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4 (금)
금년의 ‘국악계 10대 뉴스 선정’, 발표도 아쉬움과 허전함을 남겼다. 유사한 꼭지가 있어 부득이 순위에 포함시키지 못한 것, 그리고 소위 ‘국가적’ 또는 ‘사건적’ 활동이나 현상이 아니어서 제외된 것들이다. 이 중에서도 ‘고유의 국악 활동’을 지표화 하지 못한 것은 가장 큰 아쉬움이다. 그래서 금년에는 ‘주목되는 국악공연 베스트 3’라는 카테로리를 설정했다. 관객의 호응이나 홍보 효과를 얻지 못하였어도 의미가 있어 기록화 하여 사례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현상적인 안목에서 2000년대에는 기악 중심의 앙상블이 대세였고, 2010년대는 소리꾼의 시대라고 할 만하다. 후자의 경우 전통 소리꾼을 프런트 보컬로 한 그룹 활동과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낸 현상이다. 이어 2020년대는 ‘국악이 다른 예술장르에 변화를 주는 시대’로 맞게 될 듯하다. 이는 국악계 흐름에서 확인이 되는데, 국악CD를 콘텐츠화 한 ‘정창관의 세상의 국악CD’ 싸이트를 분석한 김중현 중대 겸임교수의 분석이다. 국악의 산업화 또는 국악계의 빈익부 부익빈 현상으로도 말해지만만 일단은 긍정적이다.
이런 2000년대 초입의 긍적적인 현상이지만 여기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고유의 국악공연 활동’ 부문이다. 다소 표현이 부적절 할 수도 있지만 ‘고유’에 방점을 둔 것인데, 말하자면 지극히 기본적이고 보편적이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본연의 활동을 말 한다. 즉, ‘보존회 정체성을 유지하는 공연’, ‘전승/전수를 위한 공연’, 그리고 ‘사회적 국악 교육을 위한 공연’ 분야이다. 이를 대상으로 세 꼭지를 선정했다. 이름하여 ‘기자가 뽑은 2021 의미있는 공연 베스트 3’이다. 이 분야는 기자가 직접 참여 또는 참관한 공연을 대상으로 하였다. 순위가 아닌 세 공연을 주목한 것이다.
‘정선아리랑 예능보유자 4인 공개공연’
이 공연은 2021년 11월 10일 정선아리랑센터에서 (사)정선아리랑보존회 주관으로 개최되었다. 이 단체는 1970년 전남 광주 제11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입상한 수상자들이 중심이 되어 1971년 결성하여 창립 50년을 넘겨 뿌리가 깊은 보존회이다. 강원무형문화재 제1호 정선아리랑 기능보유자 유영란·김남기·김형조·김길자 4인을 중심으로 전수교육조교 5명, 이수자 13명, 전수장학생 6명, 전체 회원 73명으로 구성되었다.
이 단체가 11월 10일 ‘정선아리랑 예능보유자 공개공연’을 하였다. 한 무대에서 4분의 보유자가 각각의 제자들과 함께 전승 종목 긴아라리·엮음아라리·잦은아라리를 선보였다. 보편적으로 불리는 50수를 보유자 분이 연창하고 제자들이 받았다. 대개의 경우 같은 종목의 보유자들은 제자들과 각각의 공연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공연은 네 분이 제자들과 함께 한 무대에 선 것이다.
이를 통해 4명 보유자 각각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제자들의 성향과 가능성을 살필 수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보유자 활동 51년이란 가장 긴 유영란 보유자와 지난 동계올림픽 개막공연에서 ‘아라리’를 세계에 알린 김남기 보유자, 그리고 부친 김병하에 이어 대를 이은 김길자 보유자가 한 자리에 선 것은 유래가 드문 공연이다.
분명히 강원도무형문화재 제1호 지정 50년 기념 ‘정선아리랑 예능보유자 공개공연’은 정선아리랑보존회라는 정체성을 오롯이 보여주는 공연으로, 다른 보존회에 전범을 제시했다고 본다. 도지사도, 도 문화재위원장도, 군수도, 문화원장도, 재단 이사장도 없는 기념공연이었지만, 보존회만이 보여준 최고의 의미있는 공연이었다. 지난 4월 임기를 맡은 김길자 이사장은 "정선아리랑의 진가를 전국의 귀명창들에게 전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네 명의 보유자들로 구성된 무대이다. 앞으로 여건을 마련하여 대외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기대가 크다.
동초의 길을 잇닿다, 심청가 전승공개 발표회
전북 무형문화재 제2호 동초제 심청가 보유자 장문희 명창 전승 공개 발표회다. 11월 28일 우진문화공간에서 5시간에 걸쳐 보유자 장문희 명창과 함께 7인의 제자가 전 바탕을 연창했다. 장문희 명창은 이미 전주소리축제 등의 초청으로 춘향가·심청가·적벽가를 다수 완창한 바 있다.
김연수 법제인 동초제는 1930년대 초 여러 판소리 명창들의 소리 중 좋은 점만 골라 창시한 유파이다. 오랜 창극 활동과 독자적인 창작기법으로 완성시킨 것이다. 이의 막내 계보인 장문희는 천성의 목구성으로 힘이 좋아 청중을 사로잡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 번 발표회는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제자와 함께하는 완창 발표이다.
