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0 (금)
공연은 국악과 현대음악이 어우러진 신명나는 리듬과 함께 시작했고, 연이은 안숙선 명창의 무르익은 소리는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는 세월만으로도 감동이지만, 연륜과 기교까지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국악 신동 김태연에서, 전통연희단 ‘난장앤판’, 걸출한 스타 국악인 박애리, 남상일까지 출연자와 야외무대는 ‘전남 영광’이라는 지역의 시원한 하늘을 품고 완벽에 가까웠다.
전남 영광의 ‘법성포 단오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10주년을 기념하는 ‘KBS 국악한마당’이 지난 6월 18일 방영되었다. TV를 통해 시청한 기자는 이 잘 차려진 밥상 같은 공연을 즐기고, 때로는 감동하면서도, 마음 한 편에는 작은 아쉬움을 갖게 되었다.
밴드 AUX의 오프닝 무대는 전자기타 연주에 낯선 어른들까지도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특히, 두 번째 노래 ‘까투리’는 감각적인 편곡과 작사, 태평소의 현란한 기교, 그리고 시원한 보컬이 어우러져, 우리 음악이 이렇게 세련되게 변신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TV 앞 시청자까지 어깨가 들썩일 정도라면, 현장의 객석에서는 일어나고도 남았을 분위기였을 것 같다. 하지만, 화면에 비춰진 어느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은 없었다.
아마 프로그램의 성격상 자제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점이 매우 아쉬웠다. 우리 전통음악은 궁중음악이 아닌 이상, 민초들 사이에서 불리고, 즐겨왔던 우리의 희노애락이 담긴 노래가 아닌가. 그것이 재주꾼들을 통해서 발산되고, 관객과 함께 하는 무대라면, 관객들도 함께 어깨를 들썩이고, 한 번쯤은 일어나서 어깨춤을 춰 줘야 노래의 맛을 진정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어느새 해는 저물어 어두워지고, 화려한 조명과 그래픽은 무대를 더욱 아름답게 했다.
가끔 화면에 비치던 어르신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얼굴의 깊은 주름과 관람을 위해 한껏 멋을 내주신 매무새도 눈에 들어온다. ‘오랜 시간 딱딱한 의자에 앉아계셨을 것 같다. 공연이 끝나는 실제 시간은 아마 어느 늦은 저녁이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오제’와 ‘전남 영광’이라는 지역을 지켜온 분들이 바로 이 분들이다. 그 분들을 격려해야 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이 분들은 해질녘에서 늦은 저녁까지 딱딱한 의자에서 박수까지만 허용되는 객석에 앉아계셨을 것 같다.
무대의 출연자만이 주인공인 것 같고, 무대와 객석 사이 거리는 너무 멀고, 물과 기름 같은 느낌마저 들어서 안타까웠다. 공연이 너무나 훌륭하여 더욱 안타까웠다. 전통문화를 예술 그 자체로 보고, 그 자체로 즐기는 것 역시 매우 의미 있는 일이지만, 대중이 좀 더 즐길 수 있는 역동적인 무대는 그것 못지않은 양적, 질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고 생각한다.
옛 분들은 음악을 어떠한 방식으로 즐겼을까? 고증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그 공간은 여럿 우루루 모인 너른 마당에, 재주꾼 몇 명이 한바탕 판을 벌려 놀이와 춤으로, 때로는 서사를 더하여, 그네들의 삶 깊숙이 자리하던 애환을 공유했던 장이었을 것이다. 그 예술적, 문학적 매력으로, 역사적 가치로 인해 서민에서 양반으로, 혹은 다른 이들에게 전해져 문헌으로, 기록으로 남겨졌을지언정, 그 시작과 역사적, 문화적 가치는 백성에게서 나온 것이므로, 그 노래의 주인은 단연 시대를 짊어졌던 땀 흘리는 백성들이고, 서민들이다.
