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지난 회에서는 토속 '아라리'인 정선아리랑이 산간의 노래에서 들노래로 진출한 결과를 논의하였다. 새로운 사설이 출현하게 되고, 그 변화의 폭은 일정하지 않고, 그 폭이 적은 경우는 기존의 장르성(산간노래인가 아니면 들노래인가)을 유지하기도하고, 달라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들노래로서의 토속 아리랑에는 들노래로서의 일반성을 지향하는 힘이 작용하고 있으며, 그 정도에 따라 사설의 양상과 장르성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번 회에서는 ‘강원지역 아리랑 전승실태 조사보고’ 중 장르성의 완전한 변화와 그에 의해 문헌에 기록되는 19세기 경기지역 상황을 살피기로 한다.
산간노래 토속 아라리가 들노래로 진출하여 일노래로 장르를 전환하였다. 이로부터 일노래 아리랑은 19세기 들어 새로운 노래문화에 편입되는데, 경복궁 중수로 전국의 장정들이 일정기간 집단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불리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경기지역에서 통속민요로 새롭게 전승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존재가 일부 양반과 외국 선교사에 의해 기록되기 시작했다.
첫 기록으로 매천 황현의 「매천야록」 중 아리랑 대목을 주목하였다.(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처음으로 실상과 의미를 학계에 보고했다.) 기록은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황현의 매천야록은 1892년 2월에 고종이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긴 뒤 동궁을 수선하는 토목공사를 하였다고 전하면서, 공사를 독려하기 위해 밤마다 불을 밝히고 광대들을 불러다가 신성염곡을 연주하게 했는데, 그것을 일러 아리랑타령이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원님대신 민영주로 하여금 여러 광대들을 거느리고 아리랑을 전담하게 하여 잘하고 못하는 바에 따라 금과 은으로 상을 주게 했다고 한다.”(매천야록)
이에 대해 보고서는 다음 두 가지로 분석했다. 하나는 19세기말 아리랑이 전문음악인들에 의해 연주되는 통속민요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노무자들을 위한 노래로 연주됨과 동시에 경연대회 주제곡이라는 점에서 아리랑이 매우 인기를 얻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아리랑이 경기지역 ‘잦은아리랑’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같은 분석을 차치하고서라도 여기서 확인되는 중요한 의미는 19세기말 서울지역에서 궁중과 민간에서 향유하는 노래가 아리랑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시기 궁중에서 아리랑을 즐겼다는 사실은 이후 양반층 일부에서 아리랑에 관심을 갖게 하는 기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서 인용한 1894년 발간된 「신찬조선회화」의 아리랑 기록과 선교사 H.B. 헐버트가 기록한 <KOREAN VOCAL MUSIC ARARUNG>의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두 기록에 대한 서지사항과 가치는 이미 김연갑 등에 의해 보고되어서 생락하지만, 다른 민요와 달리 양반층의 관여로 문화적 확산을 가속시킨 것은 눈여길 사항인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 대한 보고서에서 새로운 논점을 제시하였다. 그것은 잦은아리랑과 긴아리랑의 출현 시기 즉, 선후관계를 말한다. 보고서는 선행연구인 이보형의 <아리랑소리의 근원과 변천에 관한 음악적 연구>를 인용하며 ‘긴아리랑’이 앞서 형성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선후 문제는 김연갑의 반론으로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이다. 반론의 요지는 경복궁 중수 공사 기간 경기지역 통속 아리랑을 형성시키는데 영향을 준 소리가 ‘문경새재소리(문경아라리)’으로, 이의 음악적 관계상으로 볼 때 ‘잦은아리랑’이 먼저 형성되었다는 주장이다. ‘문경새재소리’의 정체성 문제와 함께 아리랑 연구에서 논쟁적 대목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산간의 노래 토속 아라리가 들노래도 장르성을 달리하여 경기지역 통속민요 아리랑을 형성시켰다는 사실을 문화변동론의 입장에서 정리했다. 다음 회에서는 2005년 현재, 강원도아리랑의 전승실태를 검토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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