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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문화 기행 (47)

금와왕 개구리와 선덕여왕의 개구리

특집부
기사입력 2022.06.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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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선(문화재청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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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와왕 신화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동부여를 세운 해부루가 늙도록 아들이 없었다. 제사를 지내려고 가던 중, 마침 타고 가던 말이 곤연(鯤淵)에 이르러 큰 돌 하나를 보고 자꾸 눈물을 흘렸다. 돌을 치우게 하니 거기에 금빛 개구리 모습을 한 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를 금와(金蛙, 금빛 개구리)라 하고 태자를 삼았다. 대를 이어 왕이 되었다.


    이후 스토리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왕이 된 금와가 태백산 남쪽 유발수에서 사냥을 하다가 하백의 딸 유화를 만나 방에 가두었더니 창문으로 내리쬐는 햇볕을 받아 알을 낳았는데 여기서 주몽 곧 동명성왕이 나왔고 고구려를 건국한다.


    알의 유기, 고난의 극복 등 영웅 신화의 서사는 변화무쌍의 드라마다. 비유해본다. <장자>의 첫 구절부터 등장하는 곤()이 몇 천리가 되는지도 모를 큰 물고기이며 이것이 붕()이라는 새로 변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면 동부여 신화의 곤연이라는 의미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곤연에서 나온 금개구리이니 달의 정기 혹은 원초적 생명으로서의 상징성이 얼마나 클 것인가.


    개구리 신화는 더욱 다채롭다. '삼국유사' 기이편에 의하면, 영묘사 옥문지에 겨울인데도 많은 개구리가 울었다. 이 사실을 알리니 선덕여왕은 정병을 여근곡에 보내어 적을 섬멸하도록 하였다. 군사가 서교에 가보니 과연 여근곡이 있고 적군(백제군) 5백여 명이 매복하고 있었으므로 이를 섬멸했다. 여기서의 개구리 울음은 곧 백제군을 상징한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에 보면 유리왕 296월에 모천에서 검은 개구리와 붉은 개구리가 무리지어 싸우다가 검은 개구리가 이기지 못하고 죽는다. 이를 북부여가 패망할 징조로 읽었다. 오방색 중의 북쪽이 검은색이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개구리 또한 서로의 군사들을 상징한다.


    경남 양산 하북 자장암 연기설화도 흥미롭다. 자장율사가 법당 뒤 큰 암벽에 구멍을 뚫어 금개구리를 살게 했다는 스토리다. 자장암 개구리는 몸은 청색이고 입은 금색인데 벌, 나비, 거미 등으로 변하며 바위를 자유로이 뛰어 다닌다. 동명성왕이 된 금와 개구리와는 결이 좀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개구리가 신화 속에 매우 깊숙하게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우리나라의 건국신화나 사찰의 연기설화 뿐일까? 개구리 서사는 동아시아 전반, 아니 세계의 신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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