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5 (일)
흙의 소리
이 동 희
빈 터 <5>
그런 집념의 나날을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보냈다. 정말 꽃이 피는지 잎이 지는지 모르고 지냈다. 다른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한 점과 같은 목표를 향하여 숨을 쉬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박연은 생원시에 급제를 하였고 다시 성균관의 유생으로 들어가 그보다 더 힘들고 어렵게 계속 학업을 닦기 시작하였다. 영동 향교 유생의 배움이 소학이라고 하였다면 성균관 유생의 배움은 대학이었다. 가르침도 달랐고 물음도 달랐다. 임금(태종)이 지켜보는 가운데 궁전 뜰에서 아부제악이 연주되고 관로의 출발을 축하받던 꿈과 같은 향연은 잠시고 다시 진사과에 과거 시험을 치뤄야 했다. 하루 속히 급제를 하여야 했다. 욕심이 아니고 이땅의 대장부로서-언젠가부터 그는 그 크고 넓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이었다-마땅히 가져야 할 욕망이었다. 부모님과 조상님 그리고 스승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집에서 이틀밤도 자지 못하고 돌아와 성균관에 입학, 엄격한 거재居齋생활을 하였다.
유생들은 생원 진사들이었다. 전국에서 모인 선비들이었다. 교육내용은 향교에서 배운 것의 연장으로 유학儒學의 경서와 한학漢學이었다. 대학 중용 논어 맹자 시경 서경 주역 춘추 예기가 그 중심이 되어 있었고 교육방법은 교수의 전체적인 강의보다도 개별적 지도에 치중하였다. 각 유생이 전날 공부한 바를 토대로 하여 학관學官(교수)의 질의에 응답하게 하고 이것이 고사考查였다. 그 결과가 만족할 경우에 다음 진도를 나갔다. 다시 말하지만 교수의 강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스스로 익히고 터득한 자학自學에 의하여 얻은 지식을 문답식 고사를 통하여 성적을 발휘하고 평가하였던 것이고 개개인의 성적을 표준삼아 진도를 결정하였던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독서에 의한 강학講學과 제술製述을 중요한 학과목으로 삼았다. 읽고 배운 바를 활용케 하고 문장을 다듬어 생각한 바를 정확히 발표하는 작문의 능력을 연마하도록 하였던 것이다. 시를 짓고 논문을 써서 발표하였다. 그것이 교과였으며 고사였다. 제술은 매월 3회 부과하였다.
아침 식사가 끝나고 학관들이 명륜당에 나와 앉으면 유생들이 예를 갖추겠다는 뜻을 아뢴다.
둥-
그 때 북소리가 울린다. 한 번 숙연하게.
북소리에 맞추어 유생들이 뜰에서 차례로 들어와 학관을 향해 읍례揖禮를 한다. 그런 뒤 유생들은 각각 재齋 앞에 모여 서로 마주 보고 읍한다. 매일 정중하게 예를 갖추는 것이다.
다음으로 유생들이 앞으로 나아가 일강日講을 청하고 학관은 상하의 재에서 각각 한 명을 뽑아 배운 것을 외게 한다.
일강에 통한 자는 초록해 두었다가 세말에 1년의 분수를 통고하여 식년문과式年文科의 강경講經점수에 가산해 주도록 하며 불통한 자에게는 종아리를 때리는 벌을 가한다. 초달楚撻이다. 편달鞭撻과는 조금 뜻이 다르다.
둥- 둥-
이윽고 북이 두 번 울리면 유생들이 책을 가지고 선생 앞으로 나가 수업을 받는다. 땡땡땡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을 치는 것이 아니라 북소리를 울리는 것이다.
교수는 먼저 어제 배운 것에 대하여 질문을 한 뒤에 오늘 수업에 들어간다.
"많이 배우기를 힘쓰지 말고 깊고 넓게 탐구하고 연정硏精에 힘쓰도록.”
