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흙의 소리
이 동 희
소명 <2>
시대의 부름이었다.
새 시대가 되었다. 왕이 새로 바뀌고 시대가 새로 바뀐 것이 아니라 새 왕이 들어서면서 새 시대를 연 것이다. 예는 나라의 근본이었고 땅에 떨어진 예를 바로 일으켜 세우는 것이었다. 세종 즉위 4년에 군권 등 왕권을 다 내려놓지 않고 있던 상왕 태종이 명을 다하여 새 정책의 수립은 가속이 되었고 폭이 넓어졌다.
예는 시대정신이었고 이를 실천하는 활력이 악이었다. 기라성 같은 선비 학자 거유들이 요로에 포진하여 번득이는 새정책 문화의 기틀을 좌우하고 있는 가운데 하급 관리인 시골 출신 박연의 존재는 아주 미미한 것이었다. 보잘것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새 시대 화두의 중심에서 그의 역할은 빛이 났다. 빛의 계단을 한 칸 한 칸 올라갔다. 그의 이념이 메아리처럼 자신에게 되돌아온 왕의 뜻, 이상 실현의 때가 온 것이다. 천기天機, 신의 뜻이며 하늘이 준 기회였다.
아버지 어머니의 묘 앞에서 불던 피리소리를 산새들이 화답하고 토끼와 너구리 들이 춤을 추며 호랑이도 함께 하였고 향교에서도 감동을 주던 연주의 힘이라고 할까 천부의 능력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런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물론 장악원의 인연으로 피리 퉁소 대검 등의 조예 관심 연마 등도 과소평가할 수만은 없었다. 그러나 그런 기예의 범위를 넘어 예서 악서의 심도 있고 광범위한 탐구와 악기 전반에 걸쳐 전문적으로 파고들어 연구하고 조사 관찰 탐색하여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그저 시골 강촌에서 피리를 잘 불던 소년의 후신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탈바꿈을 한 것이었다.
그는 계속 왕에게 글을 올려 예악 정책을 건의하였고 음률의 세세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밝히고 고치고 바로 잡으려 하였다. 그의 상주는 올리는 대로 받아들여졌고 바로 현장에 반영되었다.
왕이 그에게 바로 뜻을 전하기도 하였다.
"조회아악朝會雅樂을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대의 생각을 묻는 것이오.”
세종실록에는 박연에게 하명하는 글귀가 보인다.
고래로 어떤 제도를 창제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임금이 하고자 하면 신하가 반대를 하고 신하가 하고자 하면 임금이 듣지를 않고, 설혹 상하 모두가 하고자 해도 시운이 불리할 때가 있다.
"그런데 지금이야말로 나는 먼저 확고히 뜻을 정했고 나라에는 일이 없으니 마땅히 진력해서 이루도록 하오.”
"바로 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세종은 유사눌 정인지 박연 전양에게 구악舊樂을 바로잡도록 명하여 아악 정비 작업이 시작되었다. 새로 정비된 조회아악은 세종 13년 정월 하정례賀正禮 때 처음 연주된다.
1년 만에 왕명은 실현되었던 것이다. 왕의 뜻과 신하의 뜻이 일치하였고 박연은 지체 없이 모든 일을 거기에 맞추고 전력투구를 하였다. 예서 악서 무수한 전적을 탐독하고 미세한 소리값 음가音價까지 분석하는 작업을 하며 왕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간과 정력을 다 바쳤다. 빛나는 혈투였다. 빛의 계단을 한 칸 한 칸 올라갔다. 그의 신념은 메아리처럼 왕명이 되어 되돌아왔다. 시대의 부름이고 시대의 정신이었다.
국악인 한명희는 난계기념사업회에서 낸 『악성 난계 박연』1집 「난계의 업적」에서 실록에 있는 세종 이야기는 박연의 음악적 업적을 시대사적인 시각에서 한층 객관적이고도 타당성 있게 조명해 볼 수 있는 좋은 단서이자 시사示唆가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세종의 진단처럼 새로운 일을 도모하거나 기존의 제도를 혁파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서로의 뜻이 투합되고 시운이 뒤따라 주는 등 여러가지 여건이 부합되어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박연의 음악적 공헌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박연이 조선 초기의 음악 제도를 정비하여 나라음악의 기틀을 다질 수 있었던 것도 일차적으로는 박연의 뛰어난 음악적 자질과 해박한 지식에 말미암은 바가 컸겠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세종의 공감이나 시대적 여건이 함께 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불가능했으리라는 점 또한 엄연한 사실이라고 하였다.
그러기까지 박연은 요로에 많은 의견을 제출하고 끊임없이 청원과 상주를 하였다. 그것은 그의 신념이었고 시대의 요청이었다. 박연은 시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조정에서 제향祭享할 때 음악에 대한 상소를 하기도 하였다. 세종 8년 4월 25일 봉상판관 박연은 만지장서를 올리었다.
"신이 생각하건대…”
고래로부터의 악서를 다 섭렵한 것을 들추고 음의 고저 강약 미묘하고 섬세한 차이를 들어 낱낱이 고증을 하며 개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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