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가야금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 케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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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뉴스

가야금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 케롤

  • 김지연
  • 등록 2004.01.14 17:49
  • 조회수 2,031
"캐롤 송 국악 음반 출반 " 문재숙 교수 크리스마스 캐롤은 물론 기독교와 관련된 음악이지만 꼭 기독교인이 아닐지라도 언제나 추억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남다른 향수로 다가온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성탄 새벽에 집집마다 돌며 부르던 성탄 노래는 아름다운 추억이며 그래서 언제나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크리스마스 캐럴에 대한 남다른 감회가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크리스마스 캐롤은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교회나 성당에서 예배를 드릴 때 부르는 종교적인 캐롤이 있는가 하면 세계 각국에서 민요처럼 자연스럽게 서민들이 부르며 생성된 기독교 성향의 캐롤, 그리고 소위 세속적 캐롤이라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캐롤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크리스마스가 가장 먼저 오는 곳은 백화점이고 그 뒤를 이어 호텔, 각종 유흥업소, 그리고 상점들을 거쳐 교회로 찾아온다. 크리스마스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는 아무래도 ‘고요한밤 거룩한 밤’이다. 이 곡은 1818년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모차르트의 고향)에서 멀지 않은 작은 마을 오베른돌프에서 만들어졌다. 1818년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오베른돌프의 작은 교회도 음악예배 연습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고 모든 준비가 끝난 후 크리스마스 이브의 아침이 밝아 왔다. 마침 새벽부터 흰눈까지 내리니 그야말로 화이트크리스마스를 맞는 기쁨이 교인들의 마음을 더욱 들뜨게 했고 저녁이 되자 허리까지 쌓인 눈을 헤치고 교회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르간이 고장이 났고 눈 때문에 이웃마을에 있는 기술자도 부를 수 없게 되자 음악예배도 볼 수 없고 풀이 죽은 성가대와 교인들은 음악 없는 고요한 이브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광경을 바라보던 모르 사제는 ‘고요한밤 거룩한밤 어둠에 묻힌 밤’으로 시작되는 가사를 써 오르간 주자며 성가대 지휘자인 구르버에게 넘겨주었고, 구르버는 가사를 읽는 순간 악상이 떠올라 온 교인이 기타 반주에 맞추어 ‘고요한밤 거룩한 밤’을 밤새껏 부르니 그 어느 해보다도 감격스러운 이브를 보낼 수 있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파리에서 열린 박람회 음악제에서 중창단이 이 곡을 부름으로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오베른돌프에서 기타 연주로 만들어진 ‘고요한밤 거룩한 밤’이 가야금 연주자 문재숙 이화여대 교수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캐롤음반「가야금 X-MAS」(신나라뮤직)를 선보였다. 이번 음반은 이미 문 교수가 7년전에 출반했던 국악캐롤 음반을 새롭게 손질하고 가다듬어 내 놓은 것으로 좥고요한 밤 거룩한 밤, God rest ye merry Gentlemen, 징글벨, 거룩한 밤, 주 내사랑, 예술탄생, 루돌프 사슴코, 사랑, 나의 영원하신 기업, 장식하세, 예수님 바라보라좦 등 11곡이 수록되었다. 연주자는 가야금에 문재숙, 대금에 박용호, 피리에 김성운, 신디와 편곡은 조광재 등이고, 그 밖에 기타, 양금, 바이올린 등 여러 악기가 함께 편성되어 신나고 즐거운 캐롤송을 들려준다.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의 친 동생이기도 한 문 교수는 가야금산조 예능보유자였던 고(故) 김죽파 선생의 제1기 이수자 중 한 사람으로 선생의 가야금산조를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음악학자이며, 지난해에 김죽파 선생의 뒤를 이어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예능보유자로 지정 예고되었다. 동시에 국악과 양악을 접목한 연주활동으로도 국내외로 주목을 받아 왔는데, 특히 서양음악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찬송가를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시도를 통해 지금까지 4장의 ‘국악 찬송가’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 20년전부터 우리악기로 연주하는 서양음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처음 10년 정도는 ‘외도’를 한다고 주위에서 욕도 많이 먹었죠. 하지만 ‘국악 크로스오버’가 널리 유행하는 덕인지 지금은 좋아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생겼어요. 특히 해외공연을 나가 연주하면 외국인들의 호응도 기대 이상이라”고 문 교수는 전했다. 국악계에서 문 교수는 감정보다는 기의 흐름을 중시하는 연주자로서, 음 하나하나에 살아있는 기가 스며있다는 평을 받는다. 이번 음반도 ‘캐롤집’이긴 하지만 우리악기로 빚어내는 가야금 음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이 충분히 돋보인다. 문 교수는 “비록 서양음악이긴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곡들을 내 악기로 표현한 것 뿐”이라며 “국악도 골동품처럼 여기는 것 보다 우리생활 가운데 늘 함께하면서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는 음악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캐롤은 빙 크로스비가 1942년에 녹음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가장 많이 팔린 음반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서구의 팝에서는 아주 중요한 흥행 품목이다. 이번에 출반된 문 교수의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캐롤음반「가야금 X-MAS」” 이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캐럴 못지않게 국내외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기 바란다. 문재숙 명인는 <김죽파류 가야금산조> 등 다수의 국악 CD와 책을 출반하였고, KBS 국악대상 및 한국 기독교 문화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예가회”를 조직하여 국악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국악계 명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