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6 (목)

[새책]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책]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

조선의 신명과 한국의 ‘힙’이 함께하는 스토리텔링 판소리
청춘소리꾼의 판타스틱 인문학 소리판


61힙하게잇다-조선판소리_입체.jpg
[국악신문] 김희재 지음 , 초록비책공방 출판, 2021년

 

서울의 알 만한 장소 앞에서 한복도 아니고 현대 복장도 아닌 모호한 복장으로 아비규환과 같은 춤사위를 추는 모던 댄서들. 이 난리통 같은 영상을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이 음악이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판소리가 이토록 힙한 소리였다니!’ 하고 놀란다.


국악의 반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민요와 굿을 접목한 음악으로 세계 유명 음악쇼에서 주목받는가 하면 전통 음악과 협업한 힙합을 외국인이 함께 즐기기도 하고 '조선판스타', '풍류대장' 같은 TV 프로그램에서는 새롭고 신선한 음악을 보여주는 국악인도 많아졌다. 대체 우리 전통 음악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는 "빠바바 밤~! 빠바바 밤~~!” 하고 시작되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알아도 '산조'와 '시나위'는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생김새는 구분할 줄 알지만 아쟁과 해금은 단번에 구분하지 못한다.


이 책은 판소리 '심청가'에서 심청은 왜 인당수에 목숨을 던졌어야만 했는지, 베토벤의 음악은 익숙한데 산조 음악은 왜 공감이 안 되는 건지, 문학작품 같기도 하고 음악인데 연극 같기도 한 판소리는 언제 생기고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그리고 전통 음악을 활용하여 새롭고 힙하게 자신만의 예술을 표현하는 당찬 음악인들은 누구이며, 존재가 예술 그 자체인 명창의 소리를 소개한다. 이를 오감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QR 코드를 본문 곳곳에 심어놓은 새로운 버젼의 판소리 버젼 출판이다.


21년차 젊은 소리꾼인 저자는 ‘국악과 판소리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이야기의 고리’로 바꾸어 우리 음악의 참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성공해냈다. 우리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내재된 신명과 흥을 찾을 수 있다. 알고 나면 흥겹고 재미있는 판소리, 우리가 먼저 즐기면 바로 그것이 돌고 돌아 전통이 되는 것이 아닐까.


들어는 보셨소? 이토록 힙한 소리!

조선 힙의 원조, 판타스틱하게 즐겨 보자


첫 번째 마당 '조선 힙의 원조, 판소리가 전하는 이야기'에서는 판소리라는 규정하기 어려운 장르에 대해 설명하고 ‘오늘’을 담은 판소리 다섯 마당을 살펴본다. 죽을 위기의 수궁에서 겨우 빠져 나온 토끼의 모습에서 하루하루 힘겨운 우리 일상을 보고, 용기 있게 신념을 지켜나가는 춘향이와 운명을 꿋꿋이 받아들인 심청의 모습에서 세상을 구원하는 비주류의 희망을, '흥보가'에서는 밥벌이의 슬픔과 고달픔을, '적벽가'에서는 글로벌 콘텐츠의 가능성을 찾아본다. 


두 번째 마당 '우리 소리 사용 설명서'는 우리 전통 음악이 서양 음악과는 우주가 다른 음악임을 설명한다. 자연의 소리라며 즐겼던 전통 음악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고 풍류를 즐겨보자. 소리꾼들은 왜 폭포수 아래에서 소리 공부를 하는 것인지, 소리꾼의 목소리가 허스키한 이유는 무엇인지, 판소리에는 진짜 한이 서려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신재효 선생의 <광대가>를 통해 오늘날 스타와도 같았던 명창 소리꾼 이야기와 현재 곳곳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국악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마당-판타스틱하게 잇다, 우리 소리'에서는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힙한 국악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 소리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 흥겨운 음악의 환각 상태로 몰아가는 악단광칠과 씽씽밴드, 아일랜드 민속악기가 판소리와 만난 '두 번째 달', ‘범 내려온다’의 '밴드 이날치' 등 경계가 없는 그들의 음악과 300년 지층이 쌓인 ‘명창의 소리’까지 듣다 보면 어느새 여러분도 귀명창이 되어 있다.

 

‘힙하다’, ‘신선하다’라며 국악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이런 관심이 지속되기 위해서 우리는 전통 음악인 국악을 지켜야한다고 말을 하면서도 정작 즐기지 못했다. 저자는 어떻게 즐기고 느껴야 하는지 설명하고 QR 코드를 통해 흘러나오는 판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새 독자는 저자와 동행을 하게 된다.


저자는 "판소리가 하루빨리 보호받아야 할 무형문화재에서 벗어나 모두가 함께 즐기는 문화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이 책을 집필했다"라고 밝혔다.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이라야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판소리를 과거의 것이라 재단하지 않고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을 반추해본다면, 그것이 바로 판소리의 현대적 공감이라고 할 것이다.

판소리는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국가무형문화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