명창의 소리만으로도 울림을 주었던 흥보가에 이런 대목이 있다. "복 없는 놈은 계란에도 유골이라더니...”, 슬쩍 지나가는 이 익살스런 표현은 돈 없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슬픔마저 웃음으로 위로하는 해학이 숨어 있으니, 바로 앞에서 들었으면, 무릎을 치고,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웃음 한 줌 나왔을 대목이다.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은 노래 속, 사랑, 슬픔, 희망, 시대적 아픔 중, 어느 이야기와 함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면, 우리 부모, 조부모 세대를 이해하고 추억하는 것은 물론, 현재 우리 삶을 이야기 하는 또 다른 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난장앤판’의 공연은 함께 웃고 즐길 수 있었지만, 관객과 호흡하기에는 그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아쉬웠다.
그때의 방식으로 판이 벌어지고, 노래가 불리기를 바란다. 한바탕 벌어진 놀이판은 시끌벅적하게 함께 웃고, 울고, 노래하며, 어깨를 들썩이던 이들에게 하루의 고단을 떨쳐내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랬듯이 지금의 우리도, 시원하게 한바탕 판 벌어지는 무대에서, 우리네 애환이 담긴 노래 가락에 공감하고, 힘들지만 내일을 살아내는 우리를 위로하는 무대를 기대한다.
그 마당에서 민초들이 춤과 이야기와 가락으로 함께 느꼈던 그것을, 지금의 우리 역시 느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는 한의 정서를 가진 한민족 아니던가. 그것이 우리 전통문화 계승, 발전의 또 다른 시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태평무 국가무형유산 '태평무'는 강선영(1925-2016)선생에 의해 전해지면서 격조있는 무대예술로 발전 되었다. 태평무는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뜻을 지니...
강원도 아리랑을 쓰다. 한얼(2024, 선면에 먹, 53× 26cm) 봄바람 불어서 꽃 피건마는 고닯은 이 신세 봄 오나마나 ...
최근 BTS를 배출한 하이브와 뉴진스를 배출한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의 갈등에 대한 소식이 연일 연예 문화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 속에 하이브의 주가가 약 1조원 가까...
거문도의 인어 신지끼 "안개 있는 날에 백도와 무인도 서도마을 벼랑에서 주로 출몰 바위에 앉아 있거나 헤엄치기도 벼랑위에서 돌 던지기도 한다 해난사고나 바다에서 위험 경고...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오는 5월 9일과 1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 '긴산조 협주곡'을 초연한다. 아쟁과 ...
30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국립정동극장예술단 정기공연 '모던정동' 프레스콜에서 출연진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4.4.30 ...
국립정동극장이 4월 한달간 진행하는 '세실풍류 : 법고창신, 근현대춤 100년의 여정'에서 23일 박병천의 '구음시나위'에 허튼춤 추는 안덕기 (사진=국립정...
국립정동극장이 4월 한달간 진행하는 '세실풍류 : 법고창신, 근현대춤 100년의 여정' 에서 조재혁의 '현~' 공연 모습. (사진=국립정동극장). 2024....
# ‘이호연의 경기소리 숨’ 공연이 지난 4월 26일 삼성동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렸다. 20대에서 60대까지의 제자들 20명과 5명의 반주자와 함께 경기잡가, 경기민요, 강원도...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로 손꼽히는 남원춘향대전(남원춘향제)이 오는 5월 10일(금)부터 5월 16일(목)까지 7일간 남원시 광한루원 일대에서 열...
4월 18일부터 20일, 남산국악당에서 아트플랫폼 동화의 모던연희극 ‘新칠우쟁론기’가 펼쳐졌다.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봄비가 촉촉이 땅을 적시는 4월,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지 6개월이 된 채치성 예술감독님을 만났다. 그는 국악방송 사장, KBS 국악관현...
2024 쿼드초이스_틂 (사진=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 나승열)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대학로극장 쿼드의 ‘쿼드초이스’...
지난 4일, 국립국악원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KBS국악관현악단,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 118명으로 구성된 연합 관현악단 무대 ‘하나되어’를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