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6 (월)

[김기자의 객석에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전통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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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객석에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전통의 재발견’

국악관현악과 기악 협주의 카덴차
판소리와 가곡의 매력과 친밀감

  • 김한나
  • 등록 2021.07.16 23:36
  • 조회수 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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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신문] 국립국악원_창작악단(사진=국립국악원 제공)

 

지난 14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기획한 ‘전통의 재발견’이 예악당에서 펼쳐졌다. 이번 공연은 전통원형의 기악과 판소리, 정악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창작하여 협주곡과 국악관현악으로 선보인 작품이다. 전통과 창조가 융합하여 독창적이고 신선하며, 새롭게 창조된 국악이 전통의 가치와 소중함을 더욱 발견 할 수 있게 해준 공연이다.

 

국악관현악 ‘산곡’

시작은 타악기가 울리고 난 후에 여민락 가락이 연주된다. 느린 템포로 평온함과 장엄함이 동시에 울려펴진다.서양악기 더블베이스와 첼로는 가장 저음으로 연주되고 국악기와 이질감이 없어 이러한 구성만으로도 첫 곡부터 전통의 재발견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산곡’은 여민락 가락에 여러 개의 타악기 장단이 반복적으로 넘나들고, 신명 나는 사물놀이 가락도 더해진다. 느리고 빠른 장단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곡이다. 마지막은 도입부와 같이 여민락 가락으로 마무리된다.

 

작곡자는 우리나라 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깃들었을 삶의 정서를 표현하고자 했다.

소금을 연주 할 때는 마치 깊은 산 속에서 산새를 즐기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조용히 연주 하다가 음향이 점점 커지고 짙어지며, 절정에 다다르듯 올라가서는 다시 하강하더니 이전보다 더 고조된 클라이맥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느리고 빨라지며 음향이 잔잔하고 커지기를 반복하는데 산의 굴곡과 4계절의 빛깔을 지닌 아름다운 산을 떠올리게 된다.

 

여민락은 세종대왕이 만든 곡으로 ‘백성과 더불어즐기자’라는뜻을 지니고 있다. 용비어천가의 일부 사설을 노래하기 위해 만들었으나 현재는 관현악곡의 형태로 연주되고 있다. 전곡을 연주하는데90분정도나‘산곡’은 전통음악에 현대를 접목하여 장중한 전통미와 국악을 좀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참고로 영화(2005) ‘왕의 남자’에서 여민락이 연주된다. 영화에서는 여민락을 연주하는 악사와 궁중무용을 추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천년만세 삼중 협주곡 ‘인애’(초연)

신비롭고 아름답다. 희망이 가득한 순수하고 맑은 세상으로 인도한다. 그곳에서는 슬픔과 미움, 고통이 없는 기쁨과 화합의 세계이다. 전통음악인 ‘천년만세’는 세 곡을 이어서 연주하는 음악으로 길이가 길지 않고 밝고 경쾌하다. 흐름은 보통빠르기-빠르기-보통빠르기로, 이번에 초연된 ‘인애’는 이 전통 가락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통을 재창조 하였다. 관현악과 어우러지는 가야금, 해금, 거문고의 삼중 협주와 관현악 연주 없이 각각 연주하는 흐름을 볼 수 있다. 후반부도 경쾌하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하며, 어두움이 걷힌 희망의 빛이 있는 세상으로 이끌면서 마무리된다.

 

국악관현악과 이중창 가곡 협주곡(초연)

뛰어난 창의성과 예술성이 돋보이는 곡이다. ‘전통의 재발견’ 답다. 국악을 딱딱하고 고루하게 여기는 사람들조차 이 작품을 만나면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가곡은 판소리와 민요보다접할 수 있는 비중이 작다.국악 전공자나 국악 관련자와 관심 있는 자 외에는 국악을 접하기 어려워하거나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전통음악의 중요성의 아쉬움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사라져 가는 옛것을 이중창 가곡 협주곡을 통해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든 작품이라고 여긴다.

 

처음부터 사로잡는다. 관현악 연주에 두 명의 남창 소리가 울린다. 한 명의 남창이 언락으로 처음부터 내어 지른다. 꿋꿋한 절개와 기개가 넘치는 소리꾼은 힘이 있고 묵직한 소리로 관중들의 몸에 파고든다. 이어 선비 같은남성이 저음의 소리를 내며 이중창이 시작된다. 넋을 빼놓는 신세계로 인도한다. 두 명의 남창은 처음부터 끝까지 배려와 절제로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간다. 다시 듣고 싶은 곡이다. 한국음악에 화성이 있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국악관현악에 의한 이중창 가곡협주곡’을 들어보길 추천한다.

 

대풍류 협주곡 ‘신 대풍류’

관현악에 피리와 대금, 해금의 협주곡이다. 시작은 힘이 있고 비장함이 흐른다. ‘신 대풍류’는 대풍류 가락에 시나위를 더하여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하며 웅장함이 공존하면서 여러 가지 색깔이 있는 곡이다. 대풍류는 관악기 중심의 민속음악 합주곡으로 오늘날 좁은 의미로 지영희 선생이 남긴 염불풍류를 의미한다. 참고로 조선시대 단원 김홍도가 그린 ‘무동’에 대풍류 그림이 있다. 삼현육각의 악사와 춤추는 아이를 볼 수 있다.

 

판소리 협주곡 ‘저 멀리 흰 구름 자욱한 곳’

심청가의 눈대목 중에서 범피중류를 관현악 연주와 여성 2중창으로 선보이는 곡이다. 가사와 구음으로 2중창의 화려한 조화를 보여준다. 판소리는 소리꾼과 북을 치는 고수 장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번 판소리 협주곡은 전통과 현대가 만났다. 서양의 갈라 오페라보다품위와 절개가 있고, 지루하게 여길 수 있는 판소리를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든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