 여와, 혹은 아담과 하와를 관통하는 생식의 찬미가 개구리를 둘러싼 노래와 신화와 그림과 그리고 이야기들에 녹아들어 있다. 수많은 개구리들이 음양의 교합 상징으로 묘사되었다.


    흙으로 만든 신라의 토우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흙인형을 만들었던 신라사람들은 틀림없이 남중국과 동남아시아 혹은 이집트를 거쳐 전 세계를 유영했던 노마디스트들임이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전 세계 보편으로서의 개구리 신화를 공유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면 인류 보편의 달의 철학을 공유하였던 것이 틀림없다.


    묵화 혹은 민화만 해도, 신사임당을 비롯해 정선의 개구리와 오이 그림을 관통해온 세계관이 있다. 현대 민화작가들 중에서도 이를 즐겨 그리는 이들이 있다. 이들이 한 장의 그림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도 저 융숭 깊은 신화의 심연에 닿아있을까? 정인수 외 교사들의 한 연구(초등 한국화 교육에서 초충도의 도입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현대사회가 상실한 자연관을 성찰하는 의미를 내세운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초충도의 일원론적 자연관이 학교폭력이 난무하는 오늘날의 학교에 조화와 가치를 심어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감 가는 분석이다. 그들 분석에 보태고 싶은 것들이 있다. 예컨대 개구리 노래와 개구리 신화와 개구리 그림들을 한 통속으로 꿰어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교수법, 학습모형 말이다. 이것이야 말로 시공을 함께 보고 듣는 종합적인 이해의 태도이지 않을까? '개구리타령'이며 개구리 노래, 그림과 신화들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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