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0 (금)
2010년 마카오와 나가사키, 마닐라를 전전하며 살았던 유대인 페레스 일가의 이단 심문 재판기록에 일본인 노예 세 명이 멕시코로 건너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료가 발견됐다.
이 사료는 전국시대 일본에서 노예가 된 사람이 포르투갈인에 의해 해외로 보내졌음을 증명한다.
도쿄외국어대학 특임 준교수인 저자 루시오 데 소우사는 책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산지니)의 서장에 종교 박해에 의한 페레스 일가의 도피 생활과 그에 동반한 일본인 노예 가스팔 헤르난데스 하폰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아시아 노예들은 가사노예에 적합하다고 여겨졌고 그 외에도 하급 선원, 용병, 교회의 종복, 전문기술직까지 다양한 곳에서 종사했다. 이들의 인생은 봉공하는 주인에 따라서도 양상을 달리했다.
서장에 소개된 페레스 일가의 도망사에는 사실 조선인 노예도 등장한다. 일본인 노예가 세계를 전전하던 시기 조선인도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나가사키에서 거래된 비일본인 노예 중 수적으로 가장 많았던 것도 조선인이라고 한다.
일본의 전국시대가 종언되고, 연이어 일어난 임진왜란으로 많은 조선인이 생포돼 일본으로 끌려갔다. 전국시대 내전으로 넘쳐나던 포로의 자리가 조선인으로 대체된 것이다.
16세기 말 일본에 온 피렌체 상인 프란체스코 카를레티는 일본 시장에서 본 조선인 노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모든 연령대의 남성, 여성들이 수많은 노예로 몰려왔다. 그중에는 아름다운 여인들도 있었다. 누구나 아주 싼값에 팔렸고 나 자신도 다섯 명의 노예를 겨우 12에스쿠드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책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는 일본인 노예의 존재가 드러나는 귀중한 1차 사료들을 소개한다.
아시아에서 마카오, 필리핀, 인도의 고아, 아메리카 대륙에서 멕시코, 페루, 아르헨티나, 유럽에서 포르투갈, 스페인까지. 다양한 국가에서 발견되는 사례를 훑어보면서 구체적이고 다양한 삶 속에서 그들의 존재를 밝혀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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