박연은 초달 대신 늘 그런 지적을 받았다. 다음 진도를 나가기를 원하였지만 도무지 앞으로 나가지 않고 뒤로만 갔다. 그것이 불만인 것을 선생은 표정만으로 잘 알고 말하는 것이다.
"시詩와 부賦로도 나타내 보고. 정이 있어야 하고 흥이 들어야 돼.”
"명심하겠습니다.”
학관은 새 진도로 시경에 대하여 설명하고 발문하였다. 춘추 시대의 민요를 중심으로 하여 모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 된 시집이다. 황하강 중류 중원 지방의 시로서 주周나라 초부터 춘추春秋 시대 초까지의 시 305편을 수록하고 있다. 본디 3,000여 편이었던 것을 공자가 311편으로 간추려 정리했다고 알려져 있고 오늘날 전하는 것은 305편이다. 시경은 풍風 아雅 송頌 세 가지 내용으로 분류된다. 풍은 여러 나라의 민요로 주로 남녀간의 정과 이별을 다룬 내용이 많다. 아雅는 공식 연회에서 쓰는 의식가儀式歌이며 송은 종묘의 제사에서 쓰는 악시樂詩이다.
아는 무엇이며 의식의 노래란 또 무엇인가.
아악雅樂에 대하여 박연이 제술할 차례이다.
원주아리랑을 쓰다. 한얼이종선 (2024, 한지에 먹, 40× 63cm) 아침에 만나면 오라버니요 밤중에 만나면 정든 님 일세...
같은 백자가마터 출토품이라는 것도 이규진(편고재 주인) 편병은 병을 만든 후 앞과 뒤를 누르거나 두드려 면을 만든 그릇이다. 조선 전기부터 후기까지 지속적으로 만든 기...
윤하림 해금풍류 II 산조 윤하림 해금풍류 II 산조. (2024년 Sound Press 음반번호없음) 2023년 윤하림 ...
일본 니포노폰 취입 조선민요 ‘경성란란타령’, 1913년 Nipponophone 6170 SP음반.(국악신문 소장자료) ...
30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국립정동극장예술단 정기공연 '모던정동' 프레스콜에서 출연진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4.4.30 ...
국립정동극장이 4월 한달간 진행하는 '세실풍류 : 법고창신, 근현대춤 100년의 여정'에서 23일 박병천의 '구음시나위'에 허튼춤 추는 안덕기 (사진=국립정...
국립정동극장이 4월 한달간 진행하는 '세실풍류 : 법고창신, 근현대춤 100년의 여정' 에서 조재혁의 '현~' 공연 모습. (사진=국립정동극장). 2024....
# ‘이호연의 경기소리 숨’ 공연이 지난 4월 26일 삼성동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렸다. 20대에서 60대까지의 제자들 20명과 5명의 반주자와 함께 경기잡가, 경기민요, 강원도...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로 손꼽히는 남원춘향대전(남원춘향제)이 오는 5월 10일(금)부터 5월 16일(목)까지 7일간 남원시 광한루원 일대에서 열...
4월 18일부터 20일, 남산국악당에서 아트플랫폼 동화의 모던연희극 ‘新칠우쟁론기’가 펼쳐졌다.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봄비가 촉촉이 땅을 적시는 4월,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지 6개월이 된 채치성 예술감독님을 만났다. 그는 국악방송 사장, KBS 국악관현...
2024 쿼드초이스_틂 (사진=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 나승열)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대학로극장 쿼드의 ‘쿼드초이스’...
지난 4일, 국립국악원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KBS국악관현악단,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 118명으로 구성된 연합 관현악단 무대 ‘하나되어’를 국...
칠순을 넘어서는 길목에서 중견작가 김경혜(영남이공대 명예교수) 작가의 열번째 작품전이 오는 16일부터 25일까지 10일간 대구시 중구 슈바빙 갤러리에서 열린다.전시되는총 50여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