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1 (화)

[연재소설] 흙의 소리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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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흙의 소리 53

  • 특집부
  • 등록 2021.09.09 07:30
  • 조회수 265

이 동 희

 

 

 

유랑 <6>

"아무 것도 아니여. 사랑, 참 좋지. 그것보다 귀하고 아름다운 것이 있겠나. 사랑을 위해서 목숨을 다 바칠 수도 있는 것이고 그것은 대단히 값지고 보람된 일인지 모르지. 그러나 뭐라고 할까, 이것은 글쎄, 한 구뎅이 다 죽는 거여. 이게 뭐 하자는 건가. 아니 도대체

그는 다시 말을 잇지 못하였다.

"선생님, 걱정해 주셔서 참으로 고마운 말씀인데요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더 잘 할게요. 염려하시지 않도록 할게요.”

그리고 가던 길을 어서 가자고 한다.

그러나 박연은 굳은 표정으로 다래를 노려보며 계속해서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그렇게 할 일 없는 사람인 줄 아는가? 왜 마음에 없는 소릴 하고 있는 기여?”

"조금 더 기다려 보세요. 선생님. 아셨지요, ?”

다래는 다시 같은 말을 하였다. 눈은 저쪽 먼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박연은 굳은 표정을 조금도 누구러뜨리지 않고 목소리를 좀 더 높였다.

"내 말 안 들으려거든 돌아가. 내가 공연한 생각을 한 모양일세. 가서 잘 해 보아.”

벌떡 일어나며 말하였다. 그리고 가던 길 갈 차비를 하는 것이었다. 잔뜩 노기를 띄였다.

그러자 다래는 자세를 바꾸고 스승을 도로 앉게 하는 것이었다.

"잘 못 했어요. 선생님. 다시 말씀드릴게요.”

갑자기 눈물을 주루룩 쏟으며 말하는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선생님.”

"으음.”

박연은 못 이긴 척하고 그 자리에 도로 앉는다. 그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 안도의 숨은 쉬며 생각을 바꾸지는 않았다.

"선생님 말씀이 다 맞아요.”

다래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푹 숙이고 울먹이며 말하였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정말 이러다가는 다 죽겠어요. 왕자들도 서로 저를 못 차지하여 혈안이 되어 있고

앞에서 사정을 얘기하였었다.

노래냐 소리냐 그런 것은 뒷전이고 매일 밤 곡예를 하고 있었다. 죽음의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방법이 있다면 누가 죽는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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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이무성 화백의 작화 : [연재소설] 흙의 소리 53

  

"정말 어떡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잘 해결해 보겠어요.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선생님.”

사실대로 말은 했지만 아무런 대책은 없었다.

박연은 입을 쑥 내밀고 있었다가 일어나며 말하였다.

"어떻게 더 내려갈 티여? 돌아갈 티여?”

선택을 하라는 것이었다. 대단히 단호하였다.

"빨리 돌아가야 되는데

가서 어떻게든 그녀가 해결을 해야 되는데 아직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이었고 그렇다고 그냥 있어서도 안 될 일이었다.

"잘 생각해서 결정해야지.”

박연은 가던 길을 먼저 나서며 걷는 것이었다.

다래는 멍히니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스승을 따라 서는 것이었다.

그리고 말없이 무한정 걸었다. 주막도 지나치고 장터거리도 지나고 걷기만 했다.

그날 저물어 캄캄해서야 두 사람은 한 정자에 쉬며 얘기를 하였다.

"선생님 아무래도 제가 올라가야 될 것 같애요. 무작정 몸만 빠져나온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가서 잘 해 볼게요.”

다래는 계속 걸으며 생각한 것을 결론적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스승의 대답은 얻지 못하였다. 박연이 얘기하였다시피 그 문제를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소리가 어떻다 노래가 어떻다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이것은 그럴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 이거고 저거고 내가 더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잘 처신해야. 무엇을 위하여 사느냐, 그것이 사람을 평가하는 거여.”

이것은 사랑이고 저것은 예술인지 모른다. 그 반대인지도 모른다.

그까지였다. 스승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하였다. 아무런 방도가 없었다. 박연이 불러 낸 것도 몸을 잠시 빼기밖에 못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뒷날, 아름다운 자태로 예인의 정점을 찍고 평원대군 금성대군 화의군 왕자들 뿐 아니라 장안의 뭇 한량들과 치정극을 벌이며 죽음으로 끝장을 낸, 그녀의 행각에 대한 스승의 사랑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