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 (토)
"세상 모든 일은 결국 책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이런 도서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책을 많이 사고, 읽고, 쓰는, 그런 삶을 함께 살면 어떨까요."(생물학자 최재천)
국내 최대 책 축제 '서울국제도서전'이 8~12일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개최되고 있다. 지난해 전면 온라인으로 개최됐던 행사는 올해 규모를 줄여 오프라인으로도 독자들을 찾았다.
올해 도서전 주제는 '긋닛-斷續-Punctuation'으로, '긋닛'은 '단속(斷續)'의 옛말이다. 팬데믹 상황으로 잠시 멈추어진 일상에서 우리가 멈춘 곳이 마침표가 될지 아니면 잠시 멈추었지만 이전의 일상으로 이어지는 쉼표가 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코로나19 이후 가야할 길에 대해 함께 고민한다.
첫 날인 8일 오전 행사장을 찾았다. 입장할 수 있는 시각은 오전 11시였지만 미리부터 길게 늘어선 줄이 눈에 띄었다.
수원에서 온 대학생 한규리씨는 "원래 매년 오는 행사다.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 행사가 없었는데 올해 있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며 "규모가 축소돼 아쉽긴 하지만 지금 이 시국에는 이게 최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400여개 출판사가 참여했지만 올해는 그 4분의 1 수준인 75개 출판사가 참여했다.
방역에 만반을 기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번 도서전은 코로나 단계별 지침 사항을 준수해 면적에 따른 수용인원에 맞춰 입장을 제한했다.
행사에 참가하는 출판사들은 테이블당 상주인원을 2인으로 제한했다. 관계자들은 행사 3일 전 PCR 검사를 의무적으로 마친 뒤 음성 결과를 확인하고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공간은 행사 종료 후 매번 소독하며 손소독제를 곳곳에 비치했다. 입장객들은 입구에서 발열 검사와 QR체크를 마친 뒤 입장이 허용되고 있다.
그는 이번 코로나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을 강조했다. "지금은 바이러스의 블루오션이다. 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이 너무나 극심하다"며 "숲을 더 넓게, 편안하게 만들어주지 않는 한, 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주지 않는 한 이런 일(바이러스)은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사실 유행병은 인간을 완벽하게 다 죽일 수는 없다. 그런데 코로나19 배후에 있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의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가 피할 수 없다"며 "인류를 지구 표면에서 쓸어낼 대재앙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어쩌면 코로나가 더 큰 것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우리에게 알려준 건지도 모르겠다"고 경고했다.
최 교수의 강연을 필두로 공연 예술가 이자람, 건축가 노은주, 소설가 정세랑, 배우 문소리 등의 주제 강연이 이어진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에서 만나기 어려운 소설가 정유정, 베르나르 베르베르, 한강 등 국내외 작가들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전시들도 도서전을 찾은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주제전시 '긋닛: 뉴 월드 커밍'은 지난 70여 년간 끊어지고 또 이어진 서울국제도서전 역사를 최초로 돌아보는 아카이브 전시다. 웹소설과 웹툰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전시 '파동'은 새로운 장르가 우리 삶에 들어오게 된 과정과 주요한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2021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과 역대 수상작들, 그리고 2020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의 실물을 디스플레이한 'BBDWK' 전시는 관람객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온 30대 이지훈씨는 "좋아하는 작가들의 전시를 보기 위해 이번 행사에 참가하게 됐다"며 "얼른 코로나 사태가 빨리 지나가서 이런 행사들을 마음 편히 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출판사 마켓'을 통해 독자들을 만난 75개 출판사들은 오랜만에 열린 오프라인 행사에 대한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문학동네 편집자 황수진씨는 "아직 코로나 때문에 많이 힘든 상황에서 방문객이 생각보다 많다. 책이 많이 사가고 해주셔서 이 힘든 시국을 이겨내는 데 힘이 될 것 같다"며 "작년에는 아예 오프라인 행사가 없었는데 올해는 개최됐다. 도서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 행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작 박동준 마케팅 이사는 "독자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적다보니 이런 행사를 통해 독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어 좋다"며 "2년 만에 치러지는 행사지만 그동안 꾸준히 찾아왔던 단골 독자들의 얼굴을 다시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디오북 플랫폼 스토리텔 박세령 한국 대표는 "2019년 말 스토리텔 서비스가 한국에 런칭했다. 그 이후 코로나 때문에 독자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며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큰 행사인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우리의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행사장을 방문한 독자들도 즐거운 마음을 드러냈다. 초등학생 1학년 딸과 함께 도서전을 찾은 박담희씨는 "다양한 책을 두루 둘러볼 수 있고 서점보다 자유로워서 오게 됐다"며 "몰랐던 좋은 출판사들도 많고 아이도 재미있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국제도서전은 오는 12일까지 열린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각종 프로그램을 참관할 수 있다.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는 "올해 행사는 코로나와 함께 사는 시대를 생각하면서 만들었다"며 "코로나19의 2019년이 이렇게 길게 연장될 것이라고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이 팬데믹의 효과, 결과, 혹은 후유증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끊어지고 이어짐'이라는 올해의 주제 '긋닛'은 지금 우리가 멈춘 자리가 마침표인지 쉼표인지, 혹은 느낌표인지 살펴보려는 다양한 시도를 포함한다"며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실시간으로 참여해서 강연으로 독자들과 만나고 웹툰, 웹소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등과 관련된 전시들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독자들을 만나려는 출판사들이 용기를 내어, 정성껏 전시를 풍성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올해 도서전 홍보대사이자 첫 강연자로 나선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우리가 멈추니 자연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였다"며 '긋닛, 자연이 우릴 쉬어 가라 하네' 주제 강연을 펼쳤다.
최 교수는 "도서전처럼 기분 좋은 행사는 없는 것 같다"며 "대단한 책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고,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 않나"라고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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