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4 (화)
연극을 조금씩 알면서부터 내가 내한 연극에 대한 나의 입장을 밝히는 것 이 큰 문제거리었다. 취향과 맛, 흥분과 아집, 방황과 안일 그리고 구제 될 길 없는 부분별 등 횡설수설하여 적당히 넘어가는 잊었음에 시간들은 무섭게 그만큼 요구되는 입장을 피하는데 급급했다. 결국 나는 몇가지 시안(試 내놓을 수 밖에 없고 나가신 가상 무대위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느니.
한국 연극사를 이들어 보면 연극이 사회현실로 부터 줄곧 외면해 왔을뿐 아니라 단지 탈출구만을 찾아 억지 당위성을 내세우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애초에 자유분방한 무대를 정리, 백열등의 조명 아래로 들어서면서부터 개인적 인간의 내용을 추구하는데 온갖 푸념을 주입하며 또는 어느 작은 분야의 지식층으로 몰려 타협과 안일성에 습관을 들어버린 것 같은 풍토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나마도 얼마나 많은 연극인들이 갔고 또 지나가고 있는가? 역사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지만 선각자는 반드시 있어야 하거늘.
요는 지금의 문제다.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느냐 하는 문제다. 과정없는 성숙은 없다. 그러나 그 과정을 밟는 목표는 있어야 하겠다. 민족극 수립의 길이다. 그것은 큰 의미의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연극의 본 바탕을 찾고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창조하자는 말이다. '극단 민족'의 취지는 바로 그런 점에서 시작되었다。
그동안 극단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은 황활원 형께 감사드리며,
연암 박지원 선생의 호질은 정말로 훌륭한 작품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 역사의 내용이어 민중들의 하염없는 소리들도 가득 차 있다.
연암의 호랑이는 민중의 법원과 의지를 담은 산신각의 호랑이요 민중을 지키며 민중의 편에서 민중과 함께 민중의 눈과 입이 되는 인간적인 호랑이다. 그러나 곧 호랑이는 잠자고 몸부림치고 갈증을 느끼며 깨어가고 스스로 과오에 대한 책임까지 자각하는 선량한 민중을 뜻한다. 물론, 이런 내용 은 전통 민속극의 내용과 흡사할뿐 아니라 사회계층을 유형화한 예술방식까지 같으며 오늘날의 사회상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리라. 그리하여 나의 연출은 '소리'와 '유형'에 치중하여 오늘날의 것으로 끌어와 심는다. 시안(試案)이다. 출발(發)이다.
함수
1마당(잠자는 호랑이)
2마당(술수에 말려드는 호랑이)
3마당(잘못건드린 호랑이)
4마당(깨어나 분노하는 호랑이)
5마당(심판받는 호랑이)
출연자 : 공경구, 박순종, 백인철, 임석구, 이인영, 유경아, 용현, 이규복, 최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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