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0 (금)

[새책]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 문호, 전쟁참상 담아낸 '불가코프 중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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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 문호, 전쟁참상 담아낸 '불가코프 중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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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비극을 겪은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 문호 미하일 불가코프(1891~1940)의 국내 미발표 중단편을 엮은 책이 나왔다.

20세기 가장 주목받는 러시아 문호 불가코프는 사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을 모두 그곳에서 보냈다. 불가코프는 키이우 의과대학 재학 시절 징병돼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내전에 휘말려 또다시 징병되며 전쟁의 포화를 온몸으로 겪었다.

책 '불가코프 중단편집'(지식을만드는지식)은 불가코프가 직접 겪은 전쟁의 참상을 담았다. 이 책에 실린 단편 '3일 밤에', '제가 죽였습니다', '중국인 이야기'는 작가의 참전 경험을 온전히 투영한 작품이다.

1차 대전 종전 이후 러시아에 내전에 기운이 감돌자 작가는 또다시 징병되는 일을 피하고자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겨우 퇴역하고 고향 우크라이나로 돌아온다. 복잡한 세계정세에 휘말린 우크라이나에 내전이 발발하고 불가코프는 또 징병돼 전쟁터로 끌려간다. 겨울에 도시 밖 강 건너까지 끌려갔던 작가는 늦은 밤 탈영하고, 만신창이가 된 채 집으로 돌아와 앓아눕는다. 이때의 경험이 '3일 밤에'에 녹아 있다.

'제가 죽였습니다'에서는 도시 밖 군인들이 벌인 잔혹한 행위들이 의사 야시빈의 목소리를 통해 상세히 묘사된다. 의사 출신인 작가가 직접 전쟁의 참상을 증언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중국인 이야기'는 원하지도 않은 전쟁에 참전하게 되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겪는 한 개인의 모습을 그렸다.

 

이외에도 1920년대 당시 소비에트 러시아의 사회상을 묘사한 단편 9편과 작가로서의 자전적 모습을 담아 당시 러시아 문단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중편 '소맷동에 쓴 수기'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