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4.3의 숨비소리, 역사의 숨결로'를 슬로건으로 한 제주4.3 제74주기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에서 오전 10시 봉행되었다.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으로 규정된 제주4.3사건 제74주년이 오늘 제주섬에서 1분간의 진혼 사이렌으로 시작되었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주관하는 추념식에는 역대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는 윤석열 당선인이 처음으로 참석하였다. 참석자의 50% 이상이 4·3생존희생자와 유족들로 함께 했다.
추념식은 사이렌이 울린 뒤 헌화와 분향과 국민의례(묵념사)가 있었다. 애국가는 오랜만에 4절까지 불렸다. 4명의 기념사가 발표되었다. 행사는 간략한 추모 공연으로 마무리 되었다.
4 3을 그린 대표곡 ‘애기 동백꽃’을 가수 안이환과 ’도란도란합창단‘이 전했다. 식장은 숙연했다.
"산에산에 하얏게 눈리면/ 들판에 붉게붉게 꽃이 핀다네
님 마중 나갔던 계집아이가/ 찾아찾아 붉은 꽃 되었다더라"
이어 생존 희생자 사연을 유족 강춘희(당시 6세)와 연극인 박정자의 모노드라마로 전했다. 희생과 추모와 화해라는 주제화가 연극성으로 자연스럽게 전달되었다.
"신고인은 강춘희 누나고 희생자는 강원희 바로 너야
4.3희생자로 결정되어 네 이름이 이제 위패봉안소에 올라가게 됐어째
상명흠 아들로 영원히 남을 거고이
그리고 할아버지도 무죄판결을 받아 명예 회복이 되고
아버지만 첬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 다 한건디
나는 그 일을 이루기 위하여 난 끝꺼지 노력할 거인디
널랑 어머니랑 같이 편안하게 잘 쉬거라
그곳에서 잘 쉬라이 잘 쉬고 있으라이"(유족 육성)
객석 첫 줄 가운데에는 ‘헌화석(獻花席)이 마련되었다. 동백꽃 두 송이와 옷 한 벌이 영정을 대신했다. 그리고 하연 무명천에 이렇게 썼다.
"故 강원희
자랑 자랑 웡이자랑
이젠 편희 쉬거라”
연극인 박정자는 당시 아들 원희를 향한 어머니의 절규를 재연했다.
"도르라 도르라 애기야 혼저 도르라
저 배밭 소굳발의 고부라이
울담 넘어 혼저 고르라”
(도망가라 도망가라 아가야.
어서 도망 가거라.
저 대나무밭 속 담 넘어 어서 숨어라.)
여운이 컸다. 이어 양지은의 ’상사화‘가 이어졌다. 마을이 통째로 불타서, 가족이 모두 불타버려서 유족조차 남이 있지 않은 2,785명의 희생자 넋을 위로하는 노래이다.
"사랑이 왜 이리 고된가요
이게 맞는가요
나만 이런가요
고운얼굴 한 번 못 보고서
이리 보낼 수 없는데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험한 길 위에 왜 오르셨오”
긴 여운의 노래, 동백꽃 향기와 함께 섬을 덮었다. 공연성의 마무리 행사가 추념의 뜻을 강하게 해주었다.
한편 제주도청은 온라인 추모관을 별도로 운영한다. 홈페이지 온라인 추모 활성화를 위해 마스크나 달력에 동백꽃 스티커를 붙이거나 동백꽃을 그려서 4월 10일까지 올려 추모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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