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0 (금)
흙의 소리
이 동 희
새 걸음으로 <3>
박연은 계속하여 상언하였다.
"제향이나 조회 때의 주악奏樂에 사용하는 기구와 예복과 의식용儀式用 물품은 국가의 경비가 적지 않은 것인데, 맡아 지키는 관리가 보관 수호하기를 즐겨하지 않으면 오래 가지 않아서 파손되고 헐어질 것이 염려됩니다. 원컨대 지금부터는 주무관아로 하여금 불시에 검찰하게 하여 그의 공과 허물을 기록하였다가 포폄褒貶에 증빙으로 삼게 하소서. 이러한 조항에 대하여서는 상언한 바에 따라 조曹의 전향사典享司의 낭청郎廳으로 하여금 불시에 가서 살피게 하소서.”
이에 대하여 예조에서 그대로 따랐다.
앞에서 문소전 악장을 새로 지었다고 하였는데 『악성 난계 박연』1집 연보에 세종 15년 12월 21일 ‘경오일庚午日에 문소전 악장을 새로 지었다’고 적고 있고 ‘세종실록 62권 세종 15년 21일 경오’ 박연이 건의한 악호 곡명의 정립과 제향 조회 때의 예법… 기사 내용과 시간이 일치하고 있어 그렇게 인용한 것이다. 그런데 환환곡 유황곡 등 악장의 곡명만 얘기하였고 악장 내용은 없었다.
같은 62권 세종 15년 12월 7일, 예조에서 회례에 사용할 문무文武의 악장을 올린 기사가 있어 여기 그 악장을 옮겨 본다.
태조와 태종을 칭송한 악장이다.
아아, 빛나는태조太祖시여 / 착한 덕을 몸에 지니시고 천명에 순응하고 인심에 순종하여 / 드디어 큰 동쪽 나라 가지셨네 / 무력의 위세威勢 이미 거두시고 / 문치文治를 높이셨네 / 어짊은 깊으시고 은택恩澤은 후하시어 / 넉넉함을 무궁하게 드리우시네
태조를 칭송한 문무文舞 악장이다. 다음은 무무武舞의 악장.
굳센 성조聖祖시여 / 하늘이 주는 왕업을 받으셨네 / 이미 납씨納氏를 달아나게 하고 / 또한 운봉雲峯에서 승리하셨네 / 위화도威化島에서 의로운 기치旗幟 돌아오시니 / 저 흉잔凶殘한 무리를 숙청하였네 / 무공武功을 세워 왕업을 정하시니 / 동쪽 나라 백성이 안정하였네
그리고 태종을 칭송한 문무무文武舞 악장을 보자.
아아, 밝으신 태종이시여 / 왕의 차례 이어받아 공 더욱 높이셨네 / 덕화는 공경하기 때문에 밝아지고 / 정치는 어질기 때문에 높이 뛰어났네 / 천명을 두려워하며중국황제 섬기기에 /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정성이었네 / 억만년에 걸쳐 길이 풍부하고 형통함을 누리시겠네
아아, 빛나도다 태종이시여 / 크게 부왕父王의 무열武烈함을 계승하였네 / 어지러움 다스리어 사직을 정하시니 / 모든 백성의 마음 서로들 기뻐하였네 / 야인은 징계하고 / 섬오랑캐는 명령을 받들기에 분주하였네 / 사방에 근심 없으니 / 공업功業이 오직 성대하도다
이 악장 들을 박연이 지은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악학궤범樂學軌範에 전하는 환환곡 유황곡 악장 가사도 옮겨본다.
느름하신 태조께서 / 천명을 받으심이 광대하도다 / 공이 옛날에 빛나고 / 부는 아름다운 상서祥瑞에 응하였도다 / 하늘과 사람이 협찬하여 / 문득 동방을 두셨다 / 계책計策을 남기시어 후손에 복을 주시니 / 우리에게 은혜 주심이 한이 없도다
황천이 동방을 돌보사 / 성왕聖王을 내셨도다 / 덕德과 인仁을 쌓아 / 후인後人을 도와주시어 / 지금에 이르러서도 천명이 새롭도다 / 엄숙한 신궁神宮이 청정淸淨하여 / 신주神主를 모시니 / 신이 편안하시도다 / 조종祖宗의 신이 이에 오르내리시사 / 상제上帝의 좌우에 높이 계시니 / 신神은 내격來格 생각할 수 있게 하여 주시니 / 열광烈光이 있도다 / 변두籩豆가 진열됐고 / 제물이 향기로우니 / 신령은 강림하사 흠향하시어 / 내 제사를 돌아 보실진저 / 복을 두루 내리시되 / 이에 만이며 이에 억으로 하시니라 / 자자손손에 이르도록 끝없이 보전하시리
그리고 미미곡 유천곡 악장도 보자.
강면强勉하신 태종 진실로 하늘이 내셨도다 / 태조를 도우사, 대업을 이루셨도다 / 무공을 선양하시고, 크게 문명을 밝혔으니 / 신공神功과 성덕聖德이 길이 태평성세를 여셨도다
오직 천심天心이 덕 있는 사람을 돌보아서 / 창성昌盛할 기회를 열어주시고 / 도다히 성철聖哲을 내시어 / 임금과 스승으로 삼으시니 / 이미 제왕의 복조福祚를 받아 비기丕基를 높이었네
다시 말하지만, 박연이 문소전 악장을 지었다고 하여 옮겨보았다. 그가 악호를 명명한 네 악장과 함께. 원문은 한자로 되어 있고 세종실록 악학궤범의 국역에 따른 것이다.
세종 17년에는 다시 나라에서 대업大業을 이루니 태평악太平樂을 지었다고 연보에 적혀 있다. 58세가 되는 해이다. 나라의 대업은 무엇이고 태평악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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