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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흙의 소리<78>

특집부
기사입력 2022.03.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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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의 소리

     

    이 동 희

     

    되돌아 보다 <1>

    왜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는가.

    세종 임금은 영의정 황희 좌의정 맹사성 우의정으로 물러난 권진權軫을 불러 강녕전康寧殿 경회루慶會樓 경복궁景福宮 수리 등에 관하여 의논하다가 일어난 일이었다.

    "강녕전은 나만이 가질 것이 아니고 만대에 전할 침전寢殿인데 낮고 좁고 또 어두워 늙어서 이 침전에 거처하면 잔 글씨를 보기 어려워 정무를 처결할 수가 없을 것이니, 내가 고쳐 지어서 후세에 전해 주고자 하는데 어떻겠소.”

    "좋습니다.”

    임금의 뜻에 모두들 좋다고 아뢰었다.

    "경회루는 영건營建한 지 오래 되지 않았지만 처마를 받친 도리가 벌써 눌리어 부러졌으니 처마 받침을 수리하고자 하는데

    대신들은 그러면 당연히 수리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일일이 의견을 듣고자 하였던 것이다. 전사政事에 관한 것 뿐 아니라 집을 수리하고 짓는 일 등 모든 것을 그렇게 하였다. 그것이 세종 임금의 자세였다.

    예로부터 제왕은 다 역상曆象을 중하게 여기어서 요임금은 희씨 화씨에게 명하여 백공百工을 다스리었고 순임금은 선기옥형璿璣玉衡에 의거하여 칠정七政을 고르게 하였다. 그 사실을 말하고 임금은 또 의견을 물었다.

    "내가 간의簡儀 만드는 것을 명하여 경회루 북쪽 담 안에 대를 쌓고 설치하게 하였는데 사복시司僕寺 문 안에 집을 짓고 서운관書雲觀에서 번들어 숙직을 하면서 기상을 관측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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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신문] 이무성 화백의 작화 : [연재소설] 흙의 소리 78

     

    역상은 해 달 별 천체가 나타내는 여러 가지 현상이다. 선기옥형은 천체의 위치와 운행을 관측하는 데 쓰던 기구이고 서운관은 조선시대 천문 역일曆日 측후測候 등을 맡아보던 관아이다.

    대신들은 그냥 좋습니다 옳습니다고만 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학구적이고 진취적인 임금의 의지 앞에 고개가 수그러졌다. 허리까지 굽혀졌다.

    "너댓간 집을 짓는 것이 좋겠습니다.”

    황희 등은 그렇게 말하였다.

    계속 그렇게 찬의贊意만 표한 것은 아니었다.

    장의동藏義洞에 있는 태종太宗 잠저潛邸의 옛터가 이제 더부룩한 풀밭이 되어서 차마 볼 수 없으니 다시 궁전을 지어서 부왕父王의 진영眞影을 모시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임금이 물었을 때 모두 안 된다고 아뢰었다. 잠저는 태종의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던 집인 것 같다.

    "원묘原廟를 세워서 만대에 이르도록 법전法典을 정하였으니 따로 궁전을 지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소나무나 심도록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임금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계속 말하였다. 묻는 것이었다.

    "경복궁에 4대문이 갖추어지지 못하여 태조 때에 북문을 두고 목책을 설치한 것을 뒤에 막아버리고 성을 쌓았는데, 내가 다시 북문을 낼까 하는데

    "좋습니다.”

    "근자에 글을 올리어 지리地理를 배척하는 사람이 더러 있으나 우리 조종께서 지리로써 수도를 여기다 정하였으니 그 자손으로서 쓰지 않을 수 없소. 정인지鄭麟趾는 유학자儒學者인데 역시 지리를 쓰지 않는 것은 매우 근거 없는 일이라고 말하였고, 나도 생각하기를 지리의 말을 쓰지 않으려면 몰라도 만일 부득이하여 쓰게 된다면 마땅히 지리의 학설을 따라야 할 것인데, 지리하는 자의 말에, 지금 경복궁 명당에 물이 없다고 하니 내가 궁성의 동서쪽과 내사복시內司僕寺의 북쪽 등 몇 곳에 못을 파고 도랑을 내어서 영제교永濟橋의 흐르는 물을 끌고자 하는데

    "좋습니다.”

    위에서 물어본 것들 외에도 여러 가지를 묻고 의견을 들었는데 다 좋다고 하였다. 다만 이런 공사들을 한 목에 시행하는 것이 불가하니 그 선후 완급을 참작하여 순차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아뢰기도 하였다. 그러자 임금은 황희 신상 등이 지리 아는 사람을 데리고 못을 팔 곳과 소나무 심을 곳을 가 보게 하라고 하였다. 위에서도 말한 지리는 풍수지리風水地理를 말하는 것이었다.

    "권도權蹈가 상서上書하여 말하기를 혹시 호걸이 난다면 나라의 이익이 아니다하고 이 말을 남에게서 들었다하였는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 도(권도)에게 묻는 것이 어떻겠소.”

    임금이 또 그렇게 의논해 묻자 모두가 그렇게 하시라고 아뢰었다.

    "도가 자기 생각을 가지고 말씀 올린 것이라면 비록 옳지 않더라도 묻지 않는 것이 가하지만 근거 없는 말을 남에게서 전해 듣고서 글을 올렸을 것 같으면 그 말했다는 사람을 묻는 것이 가합니다.”

    그래서 권도를 불렀고 권도가 말하였다.

    그 사람은 누구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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