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9 (수)
추석 연휴가 18~22일 5일로 짧지 않다. 하지만 예술은 더 길다.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성함을 안겨주는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가족, 연인, 친구끼리 그리고 코로나19 기간 안전하게 혼자 봐도 좋을 작품들이다.
◇가족
▲'빌리 엘리어트'는 명실상부(名實相符) '뮤지컬 고전' 반열에 올랐다. 2005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한 이 뮤지컬은 국내 2017년 재연 이후 4년 만에 돌아왔다.
공연계도 분명 유행(流行)이 있지만, '빌리 엘리어트'는 어느 시대와도 부합한다. 동명영화(감독 스티븐 달드리·제작 워킹타이틀·2000)가 바탕으로, 1984년 탄광노동조합의 파업시위가 한창이던 영국 부부의 탄광촌이 배경.
당시 대처 정부의 광산 구조 조정의 여파가 물밀듯이 이 탄광촌을 휩쓸고 있다. 파업에 참여 중인 아버지와 형 그리고 치매증세가 있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11세 소년 빌리가 발레를 알아가면서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꿈의 소중함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뭉클하게 그린다. 오는 2022년 2월2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국립극장 국립창극단이 창극 '흥보전(展)'은 배우 겸 연출가 김명곤, 한국을 대표하는 명창 안숙선,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최정화 등 각 분야 거장들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판소리 '흥보가'를 동시대 상상력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창극의 독창적 성격을 정립하는 데 기여한 연출가 허규(1934~2000)의 ‘흥보가’(1998)를 원작으로 삼았다. 음악감독은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공명'의 박승원이 맡았다. 21일까지 해오름극장.
◇연인
▲'하데스타운'은 하반기 최고 기대작이었는데 명실상부 이름값을 한다. 그리스 신화가 바탕이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지하 세계로 향하는 오르페우스, 사계절 중 봄과 여름은 지상에서 가을과 겨울은 지하에서 남편인 하데스와 보내는 페르세포네의 이야기가 재즈, 포크 등 아름다운 음악과 세련된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오르페우스 역엔 뮤지컬배우 조형균·박강현, 그룹'엑소' 멤버 시우민이 캐스팅됐다. 뮤즈와 인간의 혼혈로 절대적 위력을 지닌 음악적 재능의 소유자다. 그런 그의 노래에 반해 청혼을 받아 들이는 에우리디케는 김환희와 김수하가 나눠 연기한다. 오는 2022년 2월27일 LG아트센터.
▲'엑스칼리버'는 영국의 건국 신화를 담은 '아서왕 이야기'가 바탕이다. 켈트 족 중세기사 전설 속 영웅을 다룬 이 신화는 우리나라의 단군 신화처럼 영국의 민족 통합 설화로 통한다.
왕의 운명을 타고난 청년이지만, 성검인 엑스칼리버를 뽑은 뒤 자신의 운명 앞에 고뇌하고 성장하는 아더가 주인공이다. 김준수, 카이, 비투비 서은광, 세븐틴 도겸 등 스타들이 아더 역에 쿼드러플 캐스팅됐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몬테크리스토'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을 맡았다. 11월7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친구
▲연극 '템플(Temple)'은 자폐증 진단에도 세계적인 동물학자가 된 미국 템플 그랜딘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동물과학부 교수의 학창 시절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민준호가 작연출, 유럽의 명문 무용단인 스위스 현대무용단(Cie. Linga Dance Company)과 영국 2FaCeD 댄스 컴퍼니 단원 출신인 안무가 심새인이 안무와 함께 공동 연출로 힘을 보탠다.
두 연출은 '신체 연극'(physical theater)을 만들어냈다. 신체 움직임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인물의 심리, 상태, 감정을 전달하는 '피지컬 시어터'를 표방한다. 대학로에서 떠오르는 김주연·박희정이 템플 역을 나눠 맡는다. 2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혼자
▲3년 만에 돌아온 갱스터 누아르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는 20세기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마피아 ‘알 카포네’가 주름잡던 미국 시카고가 배경. 렉싱턴 호텔 661호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보이지 않는 시스템에 갇힌 인간들의 군상은 지금과 겹쳐지며 다양한 울림을 안긴다.
한 편에 약 60분간 진행되는 연극 세 편이 같은 기간 번갈아 가며 공연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건명, 송유택, 홍륜희 등이 출연한다. 오는 11월2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뮤지컬 '헤드윅'은 과거의 아픈 상처를 딛고 음악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하는 동독 출신의 트랜스젠더 가수 헤드윅의 이야기다. 영화배우 겸 감독 존 캐머런 미철이 극본과 가사를 쓰고 기타리스트 스티븐 트래스크가 곡을 붙였다. 미철은 '헤드윅'의 오리지널 캐스트이기도 하다.
13번째인 이번 시즌은 이례적으로 1250석짜리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헤드윅을 맞는 라인업은 객석을 가득 채울 만큼 화려하다. 오만석, 조승우, 이규형, 고은성, 뉴이스트 멤버 렌(최민기) 등 다섯 헤드윅의 매력이 모두 달라 회전문 관람을 ㅇ한다. 오는 10월31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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