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1 (토)
오스트리아 소설가 로베르트 무질(1880~1942)의 대작 '특성 없는 남자'(북인더갭) 3권과 1-3권 합본이 동시에 출간됐다.
출판사는 이번에 나온 3권은 2013년 1, 2권이 출간된 지 8년 만에 나온 후속권이며, 합본 양장판은 3권이 나온 것을 기념해 1-3권을 묶어 양장판으로 출간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전체 3부로 이뤄진 무질의 미완성 대작 '특성 없는 남자' 중 작가 생전에 완결된 구조로 출간된 2부까지의 분량이 국내에서 처음 번역됐다.
1999년 독일 '차이트'지는 독일 대표 지성 99명에게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독일어 소설을 물어본 결과 이 소설이 1위를 차지했다. 이 소설은 같은 해 '르 몽드'가 실시한 지난 세기 '가장 기억에 남는 책' 100권, 2002년 노르웨이 북클럽이 발표한 전 세계 작가 100명 설문조사 '세계 문명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책' 100권에도 포함됐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조이스의 '율리시즈'와 함께 세계 3대 모더니즘 걸작으로 꼽히는 이 소설의 특성은 '사유 소설'이란 점이다.
1차 세계대전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내부의 문제적 인물들을 담은 이 소설은 유럽이 처한 정신적 위기 상황을 스토리가 아닌 사유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독특함을 인정받고 있다.
담론의 해체 내지는 현대성의 해부라는 특징을 갖는 무질의 사유 소설은 프로이트나 후설, 부버 같은 동시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지식인들의 사유와 연관된다. 이들은 하나같이 고민했던 것이 바로 유럽 정신의 위기였거니와 그것은 시효를 다한 유럽의 과학적이고 실증주의적 정신을 벗어나 새로운 인간성을 찾아내야 한다는 과제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질은 생전에 문학적 성취에 걸맞은 명성을 누려보지 못했다. 예민한 어머니와 불화를 겪으며 일찍 집을 나와 기숙학교를 전전했고, 역경을 딛고 이 소설을 집필해 1, 2권을 발표했다. 그러나 때마침 정권을 잡은 나치에 의해 판매가 금지됐다.
무질은 이 소설을 완성하려고 스위스로 이주하지만 질병과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1942년 결국 미완성인 채로 제네바에서 숨을 거뒀다.
무질이 미완성으로 남겨놓은 제3부는 주인공 울리히가 여동생 아가테를 만나 펼쳐지는 ‘다른 도덕’을 향한 모험으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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