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정창관/한국고음반연구회 부회장
필자는 서양고전음악을 좋아하다가 국악으로 귀향한 국악애호가이다. 국악 중 산조음악을 들으면서 누구류 산조(예:김죽파류 가야금산조 등)는 왜 하나 밖에 없는지 의아했다. 필자는 산조가 서양의 소나타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소나타는 보통은 ‘빠르고 느리고 빠른’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산조는 보통은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의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를 32곡 작곡하였지만, 우리의 산조는 명인의 이름이 들어간 한곡이다. 하지만 10개의 산조를 짠 가야금 명인이 있다.
서상열류 가야금산조의 서상열 명인은 1947년 경북 경산 출신으로 강태홍 명인의 제자인 최금난 선생의 문하로 입문하여 영제 줄풍류를 비롯한 가야금산조를 배웠다. 국악계에서 활동하다가 건강상의 문제로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경북 청도의 시골 산방에 은거하면서 방대한 양에 달하는 가야금 가락과 잊혀져가는 고제 연주법을 제자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첫 번째 산조 ‘안경조’, 두 번째 산조 ‘비단사’, 세 번째 산조 ‘가향조’, 네 번째 산조 ‘사가담’, 다섯 번째 산조 ‘노작’, 여섯 번째 산조 ‘수리조’, 일곱 번째 산조 ‘거문가야’, 여덟 번째 산조 ‘단산조’, 아홉 번째 산조 ‘산방가락’, 열 번째 산조 ‘대가야’를 현재 짜 놓았다.
이 10개의 산조 중 7번째 산조 ‘거문가야’가 처음으로 음반으로 소개된 것이다. 음반에는 ‘다스름-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늦은 자진모리-자진모리-휘모리-단모리’ 8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음반에 수록된 악장은 조별로 세분(우조-계면조 등)되어 있다. ‘거문거야’는 거문고 같은 가락과 가야금 가락의 조화로운 어울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장구는 신호수 고수가 맡았다.
정수혜 연주자는 현재 경상북도 도립국악단 단원으로 서성열류 첫 번째 가야금산조인 ‘안경조’, 두 번째 산조 ‘비단사’, 일곱 번째 산조 ‘거문가야’를 악보로 출판한 적이 있으며, 서상열 작곡 발표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음반은 연주자의 첫 음반으로 남은 9개의 산조도 음반으로 만나기를 기다려 본다.
음반으로 기억하면 1990년대 초에야 명인들의 이름을 명기한 누구류 산조가 보이기 시작하였지만, 이제는 중견연주자도 자기류 산조를 연주하고 있는 세상이 되었다. 앞으로는 누구류 제1번 가야금산조, 누구류 제2번 가야금산조 등이 나타날 것 같다.
* 관련음반 : http://www.gugakcd.kr/music_detail.asp?cd_num=Z-2107-9400&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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