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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의 여로 (45)
분청상감연당초문호편

특집부
기사입력 2022.05.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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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과 시대를 초월해

     

               이규진(편고재 주인)


    근래 아사카와 노리타카의 그림 한 점을 구입했다평소 갖고 싶던 사람의 그림이어서 여간 반갑고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노리타카의 그림은 더러 옥션에 뜨기는 하지만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산수화들이어서 관심 밖의 일이었는데 이번 것은 내 마음에 꼭 드는 도자기 그림이어서 구입을 한 것이었다항아리 위에 그린 그림은 원경으로 산이 있고 근경 좌우로 협곡의 바위가 있고 중경에 배인 듯한 것이 있는 것으로 보아 분원산수를 나타내고자 한 것 같은 느낌이다그렇다고 하면 이 그림을 그린 아사카와 노리타카는 누구인가.

     

    아사카와 노리타카는 '조선도자명고'와 '조선의 소반'을 남겼으며 한국을 무척이나 사랑해 조선의 흙이 된 일본인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망우리 공동묘지에 묻혀 있는 아사카와 다쿠미의 친형이다그 뿐 아니라 야나기 무네요시에게 청화백자추초문각호(호가 아니라 지금은 호리병의 윗부분이 잘린 것으로 알려짐)를 선물함으로서 그가 조선 공예품에 관심을 갖게 만든 장본인하지만 동생인 다쿠미 보다는 한국에서 덜 알려진 인물이다내가 그런 아사카와 노리타카에 대해 주목을 하고 있는 것은 그가 도자기 전문가라는 사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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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신문] 분청상감연당초문호편(편고재 소장) 가로x세로 16x11Cm

     

    노리타카가 현해탄을 건너 와 경성 생활을 시작한 것은 1913년 남대문공립심상소학교 교사로 부임하면서 부터다. 1919년 교직을 퇴임한 후에는 일본으로 잠시 건너가 조각과 회화 작업에 전념하기도 했다그러다 1922년 다시 경성으로 돌아온 노리타카는 조각과 회화 작업을 계속하는 한편 전국의 도요지 답사를 시작하면서 도자기 연구에 몰두하게 된다. 1930년에 나온 '부산요와 대주요'는 왜관에서 일본이 주문해간 고려다완에 관한 저술로 이런 연구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해방 후에도 1년여 체류허가를 받아 야나기 무네요시와 다쿠미와 함께 수집한 조선민족미술관의 소장품을 국립민족박물관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완료하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1957년 '이조의 도자'를 발간하는 등 그 후에도 도자기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었으며 1964년 세상을 하직했다.


    노리타카는 체계적으로 우리나라 도요지를 답사한 최초의 인물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분청사기가 고려 때의 것이 아니라 조선조의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인물이기도하다그렇다고 하면 노라타카가 전국의 도요지를 답사하며 수집한 도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해방후 1년여를 더 머물며 조선민족미술관에서 국립민족박물관으로 이전시킨 소장품은 공예품이 총 2,904점이었다고 한다이 때 노리타카가 수집한 도편 50상자도 함께 맡겨졌다고 한다그렇다고 하면 노리타카가 수집한 도편은 이 것 뿐일까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오사카동양도자미술관의 초대 관장을 지낸 이토 이쿠타로의 증언에 의하면 일본의 교토국립박물관도쿄예술대학교국립역사민속박물관에도 일부가 있다는 것이다그 뿐 아니라 미국의 로스엔젤레스카운티박물관에도 경매를 통해 구입한 노리타카의 수집 도편들이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노리타카가 수집한 도편들은 현재 한 곳에 모여 있지 못하고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더구나 일본에 있는 도편들은 라벨이 떨어진 것들이 있어 출토지가 불명해진 것들이 있다니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그렇다고 하면 국립민족박물관을 이어받은 국립중앙박물관의 형편은 어떨까노리타카가 귀국 전에 맡겨다는 기록만 보일 뿐 도편에 대한 정황이나 내용이 밝혀진 바가 없고 보면 이곳의 상황도 결코 녹록치 않으리라는 염려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이런 걱정은 내 부질없는 기우일까그렇기만을 바랄 뿐이다.

     

    우리 도자기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아사카와 노리타카를 회상하다보니 그에게 도편을 헌정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그래 찾아낸 것이 분청상감연당초문호편이다이 도편을 구입한 것은 답십리 고미술상에서였는데 출토지는 알 수가 없다기형은 안쪽의 물레자국 흐름으로 보아 호가 아니었을까 짐작이 될 뿐이다그런데 이 도편에서 주목되는 것은 연당초문으로 보이는 문양이다굵은 선으로 백상감한 문양이 전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 꽉 찬 느낌이다이처럼 굵은 선도이처럼 전면을 가득 채운 문양도 일찍이 본바가 없거니와 담청색 바탕과 흰색의 문양이 어울려 너무도 생동감 넘치는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만약에 도요지에서 이 도편을 보았다면 아사카와 노리타카는 어떤 표정이었을까국경과 시대를 초월해 도편에 대해서만큼은 교감이 이루어질 것만 같은 느낌 때문에 나로서는 더욱 그의 행적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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