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 (토)
책 '문화와 음악'은 문화적 토양이 어떻게 음악의 선율·리듬·예술이 되는지를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서양음악·실용음악 전공자들이 한국 전통음악을, 국악 전공자들이 서양음악에 견줘 우리 음악을 이해하는 것을 돕는다. 따라서 이 책의 키워드는 '소통과 공유'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 책은 서양의 교회선법을 살펴보고 한국의 산조, 인도와 연결되는 한국 범패(절에서 의식을 올릴 때 쓰는 음악) 간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요즘의 국악창작곡은 주로 25현을 사용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기악은 산조, 성악은 범패를 꼽을 수 있다. 산조는 전라도 지역과 그 인접 지역에서 많이 보이는 음악어법인 '육자배기토리', 범패는 한국의 동부 지방인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 지방에서 불리는 민요어법인 '메나리토리'를 대표 음계로 한다.
저자는 그레고리안 성가에 대해 공부하던 시절, 한국적인 성가를 쓰고 싶었다. 그레고리안 성가는 천주교의 전통적인 단선율 전례 성가로, 이 무반주의 종교 음악은 라틴어 가사를 입혀 남성이 부르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과정에서 책마다 설명이 다르고 용어도 달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곤혹스러웠다고 전한다. 실제로 중심음(종지음으로부터 5도 위의 음)과 종지음(교회 선가의 마침음)이 일치하는 한국민요를 중심음과 종지음이 다른 교회 선법(그레고리오 성가를 표현하는 데 쓰이는 선법)에 잘못 적용해 혼란스러웠던 때가 있었다.
오선보로 옮긴 영산회상(주로 조선 후기에 연주된 10여개의 곡으로 구성된 모음곡)에는 플랫이 6개가 붙어 있어 난해했다. 산조가야금 조현표를 보고 합주곡을 쓰면 다른 악기와의 키가 맞지 않아 연주가 불가능했다.
저자는 흔히 음악의 3요소는 선율·리듬·화음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이 모든 음악의 3요소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음악, 나아가 그 외의 수많은 민족 음악의 3요소는 선율·리듬·'시김새'라 할 수 있다.
책은 2부로 구성됐다. 1부 '발로 터득하는 음악인류학'은 '한 마리의 개미가 보는 음악 현상', '철새와 엘 콘도르 파사', '한국음악학과 음악인류학', '21세기 음악인류학' 등 4장으로 이뤄졌다. 2부의 제목은 '언어를 통한 음악 인류학적 담론이고 '줌 인 아웃'이란 제목의 1장으로 구성됐다.
저자 윤소희는 부산대학교 음악학 석사와 한양대학교 음악인류학 박사 과정을 졸업했고 현재 위덕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2013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 교양도서 '동아시아 불교의식과 음악',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 저술상을 받은 '용운스님과 영남범패', 2019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로 선정된 '佛典(불전) · 梵文(범문)이 정간보 창제에 미친 史的(사적) 배경' 등이 있다. 560쪽, 맵씨터, 4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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