첫 무대 ‘심청의 탄생’과 마지막 ‘재회’ 대목은 장문희 명창이 맡았다, ‘곽씨부인 죽음’은 왕시연이, ‘심청의 성장’을 모세진이, ‘개천에 빠진 심봉사’를 박성희가 받았다. 이어서 ‘행선 전야’는 서정민, ‘인당수에 빠진 심청’은 조혜진이, ‘모녀 상봉’ 대목은 김유정이 맡는다. ‘심봉사의 탄식’은 전수장학생 박수현이, 마지막 ‘후일담’은 보유자와 장학생 그리고 7인의 제자들이 함께하였다. 가사와 문학성을 중시한 정확한 사설에 정교한 너름새와 다양한 부침새로 하여 가사 전달이 분명한 동초제의 특징을 보여주었다.
어느 정도의 ‘공지적 생략’이 있어 1인 완창보다 20여분 시간이 단축되었으나 판소리의 눈대목소리 같은 박진감이 있었다. 동시에 진정성과 소리꾼으로서의 치열함이 확인 되어 완창무대의 완결성도 확인되었다.
이 전승 공개 발표회의 특징은 스승 장문희의 법제와 그 특징을 객관화하고, 이를 전수, 전승하는 제자 7인의 수용 태도와 성취도를 확인하는 특별함이다. 이는 함께하는 관객에게도 의무적인 유파 발표회라는 지루한 발표회가 아니라 각 제자들의 특장을 토막소리화 하여 박진감 있는 공연이 되게 하였다.
이 발표회는 판소리 보유자 정기 발표회는 물론 다른 종목의 발표회에도 참고할 사례가 될 것이다. 도창 역할은 한 장문희 명창은 "도전이 있어야 성과가 있고, 그래야 후학들에게 ‘잘 했다’라는 선물을 줄 수 있기에 발표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지루함 없이 보고, 듣고 함께한 5시간여의 ‘동초의 길을 잇닿다, 심청가 전승공개 발표회’였다.
‘노인요양시설 전통예술프로그램 수행’
의미있는 국악 활동으로 ‘봉사공연’이란 분야가 있다. 일반적인 공연은 아니나 노인요양 시설 같은 소외 지대에 국악 교육과 체험과 공연성을 갖는 특별한 활동을 말 한다. 이는 노인 대상 국악교육과 국악 공연이 결합된 형태로 전문성을 요한다. 이런 활동을 수향해 온 단체가 세종시 소재 국악교육 단체 ‘한누리국악원’이다.
이 단체의 황정수 대표는 국악교육을 전공했다. 진주교대 국악교육학과 대학원에서 국악교육전공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석사논문은‘전통놀이 화가투를 활용한 초등 국악기 이해력 향상 프로그램 개발’이다. 초기 감수성이 형성되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국악을 밀착시켜 주기 위해 ‘화가투(花歌鬪)놀이’를 활용한 연구이다.
또한 실기로 민요를 택해 평안북도 무형문화재 4호 평북농요를 이수하기도 했다. 이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국악아, 노올자!’ 기획하고, 지역문화 향유 활동사업 ‘아리랑 한마당’, 아트체인지업 ‘국악으로 즐기는 태교자장가’ 같은 교육 프로그램 등의 기획자이다. 이 단체에서 함께 활동하는 국악인 역시 국악인 들이다. 방문배는 판소리 , 이은지는 가야금병창, 김성부는 타악, 윤명숙은 민요를 전공했다.
한누리국악원이 행한 주목하는 국악 봉사공연은 ‘노인요양시설 전통예술프로그램 수행’이다. 9월 15일부터 12월 까지 프록램을 수행 한 곳은 ‘공주 원로원’, ‘세종 VIP요양원’, ‘대전 유앤아이’, 대전요양원 네 곳이다. 공연 회수는 30회로 수혜 노인 수는 980여명이다.
각 회는 ‘도입-전개-정리’ 단계로 구분하여 교육과 놀이와 공연형 프로그램이이다. ‘프로그램 수행계획서’에 의하면 ‘악기체험⟶악기 연주⟶병창’, ‘민요공연⟶노래 부르기⟶개사하기’ 같은 순차적 활동으로 이해와 놀이와 공연 성격을 부여했다. 무용으로 ‘꽃춤’, 복놀이로 ‘복주머니를 이용한 퀴즈놀이’, 노래 수업으로 ‘지역별 아리랑 알기’와 ‘아리랑 사설풀이’ 등이 있다. 춘향가의 경우, ‘가야금 병창 춘향가’와 ‘판소리 춘향가’로 구분하여 이해를 도왔다.
황정수 대표는 "국가 지원을 받아 수행한 국악 프로그램이지만 어떤 공연 무대보다 준비와 성의를 다한 활동이었습니다. 국악교육 전공으로 태교음악과 초등교육 프로그램을 공부한 것이 노인 봉사공연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앞으로도 노인들과 어린이들이 더 즐기는 프로그램 개발에 노력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아리랑 화가투’ 관련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국악의 기능과 국악교육을 생각하게 해준 의미있는 봉사공연을 4개월간 수행한 한누리국악원 활동은 보상이 주어질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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