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1 (토)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문학동네)이 우리나라에 출간된 지 5년, 세계 여성의 날이 우리나라의 법정 기념일로 공식 지정된 지도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저항과 탄압은 오랜 시간 이어져 왔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의 저자 벨 훅스는 "단 한번도 페미니즘 운동이 여성들만의 것이라고도, 그래야만 한다고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지만 그의 말은 아직 한국 사회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 책은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여성과 남성을 포함한 모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냈는지 보여주면서 페미니즘 운동이 ‘남성혐오운동’이 아닌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기 위한 운동’임을 강조한다. 또한 페미니즘 운동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게끔 돕는, 나아가 우리 모두를 자유롭게 하는 해방운동임을 보여줌으로 페미니즘이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임을 전한다.
그리고 지난해 12월15일, 저자는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페미니즘 운동의 선두에 있던 연구자이자 저자인 벨 훅스의 타계 후 첫 세계 여성의 날이다.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에 반대한다. 남성의 특권을 벗어던지고 페미니즘 정치를 기꺼이 포용한 남성은 투쟁의 소중한 동료이지 페미니즘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다. 반면 여성이라고 해도 성차별주의적 사고와 행동에 젖은 채 페미니즘 운동에 잠입한 여성은 운동에 해를 입히는 위험한 존재다."(본문 중에서)
페미니즘의 가장 큰 오해는 남성에 반대하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벨 훅스는 일생에 걸쳐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와 가부장제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려는 운동"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는 단 한 번도 '남성을 탄압'한다거나 '남성을 차별'한다는 주장을 펼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부 남성들은 페미니스트들이 우리 사회의 주도권을 가지려고 한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벨 훅스를 필두로 한 현대의 페미니스트들은 우리 사회의 주도권이나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해 이런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가부장제와 성차별주의의 논리로 권력을 유지하고 약자를 탄압하려는 자는 모두 페미니즘이 저항하는 대상이라는 것이 책의 논지다. 따라서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와 가부장제에 근거로 권력을 누리는 모든 성의 인간에 반대하는 운동이다.
과거의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통렬한 비판도 이어진다. 초기 페미니즘이 반남성주의 성향을 지니기도 했으며 기득권이 되려고 노력하는 기회주의적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벨 훅스는 이것이 페미니즘의 본질과는 맞지 않는다고 책을 통해 말한다. 그는 그런 잘못된 페미니즘에 대해서 누구보다 단호하게 옳지 않다고 비판하며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주의 사회 시스템의 해체야말로 페미니즘이라고 분명하게 정의한다.
다시 말해 여성이 남성에 맞서 사회를 지배하거나 억압하려는 시도가 아닌 '지배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야말로 페미니즘 운동에 종착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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