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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희/이미시문화서원 좌장
둥둥 북을 울리면 만인의 심장이 뛴다. 둥둥 북을 울리면 죽은 고목에도 물이 흐른다. 그래서 북소리는 생명의 근원이요 환희의 원천이다. 덩덩 북을 울리면 산하가 울린다. 덩덩 북을 울리면 동토凍土의 대지에도 새싹이 돋는다. 그래서 북소리는 생명의 씨앗이자 삶의 묘포다. 우레와 번개로 지축을 울린다는 고지이뇌정鼓之以雷霆이란 말이 예부터 쓰여 온 이유는 그래서였을 것이다. 해와 달이 대지를 분기시키고, 천둥과 번개로 둥둥 북을 울려 대지를 일깨우면, 모든 삼라만상이 고르게 화육化育 되어 화평한 천지를 이루어 낸다는 언설이 곧 그것이다.
아무튼 음악의 원천이기도 한 리듬의 향연을 맛보게 할 ‘새울전통타악진흥회’의 세 번째 공연무대는 미리부터 우리 심장을 고동케 한다. 이번 공연이 가뭄에 단비처럼 간절히 기다려지는 이유는 두 가지 사연으로 압축된다.
첫째는 저간의 우리네 주변이 너무도 무기력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온통 심란하기 그지없다. 의욕보다는 체념이, 전향적인 비전보다는 퇴영적인 좌절이 팽배한 세태다. 시들어가는 공동체에 열심히 펌프질을 하고, 무기력한 풍조를 분연히 일깨우기 위해서 혼신의 기력으로 북을 울려야 한다. 바로 이 같은 시의時宜에 발맞춘 북들의 큰 잔치이기에 그 의의가 한결 선명해진다.
둘째는 현역 전통 타악계의 큰 봉우리인 일통一通 김청만金淸滿 명고가 이끄는 연주 그룹의 음악적 기량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그것이다. 김청만 명인은 방송으로 무대로 가장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쳐가는 현역 원로다. 뿐만 아니라 그의 타악 음악의 매력은 분명 남다른 데가 있다. 숙련된 기교와 농익은 정서가 용융되어 빚어내는 정교한 장단의 멋과 여운은 만인의 가슴에 진한 공명을 울리기에 족하다. 이 같은 뛰어난 명고의 예술적 감각으로 구성한 정기연주회이니 의당 큰 관심과 기대를 앞세우지 않을 수 없는 터다.
이번 무대에서는 창작곡 ‘점點’과 ‘진혼鎭魂’과 ‘운곡雲谷Ⅳ’와 같은 새로운 음악을 선보임으로써 음악회의 품격을 한층 고양시켰는데, 늘 정진하고 모색하는 예술인들의 깨어 있는 의식을 보는 듯싶어 더욱 신뢰가 가는 음악회라고 하겠다. 이번 공연이 청중들에게는 삶의 활력을 충전하는 기회로, 주최 단체에게는 한층 음악적 내실을 다지는 전기가 되기를 고대하며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
(본 연재는 이지출판사 출간 '한악계의 별들'에서 발췌하여 게재한다. 이를 허락해주신 출판사와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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