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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칼럼] (9)
악론(樂論)과 아리랑

기찬숙/아리랑학회 이사

특집부
기사입력 2020.11.0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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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금의 ‘음악’에 대한 정의나 해석은 다양하다. 동서양 간에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악론(樂論)은 아리랑을 해석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아리랑이 정의나 해석에 그 폭이 넓다는 것을 말한다. 다음의 몇 가지 악론에 아리랑을 대입해 본다.

     

    '인간은 얼마나 음악적인가' (How Musical Is Man?)라는 도발적인 이름의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 존 블래킹(John Blacking)은 음악의 성격을 규정하길 "음악은 동서고금 모든 문화권에 존재하는 지극히 보편적인 인간 속성으로서 언어나 종교에 버금가는 특유의 형질이다”라고 했다. 어느 문화권의 종족에게나 음악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강하게 제시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리처드 도킨즈(Richard Dawkins)는 저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음악은 집단 구성원 간의 결속을 강화시켜주는 일종의 원숭이 상호 털 고르기 기능(Grooming)이다”라고 했다. 공동체 유지의 필요성에서 발명해 낸 것이 음악이란 것이라고 하였다. 공통의 언어, 동질의 성음, 향유의 방식을 같이할 때 무의식적인 동질감을 갖게 하기 때문에 결속력 강화의 도구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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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신문] 밀양아리랑을 부르는 이용만 밀양백중놀이보존회 회장과 신명숙 명창

     

    이상의 두 악론은 우리 아리랑의 형성과 확산을 설명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해외동포들이 격리되어 살면서도 아리랑을 모국의 노래로 삼아 불러 온 이유인 것이다. 아리랑을 부르면 해외동포들 뿐만 아니라 남북동포 간에도 뜨거운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한다.

     

    당나라 시인 한유(韓愈)는 또 다른 차원에서 그 본질을 말한다. 노래하는 이유를 불만의 표현으로 보고 호소의 원초적 표현 방식이라고 하였다. 말이다. 즉, "사람이 노래를 하는 것은 생각이 있어서인데, 입에서 나와 소리가 되는 것은 모두 마음에 편안함이 없어서이다.”(不平則鳴)라고 한 것이다. 이는 아리랑의 저항성(抵抗性)이란 측면을 고려하면 들어맞는 말이다. 일제하에서 소위 ‘불온(不穩)한 노래’로 탄압 받은 아리랑의 경우가 그럴 것이다.

     

    매혹적인 책명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Music, the brain, and ecstasy)가 있다. 저자 로베르 주르뎅(Robert Jourdain)은 이 책에서 인간의 음악 인지능력을 말한다. 즉, "흔히 사람들은 가사가 기억나지 않으면 선율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선율을 기억하지 못하여도 가사는 기억한다”고 했다. 할머니의 시집살이 푸념을 담은 아라리는 선율 없이도 실타래처럼 끝없이 풀려나온다. 아라리의 사설이 적층되어 오는 배경이기도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베로니카 베치(Veronika Beci)는 '음악과 권력'(Music and pouvoir)에서 음악의 공생관계적 생태를 말하였다. 권력과의 관계론인데, "역사에 때로는 동조하고, 때로는 유린당하고, 때로는 저항하는 음악 또한, 역사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라고 했다. 역사와의 관계를 적어도 근대사에서는 아리랑이 아니고서는 말할 수 없다. 장르적 확산현상이나 기능성에서도 아리랑을 시대상과 견줄수 있는 노래는 없다. 아리랑을 ‘역사의 증어’이라고 말 하는 소이이기도 하다.

     

    굴곡진 근대사에서의 역할과 디아스포라(Diaspora) 아리랑 상황이나 남북 간의 단가 '아리랑' 합의 상황, 그리고 근대 백년 압축 성장에서 푸념과 격정으로 시대를 관통하여 불러 온 정황들을 대비하면 아리랑은 이상의 논과 규정에 부합하는 폭과 깊이가 남다른 노래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리랑을 ‘공동의 역사, 공동의 성질로 만들어진 공동체’의 노래 또는 ‘기억공동체의 노래, 민족의 노래’라는 위상을 부여하여 불러 오고 있다. 이는 어떤 노래도 넘볼 수 없는 아리랑만의 위상인 것이다.(www.arirangs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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