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2월 - 민속이야기 "달집 태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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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뉴스

2월 - 민속이야기 "달집 태우기"

  • 김지연
  • 등록 2004.02.04 17:54
  • 조회수 1,989
달 집 태 우 기 글 김미선 그림 한성원 감수 엄기원(한국아동문학 연구소장) 드디어 정월 대보름입니다. 은석이가 정월 대보름을 애타게 기다려온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마을이 온통 축제 분위기로 들떠 쥐불놀이며 횃불싸움을 벌이는 까닭도 있지만, 달집태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정월 대보름에 동네형들은 은석이가 아직 어리다고 달집태우기에 끼워주지 않았기 때문에 은석이는 무척 실망을 했었습니다. 형들이 내년에는 꼭 끼워주겠다고 약속을 해서 겨우 울음을 참은 은석이는 내년에는 자신도 근사한 달집을 만들어 형들과 달집태우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던 것입니다. "은석아, 아침부터 뭐하느라 이 수선이냐?" "어머니, 오늘 정월 대보름이잖아요." "정월 대보름이면 대보름이지 니가 왠 수선이야?" "어머니도 참... 이번엔 저도 달집태우기 하려구요." "니가... 그래 달집 만들려고 그 수선이냐?" "영호형이랑 이수형, 칠석이형들이 지신밟기하고 나서 다들 동네 뒷산에 모이기로 했어요. 저도 빨리 솔잎 모아가지고 달집을 만들어야 해요." 어머니는 어느 새 마을 청년들과 달집태우기를 하겠다고 수선인 은석이가 대견스러우신 듯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은석이는 솔잎이며 뒷간에 쌓여 있는 짚새기를 모으다가 모자라는지 결국 뒷산에 올라가 마른 나무까지 한짐을 해왔습니다. 마을 형들이 신나게 풍물을 치며 지신밟기를 마치고 뒷산에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을 때, 은석이는 이미 자리를 잡고 형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은석아 벌써 와있었냐?" "은석이, 네가 달집태우기 하려고 별렀던 모양이구나. 허허..." 은석이는 배시시 웃음이 새어나오는걸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형들은 어느새 능숙한 솜씨로 달집을 만들기 시작했고, 은석이도 일년내내 머리속으로 그려보던 달집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형들이 만들 때는 몰랐는데 직접 만들려니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습니다. 달집은 막대기 세 개를 적당한 간격으로 세워서 그 꼭대기가 한점이 되도록 묶으면 되는 것입니다. 달집을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지만 은석이가 만드는 달집은 곧게 서지 못하고 자꾸만 기울거나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이게 왜 이러지... "은석이가 투덜대고 있는 사이에 어느새 이수형이 은석이의 등뒤로 다가왔습니다. "은석아, 달집이 잘 안 서지?" "엉. 이수형... 이게 잘 안서네." 은석은 멋적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러길래 바닥이 편평한 곳을 택했어야지. 봐라, 여기는 조금 기울었잖아. 그러니까 이쪽을 더 파고... 막대를 여기에 묻은 후에 시작하면... 봐, 이제 잘 서지?" 이수형이 능숙하게 틀을 잡아주자 은석이의 달집도 금새 다른 형들의 달집마냥 똑바르게 서는 것이었습니다. 은석이는 속으로 '편평한 곳, 편평한 곳'을 되뇌이며 달집에 옷을 입히기 시작했습니다. 달집의 한쪽면을 남겨두고 다른 면을 모두 이엉으로 감싸는걸 마을 형들은 자기들끼리 옷을 입힌다고 말했습니다. 달집의 터놓은 쪽은 반드시 달이 떠오르는 동쪽을 향하도록 해야 하고 달집 속에는 새끼줄로 달모양을 만들어 달아야 했습니다. 새끼줄로 만든 달까지 다 매어단 은석은 이제 달이 떠오르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은석아, 달집 다 만들었냐?" "영호형! 응... " 은석은 자랑스레 자기가 만든 달집을 영호형에게 보였습니다. "처음 만든 것치고 아주 잘 만들었네. 근데 은석아, 너 달집 배도 채웠냐?" "배를 채우다니?" "그럴 줄 알았다. 배를 안 채우면 달집이 너무 빨리 타버려. 이수야! 너 솔잎 남은 것 있냐?" "여기" 이수형에게서 솔잎을 건네 받은 영호형은 달집 안에 솔잎을 차곡차곡 채워넣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타라고 물을 조금 적시기도 하는데... 냄새도 나고하니 오늘은 우리 모두 물은 안 적시기로 했다. 이제 됐다." [img:달집1.jpg,align=,width=157,height=332,vspace=0,hspace=0,border=1] 은석이는 달집 만드는걸 여러모로 도와주는 형들이 고마웠습니다. '내년에는 혼자서 달집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지' 하고 생각을 하는 사이에 제일 나이가 많은 칠석이형이 앞으로 나섰습니다. "잘 들어라, 매년 하는거라 다들 알고 있겠지만 오늘은 은석이도 처음으로 자기 달집을 만들었고 하니까 내가 다시 말하마." 어느 새 달집태우는 걸 구경온 동네 꼬마들이 은석이를 부러운 듯이 쳐다봤습니다. 그중에는 연희의 얼굴도 보였습니다. 은석이는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습니다. "이제 좀 있으면 달이 떠오를텐데... 달이 떠오르는걸 맨 처음 보는 사람이 달집에 불을 당겨라. 그리고 바로 달을 향해서 절을 해야 한다." 은석이는 영호형이 말을 하는 중간에도 연희 얼굴을 흘낏흘낏 쳐다보다가 그만 연희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얼른 고개를 돌리려는데 연희가 생긋 웃고 있는게 보였습니다. 늘 새침하게 외면하던 연희였는데, 은석이는 당장이라도 연희에게 달려가서 말을 걸고 싶은걸 가까스로 참았습니다. "딴짓 하지 말고 잘 들어. 어른들이 말씀하기를 달집을 태우고 달에 절을 하면 일년내내 부스럼도 안나고 더위도 안탄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장난치듯 하려면 아예 말아라. 경건한 마음으로 하란 말이다." 영호형의 긴 설교를 듣고 나서 모두들 달이 언제 떠오르나 동쪽 하늘을 뚫어져라 보았습니다. 은석이도 어슴푸레한 동쪽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img:달집2.jpg,align=,width=167,height=329,vspace=0,hspace=0,border=1] 잠시 후 달이 떠오르자, 은석이는 자기의 달집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리고는 달에 절을 했습니다. 형들도 하나 둘 달집에 불을 붙였고, 수십개의 달집이 일제히 불을 밝히고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영호형을 선두로 형들은 신나게 풍물을 치며 달집 주위를 돌았고 꼬마들은 덩달아 소리를 지르며 달집 사이를 뛰어다녔습니다. 은석이는 신나게 타오르는 달집 사이로 연희의 모습을 찾으며, 나중에 어른이 되면 반드시 연희를 각시로 맞이하겠다고 달님께 약속을 했습니다. [img:달집3.jpg,align=,width=345,height=194,vspace=0,hspace=0,border=1]