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세시풍속과 지역축제 분야 이론가 김명자교수
‘국악신문’의 창간으로부터 100호를 맞는 기간은 가히 ‘한국은 축제의 나라’였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전후하여 시작된 지역축제 붐은 1994년 ‘국악의 해’를 정점으로 관심을 고조시켰고, 새 세기를 맞는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전국을 축제의 공간으로 확대시켰기 때문이다. 1958년 시작되어 서울에서만 개최하던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全國民俗藝術競演大會)가 20주년을 맞아 전국 중소도시 순회 개최로 확대되면서 지역축제의 열풍을 가속시켰고, 1996년 이의 실상을 기록한 ‘한국의 지역축제’가 발간되었고, 1999년에는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공동주최하면서 이름도 ‘한국민속예술축제’로 안착되는 과정에서 확인된다.
이러한 판도를 '국악신문'도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바로 100호 기념 편집진용 구축에 지역축제 전문 자문위원으로 민속학자 김명자 안동대 국학부(당시 국립대학교 수칙으로 민속학과 교수가 아닌 국학부 민속학 전공교수였음) 교수의 위원 선임이다. ‘국악신문’ 제99호 <위촉 편집위원>에 ‘민속축제 부문 김명자(안동대 국학부 교수)’로 호명하게 된 것이다.
이 시기 필자로 참여하던 김연갑(아리랑연구가)선생에 의하면 "당시 초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상황을 서울신문 기자로서 취재하고, 민속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의 지역축제’ 공동 저자로 참여하여 추세를 파악하고 있고, 필드 워크가 강한 분으로 다양한 분야의 자문을 얻을 수 있는 안동대 김명자교수가 꼭 필요했다. 특히 지역축제의 바탕인 세시풍속 연구자여서 더욱 그랬다.”라는 증언에서 김교수의 선임 의미가 컸음을 알 수 있다.
이 시기 김교수는 ‘한국문화의 원본사고’라는 공동 집필 연구서에서 한국의 민속, 특히 무속 현상을 분석하여 한국인의 존재에 대한 원질적 사고의 틀을 추출·정리한 ‘원본사고(原本思考= Arche-Pattern) 이론’을 세시풍속의 순환체계에 적용한 연구를 발표하였다. 이 연구는 스승인 경희대 김태곤 교수의 원본사고 이론을 적용, 세시풍속 연구로 확장시킨 것이다.
김명자(金明子/1945~ ) 교수는 이화여대에서 신문학(新聞學 공부하고 서울신문사에 입사하여 기자로 출발했다. 기자로 활동하며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학을 전공하면서 임동권 교수의 지도로 세시풍속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민속학회에 가입하고 민속학자 남강(南剛) 김태곤(金泰坤, 1936〜1995)교수를 만나 다시 경희대학교로 옮겨 민속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 안동대 인문대학장 및 박물관장, 민속학연구소장, 실천민속학회 회장, 한국민속학회 부회장, 한일종교연구포럼 운영위원 등을 역임하고, 현재 안동대 명예교수로 있으며, 문화재청·경상북도·인천광역시 문화재위원, 한국공연예술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세시풍속’I·II(2005·2007), ‘연아 연아 올라라’(1995), ‘되는 집안은 장맛도 달다-전통의 멋과 슬기’(1994) 등이 있다. 공편저로는 ‘한국의 지역축제’(1996), ‘전통노들제굿연구’(2010), ‘민속문화의 조명과 새 지평’(2007), ‘한국의 가정신앙’ 상·하(2005), ‘한국민속학개론’(1998), ‘한국의 점복’(1995) 등 50여권에 있다.
또한 2003년부터 10여년을 두고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 무형문화재를 중심으로 한 민속 역사 관련 각종 학술활동과 함께 민속자료 보존, 평가와 감정 등의 분야에서 대표적인 전문가 겸 학자로 참여해 왔다. 또한 문화재청 규제개혁위원장도 역임하여 전통문화 분야 정책 개발과 운영에도 기여했다.
안동대학교에서 박물관장, 민속학연구소장, 인문대학장 등을 거쳐 정년을 한 후에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수집, 소장하고 있는 북한의 민속학 분야 연구자료를 분석하여 요약, 해제(解題)하는 활동을 했다. 이 연구는 공동 작업으로 북한 및 중국 동북지역 문화유산 종합학술연구”의 일환으로 북한 고고학 정기간행물인 ‘조선 고고연구’, ‘문화유물’, ‘문화유산’, ‘고고민속’ 등 폐간된 간행물에 수록되어 있는 민속학 분야의 자료와 논문을 요약하고 해제하는 작업이다.
이 결과로 2017년 ‘조선고고연구 해제집’ 1권(46배판, 976쪽)과 2권(46배판 1167쪽)으로, 2018~2019년 102편의 자료와 논문을 요약, 해제한 ‘력사제문제 · 문화유산· 문화유물·고고민속 해제집’ (46배판, 928쪽)를 출간했다. "이념을 떠난 순수한 학술적 의미와 가치가 인정되는가”라는 회의 속에서 시작한 지난한 작업이 우뚝한 실적을 낳은 것이다.
김교수는 동명이인이 많은 ‘김명자’라는 이름 대신 한 한학자로부터 받은 이호(雅號) ‘호정(昊亭)’을 즐겨 쓰며 "여름 하늘 아래 지은 정자에서 많은 사람과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바램으로 살고 있다.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부에서의 진술은 여운을 준다.
"반만년이라는 긴 역사를 이끌어 온 우리 민족사에서 삶의 숨결인 전래 민속문화와 민속학의 학문적 연구는 결코 단순하지도, 가볍지도 않다. 사라진 것을 찾아내 기록으로 보존하고 현존하는 것을 현대문화에 맞게 계승발전시키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한동안 보유자(속칭 인간문화재), 무형문화재 평가 심의에 참여해 많은 분들과 거북하기도 했지만 사실상 나는 그들과 업무 이외에는 개인적으로 만나지도 않고 대충 넘어가지도 않으니 원칙주의 고집이 환영 받을 리가 없다. 그러나 국가가 검증하고 인정하는 전수자라면 반듯하게 전통 기량을 갖추어야 당당한 것 아닌가. 민속문화는 시대에 맞게 변해도 타고난 골격의 품격은 유전인자처럼 제대로 이어져야 한다.”
김명자교수는 ‘국악신문’ 발전에 함께한 편집위원이다. ‘국악신문’ 역사의 증인이며 기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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