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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유 (전 향토사연구위원)
임인년 설날을 맞아 우리 조상들이 문경지역 생명의 젖줄인 영강과 금천유역에서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삶의 터전 위에 남긴 고유전통문화 중에 ‘문경의 정월 세시풍속’을 알아보았다.
설날에는 옛날 보릿고개를 넘기 힘들었던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아이들은 설날 아침에 꼬까옷 설빔을 차려입는다. 친족이 모두 모여 종갓집부터 차례를 지낸 후 세찬으로 음복을 겸해 아침 식사를 하게 된다. 아침상을 물리고 집안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면 덕담과 함께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주었다. 궁한 시절이라 용돈을 받기 어려웠는데 아이들은 신이 나서 친척과 이웃 어른에게 찾아가서 세배를 드렸다. 그리고 오후에는 온 가족이 조상 산소를 찾아 성묘했다.
특히 정초(正初) 금기 중에 여자들은 초하룻날 외출을 삼가야 하고, 키가 큰 사람이 먼저 들어오면 상치가 잘 자란다고 좋아하고, 상을 당한 상주는 정월 대보름 안으로는 남의 집에 가기를 삼가고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월(正月) 대보름날은 오곡밥 먹는데, 여러 집의 밥을 먹으면 1년 내내 좋은 일이 계속되고 농사도 풍년이 든다고 하며 ‘오곡밥을 아홉 집 이상 먹고, 남자들은 나무 아홉 짐을 하고, 여자들은 삼 아홉 광주리를 삼는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요즈음도 가까운 이웃끼리 오곡밥을 나누어 먹는다.
‘용알뜨기’란 것이 있다. 정월의 첫 용날이나 대보름날 새벽 첫닭이 울기 전후하여 주부들은 샘에 가서 물을 뜬다. 전날 밤 용이 우물 속에 알을 낳는데 이 물 뜨는 것을 ‘용알뜨기’라고 한다. 이 물로 보름날 아침밥을 지으면 그해 풍년과 가정에 운수가 좋다 한다. 제일 먼저 뜨는 물이 효험이 있다고 하여 경쟁이 심하였다.
‘달맞이’는 정월 대보름달이 뜰 무렵에 동산에 올라가 달님에게 절을 하고 소원을 비는 것이다. ‘달점(月占)’이란 것을 보는데 커다란 양푼에 물을 떠 놓고 거기에 거울을 넣어 달을 비추어 달이 둥그렇게 뜨면 그해에는 풍년이 든다. 또 달의 색이 빨강, 노랑 등 색색으로도 비추는데, 이때 물색이 빨갛고 고우면 그해 신수가 좋다고 한다.
‘더위팔기’는 보름날 아침, 이름을 불러 대답을 하면 ‘내 더우’,‘내 더위 사 가게’하고 팔아 버린다. 그래서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안 한다. 이렇게 더위를 팔면 여름 동안 더위를 먹지 않는다. 반면 더위를 산 사람은 더위에 시달린다고 한다.
‘걸립’은 농악의 일종인 걸립놀이가 행해지는데 걸립패가 집에 들면 주인은 반갑게 맞아 마당 가운데 자리를 깔고 반에 양푼, 됫박, 말, 식기 등에 곡식이나 돈을 담아 정성껏 차린다. 이렇게 모인 것들은 마을 공동기금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정월 첫 뱀날인 사(巳)일에는 썩은 새끼에 헌 고무신을 매어 불을 붙여 ‘뱀 치자! 뱀 치자! 외치면서 삽짝 밖에서 태우는 행사인데 뱀이나 독충의 침입을 막는 주술행위이고, ‘달집태우기’는 음력 정월 대보름날 달이 떠오를 때 솔가지 등에 불을 놓아 제액초복(除厄招福)을 기원하는 풍속인데 달집이 훨훨 잘 타야만 마을이 태평하고 풍년이 든다고 한다. 대보름달은 풍요의 상징이고 불은 모든 부정과 사악을 살라버리는 정화의 상징이므로 사람들은 소원지 써서 함께 불사른다. 근래 산북면에서 해마다 달집태우기 행사를 이어 왔으나 코로나로 인해 중지하였다.
정월(正月) 놀이로는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쥐불놀이, 종경도놀이(從卿圖, 昇卿圖) 등이 있었지만 오늘에 와서는 윷놀이 등 일부만 생활 속에 남아 있고 연날리기는 의성군에서 세계축제로 승화되고 대다수 놀이는 보기가 어렵다.
‘입춘(立春)’은 24절기 중에서 첫 절기로 이날에는 대문이나 기둥, 대들보, 천장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천증세월인증수(天增歲月人增壽) 춘만건곤복만가(春滿乾坤福滿家) 등 입춘축(立春祝)을 붙인다.
‘새해 복福 많이 받았다지’ 언영言靈 담긴 덕담 주고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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