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5 (일)

[김기자의 객석에서] 장문희 보유종목 '심청가', 남원의 5월 수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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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객석에서] 장문희 보유종목 '심청가', 남원의 5월 수놓다

두 번 눈시울 적신 발표자, 관객 공감
‘2021 판소리마당 소리판’ 두 번째 판
고수 조용수 조용복/귀명창 관객 추임새, 5시간 20분 공연

  • 김한나
  • 등록 2021.05.10 07:24
  • 조회수 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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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장문희의 동초제 심청가 공연 현장, 5월 8일(토) 오후 3시 국립민속국악원 예음헌, (사진:김한나 기자)

 

# "장문희의 동초제 심청가 58() 오후 3시 국립민속국악원 예음헌,

국립민속국악원 주변에 붙은 광고문은 583시에 바뀐다.”

 

# "2021년 남원의 5월은 44살 5월 장문희이다,

청신한 연록의 장문희는 5시간 20여분 후인 820분 지금, 진록으로 변한다."

 

서울행 KTX 시간에 쫒기며 남긴 내 취재노트 메모이다. 이제 장문희를 다시 만난다.

 

고참 기자의 동행 강권으로 남원행을 단행, 광한루를 거쳐 공연장에 도착한다. 만석이라 부득이 발표자를 팔아 좌석을 받아 입장한다. 취재 목적이지만 발표자를 만나지 않는다. 완창 발표의 부담감을 걱정해서다.

 

공연장은 거리 두기60명이 만석, 나긋한 아니리조 해설이 부동자세를 풀어준다. 유영대 고려대 교수, 2004년 전설의 대사습놀이 역사 상 심사위원 7인 전원 만점그 주인공과 심사위원 한 분의 조합이니 취재기자로서는 분명 행운이다.

 

발표자 장문희, 여린 화장기에 다소곳한 너름새로 등장한다. ‘장문희에 최적화한 고수 두 분 조용수/조용복과 함께. 객석의 박수에 물려 나직한 아니리로 시작한다. "송나라 원풍 만년에~ ”, 분명 첫마디는 촉촉하다. 눈시울에도 번진다. 그래서 아니리를 지나 자진모리 곽씨부인 어진행실시작까지 만감을 담아낸다.

 

당연하지 않은가. 오늘이 어느 날인가. 제도적 공식 지위 심청가 보유자지정 받은 이튼 날이요, 그 종목 완창 발표를 하는 날이니. 또 무슨 날인가. 강원도 인제와 전라북도 전주라는 거리만큼의 그리움으로 사셨던 어머니, 연로하여 쇠잔하여 모시지 못한 소리의 어머니에 대한 사모의 정이 겹쳐지는 어버이날이니. 여기에 자기세계로의 출발 순간이니 그렇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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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장문희의 동초제 심청가 공연 현장, 5월 8일(토) 오후 3시 국립민속국악원 예음헌, (사진:김한나 기자)

 

이 뿐인가. 첫 심청가 완창회 때 초등학교 친구들의 눈빛. 10회 동아콩쿠르 학생부 판소리 금상수상으로부터 제1회 공주전국명창·명고대회 판소리 명창부 대상 수상까지 친지들의 노심초사. 13, 24, 30회 전주대사습놀이에서의 국악계 격찬,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 그랜드 마스터 선정과 명창대첩 광대전의 우승에 이어진 대중들의 호응. 완창 음반 장문희 심청가 동초와 싱글 앨범 이화우 흩뿌릴 제의 발매 성가. 이는 성취요 자긍심인 동시에 부담이니 말이다. , 스승의 단호한 당부도 들려온다. "겉목은 쓰지마라. 야무지게 뒤집어 봐만감의 순간이다.

 

자진모리 곽씨 부인 삯바느질 대목이 간결한 고수의 추임새로 시작된다. 발표자의 소리길이 터지는 순간이다. 아니리는 단출하다. 이런 저런 소리꾼들은 아니리를 쉴 참으로 삼는지라 너스레를 더해 맥락을 흐트리지만 발표자는 단 두 번만 자신의 이름을 대고 고수 팔 걱정한다. 발림 절제, 정돈된 아니리, 설음으로 짜간다.‘어린 심청’, ‘효녀심청’, ‘황후 환생 심청서사를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장단 치며 짜간다. 곽씨부인 유언 대목 시작해서 부친과 하직하고 임당수에 투신한다. 또 한 번의 절창 범피중류로 눈물지으며 용궁으로 간다. 달고 맺고 풀어낸다.

 

세 시간의 연창, 발표자는 고수 팔 허리 걱정한 듯 윤기 오른 목을 잠시 내려놓는다. 귀 명창 객석은 박수에 추임새로 화답한다. 잠시의 휴식 지나 다시 새 고수 등장한다. 중모리 진양 잔잔히 물결 타고 두 시간여를 내 달린다. 용궁에 당도한다. 승상부인 세 번 등장, 그립고 안타까워 망사대 올라 화상 보며 시를 짓는다. 드디어 절절한 사연 쌓아 모친상봉 하고나서 왕후가 되는 대목을 지난다. 그리고 절절하게 도화동 부친 눈떴을까 헤아리며 "추월은 만정허여~” 기러기에게 간절한 안부를 전차한다. 절절하고 매혹적이다. 5시간 20여분 동안, "도화동 백성들은 세역을 없앴으니 천천만세를 부르더라~”로 여민다.

 

너름새 정교하고 부침새 다양하다. 사설 명료하게 전달하니 무겁고도 깊어 진지하다. 동초제 심청가 장문희는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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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해설자 유영대교수

 

동초 김연수(東超 金演洙), 운초 오정숙(雲草 吳貞淑), 난석 이일주(蘭石 李一珠). 동초제(東超制문파는 사백 장문희(詞伯 張文姬)가 잇는다가계로는 서편제 대가 이날치의 후손으로그 아래 손자인 명창 이기중이 있었으니그 딸이 명창 이일주다그 제자가 장문희니 소리 맥을 갖는다장문희는 사승 계보나 가계보로나 분명한 내력을 갖는 전통 판소리 명문 후예이다심청가만이 아니다.

 

이렇게 ‘5월 남원을 심청가로 수놓은 장문희를 정리하며 두 분에게 전화를 한다. 해설을 맡았던 유영대 교수와 고참 기자에게.

 

-세속적인 질문입니다. 2004년 심사 때 ‘99만점을 주셨는데, 이 번 발표는 몇 점을 주실 수 있는지요?

유교수-"100점은 신의 영역이니, 99.999 만점이요!”

 

-선배님은 어떻게 봤어요?

선배-"많은 판소리 맹인들의 눈을 뜨게 할 장황후 탄생을 봤지!”

 

망설임 없는 두 대답, 5월의 화창함보다 더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