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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소 고려인의 대표곡 '고려아리랑'을 작곡한 한 야꼬브(1943.12.17~2021.09.05)음악가(사진)가 5일 향년 79세로 별세했다).
광주고려인마을 김병학 역사유물전시관장은 고려인 동포들의 가슴을 울리며 애송되는 '고려아리랑' 작곡가이자 고려극장 지휘자였던 한야코브(78세)씨가 코로나19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한 야꼬브 선생은 시대가 낳은 탁월한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문화예술 진보의 선단에서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다채로운 감성의 세계로 이끌어 온 선구자였다.
그는 재즈음악의 불모지였던 소련 땅에 용기 있게 새로운 소리와 선율을 도입하여 통합음악의 길을 열었고, 고려인들이 조국에서 부르고 애창하는 민족음악을 보존하기 위해, 환갑이 넘은 나이에 녹음기를 들고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의 여러 고려인 마을을 돌아다니며 그때까지 남아있던 거의 모든 고려인 구전가요를 집대성했다.
또한 그는 강제이주를 당한 선배세대를 기리는 불멸의 멜로디 '기억'을 작곡해 헌정했으며, 현 세대와 후배 세대의 가슴에 영원히 메아리칠 노래 '고려아리랑'을 작곡해 선사했다.
고려아리랑은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의 순회악단인 ‘아리랑가무단‘의 지휘자였던 고려인 음악가이자, 카자흐스탄 재즈음악의 대부인 고려인 한 야꼬브 작곡가와 전남 신안 출신인 김병학 시인이 2014년 12월 합동으로 만든 작품이다. 고려극장은 고려인들에게 극장 이상의 극장이었다. 그리고 아리랑은 바로 가슴에 각인된 '조국'이었다.
'원동땅 불술기에 실려서/카작스탄 중아시아 러시아/뿔뿔이 흩어져 살아가도/우리는 한가족 고려사람/(후렴)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아리랑 고려아리랑//기쁘나 슬프나 괴로우나/우리를 낳아준 모국의 품/잊지 않으리 기억하리/우리는 한 뿌리 고려사람//진펄도 갈밭도 소금밭도/땀흘려 일구니 푸른 옥토/모진고난 이기고 일어서니/우리는 한민족 고려사람//아버님 남기신 선조의 얼/어머님 물려준 조상의 말/가꾸고 다듬고 지키리라/우리는 한겨레 고려사람'이다.(작사:김병학/작곡:한 야코브)
한 야꼬브 작곡가는 "역경을 이겨낸 고려인들을 상징하는 노래가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많아 우리민족의 정서가 담긴 아리랑으로 노래를 만들었다”며 "고려인 후손들이 고려아리랑의 멜로디나 음 보다는 가사에 담긴 의미를 깊게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1937년 9월 스탈린 정부는 고려인 2500여 명을 일본군 스파이란 죄목을 씌우고 사살한 뒤 17만 여명의 고려인이 짐짝처럼 기차 화물칸에 태워져 중앙아시아 동토의 땅 우스토베 벌판에 강제 이주됐다.
첫 시연은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강원도 정선의 아리랑합창단과 한 야꼬브 작곡가가 지휘하는 카자흐 민속합창단이 합동공연을 할 때 불려졌다.
고려인 광복절 행사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고려인들의 공식찬가로 불리기 시작해 현재 카자흐스탄 각 지역과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일대를 넘어 캐나다에서도 불리는 노래로까지 자리잡고 있다.
한 야코브 선생은 1943년 8월 17일(여권 기록은 12월 17일) 카자흐스탄 남부 침켄트에서 가난한 가정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 선생님은 침켄트음악대학 오케스트라학과에서 트럼본을 전공하고, 다시 알파라비 명칭 침켄트국립사범대학에서 무대지휘학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1968년 고려극장 아리랑가무단에 들어가 트럼본 연주자로 활약하며 본격적으로 음악의 길을 걸었다. 나중에는 이 가무단의 지휘자와 지휘단장을 역임했다.
고려극장에서 일하면서 청년 한 야꼬브 선생님은 소비에트 고려인음악의 창시자 박영진, 아리랑가무단 창설자 정인묵, 내면의 감흥을 소리로 표현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지녔던 가수 김홍율 등의 선배음악인에게서 다양한 음악적 기법과 민족음악의 가치를 배웠다.
또 만능예술가인 연성용 극작가와 민요가수인 안 미하일 배우로부터 고려인의 전통음악이 아주 사라지기 전에 어서 수집해서 정리하라는 권유를 받고 나중에 소련 전역을 누비면서 가요를 수집해 김병학 관장과 함께 '재소고려인의 노래를 찾아서'라는 두 권의 책으로 집대성했다.
김병학 관장은 "한 야코브 선생은 코로나19 악화로 입원 직전까지도 열과 성을 다해 '영원하라 고려극장'을 완성했다."며 "이것이 선생님의 마지막 작품이 되고 말았다"고 애석해 했다.
2020년 1월 필자는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고려극장 예술가 한 야꼬브 작곡가와 고인이 된 명동욱과 친구들을 취재를 갈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성사가 되지 못했다.
*고려아리랑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lszWOMpSQ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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