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 (토)
이 책에는 격동의 20세기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던 25명의 모험가 및 소동꾼이 소환됐다. 그들은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다. 격동과 전환의 20세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선도자와 지도자가 한국을 수놓았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던져놓고 기억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만의 규칙과 리듬, 삶의 태도로 새로운 세상을 꿈꾼 모험가와 소동꾼의 존재이다. 그들은 세상에 맞서 싸우는 걸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부 억압의 역사에서 불꽃처럼 일어나서 우리 가슴에 작은 불씨를 던지고 사라졌다.
"무엇이 그들을 싸우게 만들었는가”
정세가 급격하게 움직이고 또 수없이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뀔 때, 자연스럽게 휩쓸리거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좇거나 발맞추는 건 어렵지 않다. 성공과 풍요가 절로 따라올 테니 말이다. 하지만, 치트키를 쓰지 않고도 인생을 하얗게 불태우며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내던져 싸운 존재들도 있다. 그들은 비록 쉽게 잊혔지만 누구보다 격동의 세계와 맞선 고난의 길을 걸었다.
20세기 한국사에서 이들 존재는 숨겨졌고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거대한 세계 질서에서 빗겨나 세상에 순응하지 않는 견해를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고 체제를 비판·위협·파괴하는 데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형화된 근현대 한국 사회에 드라마틱한 삶을 산 이들의 자리는 없었다.
이 책은 말한다, 이들의 행보를 더 이상 모른 체할 수 없다고 말이다. 이제 이들의 이야기를 20세기 한국사 빈칸에 채워 넣을 시간이라고 말이다. 부디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 이들 잊힌 사람에게서 조금이나마 용기와 위안을 얻길 바란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세상에 맞서 싸운 여자들을 소개한다. 한국 최초의 고공투쟁 노동자 강주룡을 비롯해 ‘조선공산당 여성 트로이카’ 그리고 위안부 참상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김학순 등의 이야기가 우리를 반긴다.
2부에서는 최초의 도전을 감행한 자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 김점동, 최초의 비행사 서왈보,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을 비롯해 일본 천황을 암살하려 했던 박열이나 바이러스 퇴치 역사의 전설 이호왕의 이름이 눈에 띈다.
3부에서는 시대와 불화한 이들이 주를 이룬다. ‘한국 영화의 개척자’ 나운규, ‘1960년대 문학소녀의 대명사’ 전혜린,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 김수근, ‘한국 문학의 찬란한 별’ 김승옥의 이름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바, 이들은 명성을 드날렸으나 시대와의 긴장과 갈등 속에서 수없이 좌절하고 방황했다. 인생에 정답이 있을 리 만무하겠지만, 이 책이 소개하는 인물들의 삶에서 약간의 힌트 또는 실마리 정도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은이는 '들어가는 말'에서 "이 책을 읽고 세상을 한바탕 휘젓고 활개친 이들의 드라마틱한 삶을 엿본 독자들이 조그만 용기와 마음의 위안을 얻길 기대한다. 이 책은 힘차게 도전하고 세상에 맞서 싸운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지만, '잊힌 존재'들이 '보통의 존재'에게 보내는 일종의 응원과 격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저자 강부원은 지식 채널 ‘아홉시’에서 작가로 활동하며, 매주 새로운 글을 연재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현재는 성균관대, 한양대, 방송대 등지에서 강의하며 학생들과 문학·문화와 역사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인문학협동조합원으로서 ‘앎’과 ‘삶’의 일치를 추구하며,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아가고 싶어 한다.
오랜 시간 학교와 광장을 가리지 않고 학생과 시민들을 만나왔다. 오래된 신문과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공저), 『기계비평들』(공저), 『진격의 독학자들』(공저) 등이 있다. 최근 저서로는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새로운 세상을 꿈꾼 25명의 20세기 한국사(믹스커피, 2022.05.18.)』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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